羅池廟者, 故刺史柳侯廟也. 柳侯爲州, 不鄙夷其民, 動以禮法, 三年民各自矜奮曰: “玆土雖遠京師, 吾等亦天氓. 今天幸惠仁侯, 若不化服, 我則非人.” 於是老少相敎語, 莫違侯令. 凡有所爲於其鄕閭及於其家, 皆曰: “吾侯聞之, 得無不可於意否?” 莫不忖度而後從事. 凡令之期, 民勸趨之, 無有後先, 必以其時.
나지묘란(羅池廟者), 옛(故) 자사(刺史) 유후의 묘다(柳侯廟也). 유후가(柳侯) 자사가 되어(爲州), 그 백성을(其民) 비천하게 여기고 업신여기지 않고(不鄙夷), 예법으로 움직여서(動以禮法), 3년 만에(三年) 백성이 각자(民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自矜) 분발하여 말하길(奮曰): “이 땅이(玆土) 비록(雖) 경사에서 멀지만(遠京師), 우리들도(吾等) 또한(亦) 하늘의 백성이다(天氓). 지금(今) 하늘이(天) 다생스럽게도(幸) 은혜롭고 인자한 후를 보내셨으니(惠仁侯), 만약(若) 교화되어 복종하지 않는다면(不化服), 우리는(我則) 사람이 아닐 것이다(非人).”라고 했다.
이에(於是) 늙은이와 젊은이가(老少) 서로(相) 가르쳐 말하고(敎語), 누구도(莫) 후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違侯令). 무릇(凡) 그 마을에서나(於其鄕閭及) 그 집안에서(於其家) 하는 것이 있으면(有所爲), 모두 말하길(皆曰): “우리 후가(吾侯) 듣는다면(聞之), 뜻에(於意) 맞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得無不可否)?”라고 했다.
무엇도(莫) 헤아리고 나서(不忖度而後) 일에 종사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從事). 모든(凡) 명령의(令之) 기한에(期), 백성들이(民) 권하고 재촉해서(勸趨之), 뒤쳐지고 앞서는 것이 있지 않고(無有後先), 반드시(必) 그 시기에 맞았다(以其時).
* 忖度(촌탁):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림.
於是民業有經, 公無負租, 流逋四歸, 樂生興事. 宅有新屋, 步有新船, 池園潔修, 猪牛鴨鷄, 肥大蕃息. 子嚴父詔, 婦順夫指, 嫁娶葬祭, 各有條法, 出相弟長, 入相慈孝. 先時民貧, 以男女相質, 久不得贖, 盡沒爲隸. 我侯之至, 按國之故, 以傭除本, 悉奪歸之. 大修孔子廟, 城郭巷道, 皆治使端正, 樹以名木, 柳民旣皆悅喜.
이에(於是) 백성의 생업에(民業) 법도가 있고(有經), 공청에(公) 밀린 조세가 없고(無負租), 떠도는 사람들이(流逋) 사방에서 귀의하고(四歸), 삶을 즐기고(樂生) 일을 일으켰다(발전시켰다)(興事). 주거지에(宅) 새로운 집이 있고(有新屋), 나루터에(步) 새로운 배가 있고(有新船), 연못과 동산은(池園) 깨끗하게 정비되고(潔修), 돼지와 소, 오리, 닭이(猪牛鴨鷄), 살찌고(肥) 많이 늘어났다(大蕃息). 자식은(子) 아버지의 가르침을 엄격하게 지키고(嚴父詔), 부인은(婦) 남편의 지시에 순종하고(順夫指), 시집가고 장가들고 장사 지내고 제사 지내는 일에(嫁娶葬祭), 각각(各) 법도가 있으며(有條法), 나가면(出) 서로 공경하고(相弟長), 들어와서는(入) 서로 사랑하고 효도했다(相慈孝).
전에는(先時) 백성이 가난해서(民貧, 以) 남녀가(男女) 서로 저당 잡히고(相質), 오래되어도(久) 돈을 바치지 못하면(不得贖), 모두 몰수되어(盡沒) 종이 되었다(爲隸). 우리 후가(我侯之) 이르고서(至), 나라의 옛 법도를 살펴(按國之故, 以) 품삯으로(傭) 본전을 제하고(除本), 모두 빼앗아(悉奪) 돌려주었다(歸之). 공자묘를(孔子廟) 크게 수리하고(大修), 성곽과(城郭) 거리의 길을(巷道), 모두(皆) 고쳐서(治) 단정하게 만들고(使端正), 유명한 나무를 심어서(樹以名木), 유주의 백성이(柳民) 이미(旣) 모두(皆) 즐거워하고 기뻐했다(悅喜).
* 負租(부조): 밀린 조세.
* 流逋(유포): 다른 고장으로 도망쳐 떠도는 사람.
* 蕃息(번식): 붇고 늘어서 많이 퍼짐.
嘗與其部將魏忠ㆍ謝寧ㆍ歐陽翼, 飮酒驛亭, 謂曰: “吾棄於時而寄於此, 與若等好也, 明年吾將死. 死而爲神, 後三年爲廟祀我,” 及期而死, 三年孟秋辛卯, 侯降于州之後堂, 歐陽翼等, 見而拜之, 其夕夢翼而告之曰: “館我於羅池.” 其月景辰, 廟成. 大祭, 過客李儀醉酒, 侮慢堂上, 得疾, 扶出廟門卽死.
일찍이(嘗) 그의 부장인 위충, 사녕, 구양익과 함께(與其部將魏忠謝寧歐陽翼), 역참의 정자에서(驛亭) 술 마시다가(飮酒), 말하길(謂曰): “나는(吾) 시대에 버림받아(棄於時而) 이곳에 머무는데(寄於此), 그대들과(與若等) 잘 지내지만(好也), 내년에(明年) 내가(吾) 장차 죽을 것이다(將死). 죽어서는(死而) 신이 되어(爲神), 삼 년 뒤에(後三年) 사당을 짓고(爲廟) 나를 제사 지내라(祀我),”라고 했다.
기일이 되어(及期而) 죽었고(死), 3년이 지나(三年) 초가을 신묘일에(孟秋辛卯), 유후의 신이(侯) 유주부 후당에 내려오니(降于州之後堂), 구양익 등이(歐陽翼等), 보고서(見而) 절했고(拜之), 그날 저녁(其夕) 구양익의 꿈에(夢翼而) 일러 말하길(告之曰): “나지에(於羅池) 나에게 사당을 지어달라(館我).”라고 했다.
그달(其月) 경진일에(景辰), 사당이 완성되었다(廟成). 크게 제사 지내고(大祭), 과객(過客) 이의가(李儀) 술에 취해서(醉酒), 당 위에서 거만하게 굴다가(侮慢堂上), 병을 얻었고(得疾), 부축해서(扶) 사당문을 나서자(出廟門) 바로 죽었다(卽死).
* 驛亭(역정): 역참(驛站)에 마련되어 있던 정자(亭子).
* 侮慢(모만): 거만(倨慢)스러운 몸가짐으로 남을 업신여김.
明年春魏忠ㆍ歐陽翼, 使謝寧來京師, 請書其事于石. 余謂柳侯, 生能澤其民, 死能驚動禍福之, 以食其土, 可謂靈也已. 作迎享送神詩, 遺柳民, 俾歌以祀焉, 而幷刻之.
다음 해 봄에(明年春) 위충과 구양익이(魏忠歐陽翼), 사영으로 하여금(使謝寧) 경사로 가서(來京師), 그 일을(其事) 돌에(于石) 새겨주기를 청했다(請書). 내가 생각건대(余謂) 유후는(柳侯), 살아서(生) 그 백성에게 은택을 내렸고(能澤其民), 죽어서(死) 화와 복을 내려서(禍福之) 놀라게 하여(能驚動, 以) 그 땅에서 제사를 받았으니(食其土), 신령스럽다고 할 수 있다(可謂靈也已). 맞이하여 제사 지내고(迎享) 신을 보내는 시를(送神詩) 지어(作), 유주 백성에게 주고(遺柳民), 노래하면서(歌以) 제사 지내도록(祀焉) 시키고(俾, 而) 아울러(幷) 그것을 새긴다(刻之).
柳侯河東人, 諱宗元, 字子厚. 賢而有文章, 嘗位於朝, 光顯矣, 已而擯不用. 其辭曰: “荔子丹兮蕉黃, 雜肴蔬兮進侯堂. 侯之船兮兩旗, 度中流兮風泊之. 待侯不來兮, 不知我悲. 侯乘駒兮入廟, 慰我民兮不嚬以笑. 鵝之山兮柳之水, 桂樹團團兮白石齒齒. 侯朝出遊兮暮來歸, 春與猿吟兮秋鶴與飛. 北方之人兮爲侯是非, 千秋萬歲兮侯無我違, 福我兮壽我, 驅厲鬼兮山之左, 下無苦濕兮高無乾, 秔稌充羡兮蛇蛟結蟠. 我民報事兮無怠, 其始自今兮, 欽于世世.”
유후는(柳侯) 하동 사람으로(河東人), 이름은(諱) 종원이고(宗元), 자는 자후다(字子厚). 어질고(賢而) 문장이 있어서(有文章), 일찍이(嘗) 조정에서 직위에 올랐고(位於朝), 빛나고 뛰어났지만(光顯矣), 얼마 안 가서(已而) 버림받고(擯) 쓰이지 않았다(不用).
그 노래로 말하길(其辭曰): “여자는 붉고(荔子丹兮) 파초는 누르니(蕉黃), 고기 안주와 나물 섞어서(雜肴蔬兮) 유후의 사당에 올린다(進侯堂).유후의 배에(侯之船兮) 깃발이 둘인데(兩旗), 물길 가운데 건너서(度中流兮) 바람이 머물게 한다(風泊之). 유후를 기다렸는데(待侯) 오지 않으니(不來兮), 우리 슬픔을 알지 못한다(不知我悲). 유후가(侯) 망아지 타고(乘駒兮) 사당에 들어오니(入廟), 우리 백성을 위로하고(慰我民兮) 찡그리지 않고 웃게 만든다(不嚬以笑). 아산에(鵝之山兮) 유수에(柳之水), 계수나무 이슬 맺혔고(桂樹團團兮) 흰 돌 늘어섰구나(白石齒齒). 유후가(侯) 아침에 나가서(朝出) 놀다가(遊兮) 저녁에(暮) 돌아오는데(來歸), 봄에는(春) 원숭이와(與猿) 읊조리고(吟兮) 가을에는(秋) 학과 함께(鶴與) 나는구나(飛). 북방의 사람들은(北方之人兮) 후에 대해(爲侯) 시비를 가리니(是非), 천년만년(千秋萬歲兮) 후에게(侯) 우리를 버리는 일이 없기를(無我違), 우리에게 복을 주고(福我兮) 우리에게 수명을 주고(壽我), 악한 귀신을 몰아(驅厲鬼兮) 산 왼쪽으로 보내고(山之左), 낮은 곳에(下) 고통을 주는 습기가 없고(無苦濕兮) 높은 곳에(高) 메마름이 없고(無乾), 메벼와 찰벼가(秔稌) 고을에 가득 차고(充羡兮) 뱀과 교룡은(蛇蛟) 엉겨 사린다(結蟠). 우리 백성은(我民) 제사로 보답하고(報事兮) 게을리함이 없으니(無怠), 그 시작이(其始) 지금부터이니(自今兮), 대대로(于世世) 공경할 것이다(欽).”라고 했다.
* 荔子(여자): 남방에서 나는 과일 이름.
* 肴蔬(효소): 고기 안주와 나물.
* 團團(단단): 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