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用陳平計, 間疏楚君臣. 項羽疑范增與漢有私, 銷奪其權. 增大怒曰: “天下事大定矣, 君王自爲之. 願賜骸骨歸卒伍.” 未至彭城, 疽發背死.
한나라가(漢) 진평의 계책을 써서(用陳平計), 초나라 군신 사이를(楚君臣) 멀어지도록 했다(間疏). 항우가(項羽) 범증과 한나라 사이에(范增與漢) 사사로이 내통한 것이 아닌지(有私) 의심하고(疑), 그 권한을(其權) 조금씩 빼앗았다(銷奪). 범증이(增) 크게 노하여 말하길(大怒曰): “천하의 일은(天下事) 대강 정해졌으니(大定矣), 군왕이(君王) 직접 처리하시오(自爲之). 원컨대(願) 관직을 내려놓고(賜骸骨) 돌아가(歸) 평민이 될 것이다(卒伍).”라고 했다. 팽성에 이르지도 못하고(未至彭城), 등창이 생겨서(疽發背) 죽었다(死).
* 賜骸骨(사해골):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늙어가는 것을 허락하는 일.
蘇子曰: “增之去善矣. 不去羽必殺增, 獨恨其不蚤耳. 然則當以何事去? 增勸羽殺沛公, 羽不聽, 終以此失天下, 當於是去邪? 曰: “否.” 增之欲殺沛公, 人臣之分也, 羽之不殺, 猶有君人之度也, 增曷爲以此去哉? 『易』曰: ‘知幾其神乎!’ 『詩』曰: ‘相彼雨雪, 先集維霰.’ 增之去, 當於羽殺卿子冠軍時也.
내가 말하길(蘇子曰): “범증이(增之) 떠난 것은(去) 잘한 일이다(善矣). 떠나지 않았다면(不去) 항우가(羽) 반드시 범증을 죽였을 것이니(必殺增), 다만(獨) 빨리 떠나지 못한 것을 한탄할 따름이다(恨其不蚤耳). 그렇다면(然則) 무슨 일을 당해서(當以何事) 떠나야 했는가(去)? 범증이(增) 항우에게(羽) 패공을 죽이도록 권하고(勸殺沛公), 항우가 듣지 않아서(羽不聽), 끝내(終) 이것 때문에(以此) 천하를 잃었으니(失天下), 이것에 이르러(當於是) 떠나야 했는가(去邪)? 말하자면(曰): “아니다(否).”라고 했다. 범증이(增之) 패공을 죽이려고 한 것은(欲殺沛公), 신하의 본분이고(人臣之分也), 항우가 죽이지 않은 것은(羽之不殺), 임금의 도량이 있는 것과 같으니(猶有君人之度也), 범증이(增) 어찌(曷) 이것 때문에(爲以此) 떠나겠는가(去哉)? 주역에 이르길(『易』曰): ‘기미를 아는 것이(知幾) 아마도 귀신과 같다(其神乎)!’라고 했고, 시에 이르길(『詩』曰): ‘저 눈이 내리는 것이(相彼雨雪), 먼저 모아서(先集) 싸락눈을 내린다(維霰).’라고 했으니, 범증이 떠나는 것은(增之去), 항우가(羽) 경자관군을 죽였을 때에(於殺卿子冠軍時) 당해서이다(當也).
陳涉之得民也, 以項燕ㆍ扶蘇, 項氏之興也, 以立楚懷王孫心, 而諸侯叛之也, 以弑義帝. 且義帝之立, 增爲謀主矣. 義帝之存亡, 豈獨爲楚之盛衰? 亦增之所與同禍福也, 未有義帝亡而增獨能久存者也. 羽之殺卿子冠軍也, 是弑義帝之兆也. 其弑義帝, 則疑增之本也, 豈必待陳平哉? 物必先腐也而後, 蟲生之; 人必先疑也而後, 讒入之. 陳平雖智, 安能間無疑之主哉?
진섭이(陳涉之) 민심을 얻은 것은(得民也), 항연과 부소 때문이고(以項燕ㆍ扶蘇), 항씨가(項氏之) 일어난 것은(興也), 초회왕의 손자(楚懷王孫) 심을 세웠기 때문이고(以立心, 而) 제후가(諸侯) 그를 배반한 것은(叛之也), 의제를 죽였기 때문이다(以弑義帝). 또한(且) 의제가 즉위한 것은(義帝之立), 범증이(增) 모의해서(爲謀) 주도한 것이다(主矣). 의제가 있고 없는 것이(義帝之存亡), 어찌(豈) 다만(獨) 초나라의 성세를 만들었겠는가(爲楚之盛衰)? 또한(亦) 범증이(增之) 더불어(所與) 화와 복을 함께했으니(同禍福也), 의제가 없는데(義帝亡而) 범증이(增) 홀로(獨) 오래 있을 일은(能久存) 있지 않았다(未有者也). 항우가(羽之) 경자관군을 죽인 것은(殺卿子冠軍也), 이것은(是) 의제를 시해할(弑義帝之) 조짐이었다(兆也). 그가(其) 의제를 시해한 것은(弑義帝, 則) 범증을 의심한 근본이니(疑增之本也), 어찌(豈) 반드시(必) 진평의 계책을 기다렸겠는가(待陳平哉)? 만물이(物) 반드시(必) 먼저 부패하고 나서(先腐也而後), 벌레가 거기서 생기고(蟲生之); 사람이(人) 반드시 먼저 의심하고 나서(必先疑也而後), 험담이(讒) 그에게 들어간다(入之). 진평이(陳平) 비록 지혜롭지만(雖智), 어찌(安) 의심이 없는 군주를(無疑之主) 이간질하겠는가(能間哉)?
吾嘗論, 義帝天下之賢主也. 獨遣沛公入關而不遣項羽, 識卿子冠軍於稠人之中, 而擢以爲上將, 不賢而能如是乎? 羽旣矯殺卿子冠軍, 義帝必不能堪. 非羽弑帝, 則帝殺羽, 不待智者而後知也. 增始勸項梁立義帝, 諸侯以此服從. 中道而弑之, 非增之意也. 夫豈獨非其意, 將必力爭而不聽也. 不用其言, 而殺其所立, 羽之疑增, 必自此始矣.
내가(吾) 일찍이 논하길(嘗論), 의제는(義帝) 천하의 현명한 임금이라고 했다(天下之賢主也). 오직(獨) 패공을 보내(遣沛公) 관에 들어가도록 하고(入關而) 항우를 보내지 않았으며(不遣項羽), 많은 사람 가운데서(於稠人之中) 경자관군을 알아보고(識卿子冠軍, 而) 발탁해서(擢以) 상장군으로 삼았으니(爲上將), 현명하지 않았다면(不賢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能如是乎)? 항우가(羽) 경자관군을(卿子冠軍) 속여 죽이고 나서(旣矯殺), 의제가(義帝) 반드시(必)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不能堪). 항우가 의제를 시해하지 않았다면(非羽弑帝, 則) 의제가 항우를 죽였을 것이니(帝殺羽), 지혜로운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도(不待智者而後) 알 수 있는 것이다(知也). 범증이(增) 처음(始) 항우에게 권해서(勸項梁) 의제를 세우고(立義帝), 제후가(諸侯) 이것 때문에(以此) 복종했다(服從). 중도에(中道而) 그를 시해한 것은(弑之), 범증의 뜻이 아니다(非增之意也). 어찌(夫豈) 다만(獨) 그 뜻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非其意), 장차(將) 반드시(必) 힘써 다퉜지만(力爭而) 듣지 않았을 것이다(不聽也). 그 말을 들어주지 않고(不用其言, 而) 그가 세운 사람을 죽였으니(殺其所立), 항우가 범증을 의심한 것은(羽之疑增), 반드시(必) 여기서부터(自此) 시작되었다(始矣).
* 矯殺(교살): 금의 명령(命令)이라고 속여 사람을 죽임.
* 稠人(조인): 많은 사람. 뭇사람. 중인(衆人).
方羽殺卿子冠軍, 增與羽比肩而事義帝, 君臣之分, 未定也. 爲增計者, 力能誅羽則誅之, 不能則去之, 豈不毅然大丈夫也哉. 增年已七十, 合則留, 不合則去, 不以此時明去就之分, 而欲依羽以成功名, 陋矣. 雖然增高帝之所畏也, 增不去, 項羽不亡. 嗚呼! 增亦人傑也哉!”
항우가 경자관군을 죽였을 때(方羽殺卿子冠軍), 범증과 항우가(增與羽) 어깨를 나란히 하고(比肩而) 의제를 섬겼고(事義帝), 임금과 신하의 구분이(君臣之分),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未定也). 범증을 위해(爲增) 계책을 세운다면(計者), 힘이(力) 항우를 죽일 수 있다면(能誅羽則) 그를 죽이고(誅之), 죽일 수 없다면(不能則) 떠나는 것이었다면(去之), 어찌(豈) 강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不毅然大丈夫也哉). 범증인(增年) 이미(已) 70살이었으니(七十), 뜻이 맞으면(合則) 남고(留), 맞지 않으면 떠나야 했고(不合則去), 이 때로부터(以此時) 거취의 구분을 분명히 하지 않고(不明去就之分, 而) 항우에 의지해서(依羽以) 명성을 이루려고 했으니(欲成功名), 비루하다(陋矣). 비록 그렇지만(雖然범증은(增) 고제가 두려워한 사람이었고(高帝之所畏也), 범증이 떠나지 않았다면(增不去), 항우가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項羽不亡). 아(嗚呼)! 범증도 또한(增亦) 인걸인 것인가(人傑也哉)!”라고 했다.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08] 이구(李覯) 원주학기(袁州學記): 원주의 학교에 대해서 (0) | 2025.03.15 |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07] 소철(蘇轍) 상추밀한태위서(上樞密韓太尉書): 추밀원 한태위에게 보내는 편지 (0) | 2025.03.14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05] 소식(蘇軾) 왕자불치이적론(王者不治夷狄論): 천자가 오랑캐를 다스리지 않는 이유 (0) | 2025.03.14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04] 소식(蘇軾) 가설송동년장호(稼說送同年張琥): 벗 장호를 떠나 보내며 (0) | 2025.03.14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03] 소식(蘇軾) 전당근상인시집서(錢塘勤上人詩集序): 전당 혜근 스님의 시집 서문 (0) | 2025.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