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陽永叔, 謂梅聖兪曰: “世謂詩能窮人, 非詩之窮, 窮則工也.” 聖兪以詩名家, 仕不前人, 年不後人, 可謂窮矣.
구양영숙이(歐陽永叔), 매성유를 평하여 말하길(謂梅聖兪曰): “세상에서(世)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한다고 말하지만(謂詩能窮人), 시가 궁하게 만드는 것이(詩之窮) 아니고(非), 궁하면(窮則) 뛰어나게 된다(工也).”라고 했다. 성유가(聖兪) 시로(以詩) 이름을 날렸지만(名家), 벼슬은(仕) 남보다 앞서지 못했고(不前人), 나이는(年) 남보다 뒤에 서지 못했으니(不後人), 궁했다고 할만하다(可謂窮矣).
其同時, 有王平甫者, 臨川人也. 年過四十, 始名薦書, 群下士, 歷年未幾, 復解章綬, 歸田里, 其窮甚矣. 而文義蔚然, 又能於詩. 惟其窮愈甚, 故其得愈多, 信所謂人窮而後工也. 雖然天之命物, 用之不全, 實者不華, 淵者不陸, 物之不全, 物之理也. 盡天下之美, 則於富貴, 不得兼而有也, 詩之窮人, 又可信矣.
그 같은 시대에(其同時), 왕평보란 사람이 있는데(有王平甫者), 임천 사람이다(臨川人也). 나이(年) 사십을 넘겨(過四十), 비로소(始) 이름이(名) 천거되어(薦書), 낮은 벼슬에 무리 지어 끼었는데(群下士), 지낸 해가(歷年) 몇 년 되지 않아(未幾), 다시(復) 그만두고(解章綬), 고향으로 돌아와서(歸田里), 그 궁색함이 심했다(其窮甚矣). 그러나(而) 글의 뜻이(文義) 훌륭하고(蔚然), 또(又) 시를 잘 지었다(能於詩). 오직(惟) 그 궁색함이(其窮) 더욱 심해졌고(愈甚), 그러므로(故) 그 얻은 것이(其得) 더욱 많아졌으니(愈多), 이른바(所謂) 사람이 궁색해지고 나서(人窮而後) 훌륭해진다는 것을(工) 믿을만하다(信也). 비록 그렇지만(雖然) 하늘이(天之) 만물에 명을 줄 때(命物), 쓰임이(用之) 온전하지 않고(不全), 충실한 것은(實者) 화려하지 않고(不華), 연못에 있는 것은(淵者) 기어오르지 못하니(不陸), 만물이 완전하지 않은 것은(物之不全), 만물의 이치다(物之理也). 대개(盡) 천하의 아름다움이라도(天下之美, 則) 부귀에 대해서는(於富貴), 겸할 수 없는 것이(不得兼而) 있으니(有也), 시가(詩之) 사람을 궁하게 하는 것도(窮人), 또(又) 믿을만하다(可信矣).
* 解章綬(해장수): '도장끈을 풀다'란 뜻으로 옛날 관리가 도장을 허리에 매고 다녔으므로 '벼슬을 그만두다'란 뜻으로 쓰였다.
* 田里(전리): 자기(自己)가 태어나서 자란 곳.
* 蔚然(울연): 무성한 모습으로 문장의 문체가 성한 것을 나타냈다.
方平甫之時, 其志抑而不伸, 其才積而不發, 其號位勢力, 不足動人. 而人聞其聲, 家有其書, 旁行於一時, 而下達於千世. 雖其怨敵, 不敢議也, 則詩能達人矣, 未見其窮也.
바야흐로(方) 왕평보의 시대에(平甫之時), 그 뜻이 억눌려서(其志抑而) 펴지 못하고(不伸), 그 재주가 쌓였지만(其才積而) 드러나지 않았고(不發), 그 명성과 지위, 세력이(其號位勢力), 사람을 움직일 수 없었다(不足動人). 그러나(而) 사람들이(人) 그 소리를 듣고(聞其聲), 집안에(家) 그 책이 있어서(有其書), 한 때에 널리 행해졌으니(旁行於一時, 而) 아래로(下) 천세에 이를 것이다(達於千世). 비록(雖) 그 원수라도(其怨敵), 감히 비판하지 못하니(不敢議也, 則) 시가(詩) 사람을 통달하게 하지만(能達人矣), 그 궁색함을 돌보지 못했다(未見其窮也).
夫士之行世, 窮達不足論, 論其所傳而已. 平甫孝悌于家, 信于友, 勇於義而好仁, 不特文之可傳也. 向使平甫用力于世, 薦聲詩于郊廟, 施典策於朝廷, 而事負其言, 後戾其前, 則幷其可傳而棄之. 平生之學, 可謂勤矣; 天下之譽, 可謂盛矣. 一朝而失之, 豈不哀哉?
무릇(夫) 선비가(士之) 세상에 행세할 때(行世), 궁색함과 통달함은(窮達) 논하기 부족하고(不足論), 그 전해지는 것을 논할 뿐이다(論其所傳而已). 평보가(平甫) 집안에서 효성스럽고 우애 있었으며(孝悌于家), 벗에게 믿음직스러웠고(信于友), 의리에 용감했고(勇於義而) 인을 좋아해서(好仁), 다만 문장이 전해질 만한 것만은 아니다(不特文之可傳也). 만약(向使) 평보가(平甫) 세상에 힘을 써서(用力于世), 교모에서(于郊廟) 악기를 연주하고(薦聲詩), 조정에서 법과 왕명을 시행했더라도(施典策於朝廷, 而) 일이(事) 그 말을 등지고(負其言), 뒤의 것이(後) 앞의 것에 어긋난다면(戾其前, 則) 곧 전해질만 하더라도(幷其可傳而) 버릴 것이다(棄之). 평생의 학문을(平生之學), 애썼다고 할만하고(可謂勤矣); 천하의 명예를(天下之譽), 왕성했다고 할만하다(可謂盛矣). 하루아침에(一朝而) 그것을 잃는다면(失之),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豈不哀哉)?
南豊先生, 旣叙其文, 以詔學者. 先生之沒, 彭城陳師道, 因而伸之, 以通于世. 誠愚不敏, 其能使人後其所利而隆其所棄者耶? 因先生之言, 以致其志, 又以自勵云爾.
남풍 선생이(南豊先生), 이미(旣) 그 글에 서를 달았고(叙其文, 以) 학자에게 소개했다(詔學者). 선생이 돌아가시고(先生之沒), 팽성의 진사도가(彭城陳師道), 이어서(因而) 그것을 펼쳐(伸之, 以) 세상에 통하게 한다(通于世). 진실로(誠) 어리석고(愚) 불민한 사람이(不敏), 사람들로 하여금(使人) 그 이로운 것을 뒤로 미루고(後其所利而) 그 버릴 것을 존중하도록(隆其所棄者) 하겠는가(其能耶)? 선생의 말을 따라서(因先生之言, 以) 그 뜻을 이르게 하고(致其志), 또(又) 스스로(以自) 독려할 뿐이다(勵云爾).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17] 진사도(陳師道) 진소유자서(秦少游字敍): 진소유의 자에 대해서 (0) | 2025.03.31 |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16] 진사도(陳師道) 사정기(思亭記): 부모를 생각하는 정자 (0) | 2025.03.31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14] 진사도(陳師道) 상림수주서(上林秀州書): 임수주에게 보내는 편지 (0) | 2025.03.30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13] 진사도(陳師道) 여진소유서(與秦少游書): 진소유에게 보내는 글 (0) | 2025.03.30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12] 장뢰(張耒) 답이추관서(答李推官書): 이추관에게 답하는 글 (0)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