硯與筆墨, 蓋氣類也. 出處相近, 任用寵遇相近也. 獨壽夭不相近也, 筆之壽以日計, 墨之壽以月計, 硯之壽以世計, 其故何也? 其爲體也筆最銳, 墨次之, 硯鈍者也, 豈非鈍者壽而銳者夭乎? 其爲用也筆最動, 墨次之, 硯靜者也, 豈非靜者壽而動者夭乎?
벼루와(硯與) 붓, 먹은(筆墨), 대개(蓋) 기가 같은 종류다(氣類也). 나온 곳이(出處) 서로 가깝고(相近), 쓰임새와(任用) 대우받는 것이(寵遇) 서로 가깝다(相近也). 오직(獨)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壽夭) 서로 가깝지 않으니(不相近也), 붓의 수명은(筆之壽) 날로(以日) 헤아리고(計), 먹의 수명은(墨之壽) 월로 헤아리고(以月計), 벼루의 수명은(硯之壽) 세대로 헤아리니(以世計), 그 까닭은 어째서인가(其故何也)? 그 생긴 것이(其爲體也) 붓이(筆) 가장 예리하고(最銳), 먹이 다음이고(墨次之), 벼루가 둔한 것이니(硯鈍者也), 어찌(豈非) 둔한 것이(鈍者) 생명이 길고(壽而) 예리한 것이 요절하지 않겠는가(銳者夭乎)? 그 쓰임에는(其爲用也) 붓이 가장 움직이고(筆最動), 먹이 다음이고(墨次之), 벼루가 고요한 것이니(硯靜者也), 어찌(豈非) 고요한 것이 수명이 길고(靜者壽而) 움직이는 것이 요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動者夭乎)?
* 寵遇(총우): 특별(特別)한 귀여움으로 받는 대우(待遇).
吾於是, 得養生焉, 以鈍爲體, 以靜爲用. 或曰: “壽夭數也, 非鈍ㆍ銳ㆍ動ㆍ靜所制. 借今筆不銳不動, 吾知其不能與硯久遠矣.” 雖然寧爲此, 勿爲彼也.
내가(吾) 이것을 대하고(於是), 거기서 양생을 얻었으니(得養生焉), 둔한 것으로(以鈍) 체를 삼고(爲體), 고요한 것으로 용을 삼았다(以靜爲用). 누군가 말하길(或曰): “장수와 요절의 운수는(壽夭數也), 둔하고 예리하고 움직이고 고요한 것으로 제어하는 것이 아니다(非鈍ㆍ銳ㆍ動ㆍ靜所制). 가령(借今) 붓이 예리하지 않고(筆不銳) 움직이지 않더라도(不動), 나는(吾) 그것이 벼루와 더불어 오래갈 수 없음을 안다(知其不能與硯久遠矣).”라과 했다. 비록 그렇지만(雖然) 이와 같을지라도(寧爲此), 저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勿爲彼也).
銘曰: “不能銳, 因以鈍爲體; 不能動, 因以靜爲用. 惟其然, 是以能永年.”
새겨서 말하길(銘曰): “예리할 수 없고(不能銳), 이것 때문에(因) 둔함을(以鈍) 체로 삼고(爲體); 움직일 수 없고(不能動), 이 때문에(因) 정을 용으로 삼는다(以靜爲用). 오직(惟) 그것이 그렇다면(其然), 이 때문에(是以) 영원할 수 있다(能永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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