予友蓋邦式, 嘗爲予言: “司馬子長之文章, 有奇偉氣, 切有志於斯文也, 子其爲說以贈我.” 予謂: “子長之文章, 不在書, 學者每以書求之, 則終身不知其奇. 予有『史記』一部, 在名山大川壯麗可怪之處, 將與子周遊而歷覽之, 庶幾乎可以知此文矣. 子長平生喜遊, 方少年自負之時, 足迹不肯一日休, 非直爲景物役也. 將以盡天下之大觀, 以助吾氣然後, 吐而爲書, 今於其書觀之, 則平生之所嘗遊者, 皆在焉.
내 친구인(予友) 갑방식이(蓋邦式), 일찍이(嘗) 나에게 말하길(爲予言): “사마천의 문장에는(司馬子長之文章), 기이하고 위대한 기상이 있고(有奇偉氣), 절실하게(切) 이 글에 대해서(於斯文) 뜻을 둔 것이 있으니(有志也), 그대가(子) 아마(其) 논설을 만들어(爲說以) 나에게 주어라(贈我).”라고 했다.
내가 말하길(予謂): “사마천의 문장은(子長之文章), 책에 있지 않으니(不在書), 학자가(學者) 늘(每) 책으로(以書) 그것을 구한다면(求之, 則) 종신토록(終身) 그 기이함을 알지 못한다(不知其奇). 나에게(予) 사기 한 질이 있는데(有『史記』一部), 명산대천과 장려하고 기이한 곳이 있어(在名山大川壯麗可怪之處), 장차(將) 그대와 함께(與子) 주유하고 모두 구경한다면(周遊而歷覽之), 아마 거의(庶幾乎) 이 글을 알 수 있을 것이다(可以知此文矣). 사마천이(子長) 평생(平生) 유람하기를 좋아했고(喜遊), 어려서 자부할 때에는(方少年自負之時), 발자취가(足迹) 기꺼이 하루도 쉰 적이 없으니(不肯一日休), 다만 경물에 부림을 당한 것만은 아니다(非直爲景物役也). 장차(將) 천하의 큰 구경거리를 다 보고(以盡天下之大觀), 내 기운으로 돕고 난 뒤에(以助吾氣然後), 토해서(吐而) 글을 만드니(爲書), 지금(今) 그 책에서(於其書) 그것을 보면(觀之, 則) 평생(平生之) 일찍이 노닌 것이(所嘗遊者), 모두 거기에 있다(皆在焉).
* 非直(비직): '단지~뿐만 아니라' '~에 그치지 않다'라고 해석한다.
* 爲景物役(위경물역): '경치와 풍경에 부림을 당하다'라고 직역한다. 경치와 풍물 때문에 여행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南浮長淮, 泝大江, 見狂瀾驚波, 陰風怒號, 逆走而橫擊. 故其文奔放而浩漫. 望雲夢洞庭之陂, 彭蠡之瀦, 涵混太虛, 呼吸萬壑而不見介量. 故其文渟滀而淵深. 見九疑之邈綿, 巫山之嵯峩, 陽臺朝雲, 蒼梧暮煙, 態度無定, 靡曼綽約, 春粧如濃, 秋飾如薄. 故其文姸媚而蔚紆. 泛沅渡湘, 弔大夫之魂, 悼妃子之恨, 竹上猶有斑斑, 而不知魚腹之骨, 尙無恙乎. 故其文感憤而傷激.
남으로(南) 장강과 회하에서 떠다니고(浮長淮), 장강을 거슬러 오르며(泝大江), 거센 물결과 놀라운 파도를 보니(見狂瀾驚波), 음산한 바람과 성난 소리가(陰風怒號), 거슬러 달리고(逆走而) 옆으로 친다(橫擊).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분방하고(奔放而) 광대하다(浩漫). 운몽과 동정호의 방파(雲夢洞庭之陂), 팽려의 호수를 보니(望彭蠡之瀦), 태허까지 질펀하고(涵混太虛), 수많은 골짜기를 호흡하면서(呼吸萬壑而) 헤아림을 볼 수 없었다(不見介量).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물이 고여서(渟滀而) 깊었다(淵深). 구의산이 아득하고(九疑之邈綿), 무산이 우뚝 솟고(巫山之嵯峩), 양대에(陽臺) 아침 구름이 일고(朝雲), 창오의 저녁노을을(蒼梧暮煙) 보니(見), 그 모양에(態度) 고정된 것이 없고(無定), 부드럽고 아름다우며(靡曼綽約), 봄 화장이(春粧) 짙은 듯하고(如濃), 가을 장식이(秋飾) 얇은 듯하다(如薄).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아름답고(姸媚而) 성대하다(蔚紆). 원수에 배 띄우고(泛沅) 상수를 건너(渡湘), 대부의 혼을 위로하고(弔大夫之魂), 이비의 한을 애도하고(悼妃子之恨), 대나무 위에(竹上) 여전히(猶) 얼룩이 남았으니(有斑斑, 而) 물고기 뱃속의 뼈가(魚腹之骨), 여전히(尙) 무고한 지를(無恙乎) 알지 못한다(不知).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감정적이고(感憤而) 상하게 하며 격정적이다(傷激).
* 狂瀾驚波(광란경파) : 거센 파도. 세찬 물결.
* 陰風怒號(음풍노호) : 살벌한 바람이 울부짖다. 음산한 바람.
* 渟滀(정축): 물이 흐르지 아니하고 흥건하게 괴어 있는 곳.
* 邈綿(막면) :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다.
* 蔚紆(울우) : 문채(文采)가 화려하고 필치가 곡절이 많다.
* 斑斑(반반): 여러 가지 빛깔이나 얼룩무늬가 섞여 있는 모양(模樣).
* 魚腹之骨(어복지골) : 굴원과 2비(二妃) 등의 유골.
北過大梁之墟, 觀楚漢之戰場, 想見項羽之喑啞, 高帝之慢罵, 龍跳虎躍, 千兵萬馬, 大弓長戟, 俱遊而齊呼. 故其文雄勇猛健. 使人心悸而膽慓. 世家龍門, 念神禹之鬼功, 西使巴蜀, 跨劒閣之鳥道, 上有摩雲之崖, 不見斧鑿之痕. 故其文斬截峻拔而不可援躋. 講業齊魯之都, 觀夫子之遺風, 鄕射鄒嶧, 彷徨乎汶陽洙泗之上. 故其文典重溫雅. 有似乎正人君子之容貌.
북으로(北) 대량의 폐허를 지나고(過大梁之墟),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터를 구경하고(觀楚漢之戰場), 항우의 화난 소리와(項羽之喑啞), 고제의 질책(高帝之慢罵) 상상해서 보고(), 용과 호랑이가 뛰고(龍跳虎躍), 수많은 병사와 많은 말(千兵萬馬), 큰 활과 긴 창(大弓長戟), 일제히 소리 지르는 것을(齊呼) 보는 듯하다(想見).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웅장하고 용맹스럽고 강건하다(雄勇猛健).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使人心) 두근거리고(悸而) 간담이 서늘해지게 한다(膽慓). 대대로(世) 집안이(家) 용문에 있어서(龍門), 신령한 우임금의(神禹之) 귀신같은 공적을(鬼功) 생각하고(念), 서쪽으로(西) 파촉에 가서(使巴蜀), 검각의 험한 길을 넘고(跨劒閣之鳥道), 위로(上) 아름다운 구름이 있는 절벽이 있지만(有摩雲之崖), 도끼와 끌의 흔적을 볼 수 없다(不見斧鑿之痕).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베고 끊고 준엄해서(斬截峻拔而) 오를 수 없다(不可援躋). 제나라와 노나라의 도읍에서 배우고(講業齊魯之都), 부자의 유풍을 보고(觀夫子之遺風), 추역에서 향사례를 지내고(鄕射鄒嶧), 문수 남쪽과 수수와 사수 가에서(乎汶陽洙泗之上) 거닐었다(彷徨). 그러므로(故) 그 글이(其文) 전중하고 온화해서(典重溫雅), 정인군자의 용모가 있는 듯하다(有似乎正人君子之容貌).
* 喑啞(암아) : 벙어리 흉내를 내다. 암명(暗鳴). 노기충천한 모습.
* 鳥道(조도):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험(險)한 산속(山-)의 좁은 길.
* 彷徨(방황): 방향(方向)이나 위치(位置)를 잘 몰라 이리저리 헤매는 것.
凡天地之間萬物之變, 可驚可愕, 可以娛心, 使人憂, 使人悲者, 子長盡取而爲文章. 是以變化出沒, 如萬象, 供四時而無窮, 今於其書而觀之, 豈不信哉. 予謂欲學子長之爲文, 先學其遊可也. 不知學遊以采奇, 而欲操觚弄墨, 組綴腐熟者, 乃其常常耳.
무릇(凡) 천지 사이(天地之間) 만물의 변화는(萬物之變), 놀라울만하고(可驚可愕), 마음을 즐겁게 할 수도 있고(可以娛心), 사람을 걱정하게 만들기도 하고(使人憂), 사람을 슬프게 만들기도 하니(使人悲者), 사마천은(子長) 모두 모아서(盡取而) 글을 지었다(爲文章). 이 때문에(是以) 변화가 나오는 것이(變化出沒), 온갖 형상이(如萬象), 사시를 함께하고 무궁한 듯하니(供四時而無窮), 지금(今) 그 글을 본다면(於其書而觀之), 어찌(豈) 믿음직하지 않겠는가(不信哉). 내가(予) 사마천의 글 짓는 법을(子長之爲文) 배우려고 한다면(謂欲學), 먼저(先) 그 유람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學其遊可也). 유람 배우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不知學遊以) 기이함을 칠하려고(采奇, 而) 종이를 펴고 글을 지으려고 하여(欲操觚弄墨), 썩어빠진 것을 엮는 것은(組綴腐熟者, 乃) 그 늘 하던 것일 뿐이다(其常常耳).
* 操觚(조고): 글을 짓다. 고(觚)는 고대에 글자를 쓰던 목판.
* 弄墨(롱묵): 먹을 갈다. 즉 문장을 쓰다.
昔公孫氏善舞劒, 而學書者得之, 乃入於神, 庖丁氏善操刀, 而養生者得之, 乃極其妙, 事固有殊類而相感者, 其意同故也. 今天下之絶蹤詭觀, 何以異於昔. 子果能爲我遊者乎. 吾欲觀子矣. 醉把杯酒, 可以呑江南吳越之淸風, 拂劒長嘯, 可以吸燕趙秦隴之勁氣然後, 歸而治文著書, 子畏子長乎? 子長畏子乎? 不然斷編敗冊, 朝吟而暮誦之, 吾不知所得矣.”
옛날(昔) 공손씨가(公孫氏) 칼춤을 잘 추었는데(善舞劒, 而) 글을 배우는 사람이(學書者) 그것을 얻어(得之), 입신의 경지에 들었고(乃入於神), 포정씨가(庖丁氏) 칼질을 잘했는데(善操刀, 而) 양생하는 사람이 그것을 얻어(養生者得之, 乃) 그 묘미를 극에 이르게 했으니(極其妙), 일에는(事) 본래(固) 다른 것이 있지만(有殊類而) 서로 감응하는 것은(相感者), 그 뜻이 같기 때문이다(其意同故也). 지금(今) 천하의(天下之) 발길이 끊어진(絶蹤) 기이한 볼거리가(詭觀), 어찌(何以) 옛날과 다르겠는가(異於昔). 그대가(子) 과연(果) 나를 위해(能爲我) 유람하는 사람일 수 있겠는가(遊者乎). 내가(吾) 그대를 두고 볼 것이다(欲觀子矣). 취하여(醉) 술잔을 들고(把杯酒), 강남 오월의 맑은 바람을 삼킬 수 있고(可以呑江南吳越之淸風), 칼을 어루만지며(拂劒) 긴 휘파람 불고(長嘯), 연나라와 조, 진, 농의 강한 기운을 마시고(可以吸燕趙秦隴之勁氣然後), 돌아와(歸而) 글을 짓고(治文) 책을 짓는다면(著書), 그대가(子) 사마천을 두렵게 여기겠는가(畏子長乎)? 그대가(子) 그대를 두렵게 여기겠는가(長畏子乎)? 그렇지 않다면(不然) 책을(斷編敗冊), 아침에 읊고(朝吟而) 저녁에 외더라도(暮誦之), 나는(吾) 얻을 것을 알지 못하겠다(不知所得矣).”라고 했다.
* 斷編敗冊(단편패책): 책을 여러 차례 읽어 책을 묶은 가죽이 닳아서 끊어지고 책이 낡아버렸다는 뜻이다. 編은 책을 묶는 가죽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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