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는 제나라 영공, 장공, 경공 3대에 걸쳐 군주를 섬긴 명재상이었다. 키가 140cm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였지만 현실 정치에 밝았고, 상황에 맞춰 말을 적절하게 잘해 어려운 문제도 쉽게 해결했다고 한다. 안자의 재주를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그중에서도 복숭아 2개로 무용이 뛰어난 3명의 장수를 죽인 안중의 계략을 엿볼 수 있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와 안중의 임기응변을 잘 보여주는 '귤화위지橘化爲枳', 안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고사성어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晏平仲嬰者, 萊之夷維人也. 事齊靈公·莊公·景公, 以節儉力行重於齊. 旣相齊, 食不重肉, 妾不衣帛. 其在朝, 君語及之, 卽危言;語不及之, 卽危行. 國有道, 卽順命;無道, 卽衡命. 以此三世顯名於諸侯.
안평중 영은(晏平仲嬰者), 내나랑의(萊之) 이유 사람이다(夷維人也). 제나라 경공, 장공, 영공을 모셨고(事齊靈公·莊公·景公, 以) 아끼고 검소하며(節儉) 힘써 노력하여(力行) 제나라에서 중용되었다(重於齊). 제나라 재상이 되고(旣相齊), 먹는 것은(食) 둘 이상의 고기를 놓지 않고(不重肉), 첩은(妾) 비단옷을 입지 않았다(不衣帛). 그가 조정에 있을 때(其在朝), 임금의 말이 이르면(君語及之), 바로(卽) 정직한 말을 하고(危言); 말이 이르지 않으면(語不及之), 바로(卽) 고상하게 행동했다(危行). 나라에 도가 있으면(國有道), 바로 명을 따르고(卽順命); 나라에 도가 없으면(無道), 바로 명을 저울질했다(명령만 따르지 않았다)(卽衡命). 이것으로(以此) 3세(영공, 장공, 경공)에 걸쳐(三世) 제후에게 이름을 날렸다(顯名於諸侯).
* 危言(위언): 기품이 높은 말, 정직한 말.
* 危行(위행): 행동(行動)을 고상(高尙)히 하여 시속(時俗)을 좇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
* 衡命(횡명): 군주의 명이라도 형세를 헤아려 적절하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越石父賢, 在縲紲中. 晏子出, 遭之涂, 解左驂贖之, 載歸. 弗謝, 入閨. 久之, 越石父請絶. 晏子懼然, 攝衣冠謝曰: "嬰雖不仁, 免子於緦何子求絶之速也?" 石父曰: "不然. 吾聞君子詘於不知己而信於知己者. 方吾在縲紲中, 彼不知我也. 夫子旣已感寤而贖我, 是知己;知己而無禮, 固不如在縲紲之中." 晏子於是延入爲上客.
월석보가 현명했지만(越石父賢), 포승에 묶인 몸이 되었다(在縲紲中). 안자가 나갔다가(晏子出), 길에서 그를 만났는데(遭之涂), 왼쪽 말(곁마)을 풀어(解左驂) 속전을 내고(贖之), 태워서 <집으로> 돌아왔다(載歸). 인사하는 말도 없이(弗謝), 내실로 들어갔다(入閨). 오래 지나가(내실에 오래 머물자)(久之), 월석보가 절교를 청했다(越石父請絶). 안자가 깜짝 놀라서(晏子懼然), 의관을 가지런히 하고(攝衣冠) 사과하며 말하길(謝曰): "내가(嬰) 비록(雖) 인하지 못하지만(不仁), 그대를 어려움에서 구했는데(免子於緦) 어찌 그대는(何子) 연을 끊는 것을 빨리 하려 하는가(求絶之速也)?"라고 했다. 석보가 말하길(石父曰): "그렇지 않다(不然). 내가 듣기로(吾聞) 군자는(君子)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굽히지만(詘於不知己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뜻을> 펼친다(信於知己者). 방금(方) 내가 감옥에 있을 때는(吾在縲紲中), 저들이(옥리가) 나를 알지 못했습니다(彼不知我也). 당신은(夫子) 이미(旣已) 깨달음을 느껴서(感寤而) 나에게 속죄금을 주었는데(贖我), 이것은(是) 나를 알아주 것이고(知己); 나를 알아주었지만(知己而) 예의를 갖춤이 없으니(無禮), 진실로(固) 감옥에 있는 것보다(在縲紲之中) 못합니다(不如)."라고 했다. 안자가(晏子) 이에(於是) 안으로 들여(延入) 상객으로 대우했다(爲上客).
* 晏子出, 遭之涂: 가벼운 죄를 지은 죄인은 노역에 종사하거나 외출할 수 있지만 저녁이 되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 했다.
* 贖(속): 속죄하다, 속바치다( 죄를 면하기 위하여 돈을 바치다).
* 信: 伸과 통하여 펼치다(펴다)의 뜻이다.
晏子爲齊相, 出, 其御之妻從門閒而闚其夫. 其夫爲相御, 擁大蓋, 策駟馬, 意氣揚揚甚自得也. 旣而歸, 其妻請去. 夫問其故. 妻曰: "晏子長不滿六尺, 身相齊國, 名顯諸侯. 今者妾觀其出, 志念深矣, 常有以自下者. 今子長八尺, 乃爲人仆御, 然子之意自以爲足, 妾是以求去也." 其後夫自抑損. 晏子怪而問之, 御以實對. 晏子薦以爲大夫.
안자가(晏子) 제나라 재상이 되어(爲齊相), 나갈 때(出), 그 말몰이꾼의 처가(其御之妻) 따라와(從) 문틈으로(門閒而) 자기 남편을 살폈다(闚其夫). 그 남편이(其夫) 재상의 마부가 되어(爲相御), 큰 덮개를 들고(擁大蓋), 사마를 채찍질하며(策駟馬), 의기양양하며(意氣揚揚) 매우(甚) 만족한 듯했다(自得也). 얼마 후(旣而) <남편이> 돌아오자(歸), 그 처가(其妻) 떠나겠다고 청했다(請去). 남편이 그 까닭을 물었다(夫問其故). 처가 말하길(妻曰): "안자의 키가(晏子長) 육 척에 미치지 못하는데(不滿六尺), 몸은(身) 제나라에서 재상이 되었고(相齊國), 이름은(名) 제후에게 드러납니다(顯諸侯). 지금(今者) 첩이(妾) 그 나가는 것을 보니(觀其出), 뜻이 깊고(志念深矣), 늘(常) 자기를 낮추는 것이 있습니다(有以自下者). 지금(今) 당신의 키가 팔 척인데(子長八尺), 이에(乃) 남의 마부가 되었고(爲人仆御), 그런데도(然) 당신의 뜻은(子之意) 스스로를(自) 만족스럽게 여기니(以爲足), 제가(妾) 이 때문에(是以) 떠나려고 합니다(求去也)."라고 했다. 그 뒤로(其後) 마부가(夫) 스스로를 누르고 겸손해졌다(自抑損). 안자가 이상하게 여겨(晏子怪而) 물었는데(問之), 마부가 사실대로 답했다(御以實對). 안자가(晏子) 천거하여(薦) 대부로 삼았다(以爲大夫).
太史公曰: 吾讀管氏牧民·山高·乘馬·輕重·九府, 及晏子春秋, 詳哉其言之也. 旣見其著書, 欲觀其行事, 故次其傳. 至其書, 世多有之, 是以不論, 論其軼事.
태사공이 말하길(太史公曰): 내가(吾) 관자의 목민, 산고, 승마, 경중, 구부와(管氏牧民·山高·乘馬·輕重·九府, 及) 안자춘추를 읽으니(讀晏子春秋), 그 말이 매우 자세하다(詳哉其言之也). 그 책을 보고(旣見其著書), 그 일을 행한 것을 살펴보려 했고(欲觀其行事), 그러므로(故) 차례대로(次) 그것을 기록했다(其傳). 그 책에 이르러서는(至其書), 세상이(世) 많이 있고(多有之), 이 때문에(是以) 논하지 않고(不論), 그 없어진 일만 논했다(論其軼事).
管仲世所謂賢臣, 然孔子小之. 豈以爲周道衰微, 桓公旣賢, 而不勉之至王, 乃稱霸哉? 語曰'將順其美, 匡救其惡, 故上下能相親也'. 豈管仲之謂乎?
관중은(管仲) 세상에서 이르바(世所謂) 현명한 신하라 하고(賢臣), 그러나(然) 공자는 그를 작게 여겼다(孔子小之). 어찌(豈) 주나라의 도가 약해졌고(以爲周道衰微), 환공이 이미 어진데도(桓公旣賢, 而) 그가 왕도에 이르도록(之至王) 힘쓰지 않고(不勉), 이에(乃) 패자로 일컬어지도록 했는가(稱霸哉)? 전하는 말에서 이르길(語曰) '그 아름다운 점은(其美) 받아들여 따르고(將順), 그 나쁜 점은 바로잡아 구하고(匡救其惡), 그러므로(故) 상하가 서로 친할 수 있다(上下能相親也)'라고 했다. 어찌(豈) 관중을 이르는 것이겠는가(管仲之謂乎)?
* 將順(장순): 받아들여 순종함.
方晏子伏莊公尸哭之, 成禮然後去, 豈所謂'見義不爲無勇'者邪? 至其諫說, 犯君之顏, 此所謂'進思盡忠, 退思補過'者哉! 假令晏子而在, 余雖爲之執鞭, 所忻慕焉.
바야흐로(方) 안자가(晏子) 장공의 시신에 엎드려(伏莊公尸) 곡하고(哭之), 예를 이룬 뒤에야(成禮然後) 떠나으니(去), 어찌(豈) 이르바(所謂) '의를 보고 행하지 않으면(見義不爲) 용기가 없는 것이다(無勇)'란 것이겠는가(者邪)? 그 간언하는 말에 이르러서는(至其諫說), 군주의 얼굴을 범했으니(犯君之顏), 이것이(此) 이르바(所謂) '<조정에> 나아가서는(進)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思盡忠), 물러나서는(退) 잘못을 보충할 것을 생각한다(思補過)'란 것이 아니겠는가(者哉)! 만약(假令) 안자가 살아있다면(晏子而在), 내가 비록(余雖) 그를 위해(爲之) 말 모는 채찍을 들어도(執鞭), 기쁠 것처럼(所忻) 사모한다(慕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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