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02 어부사(漁父辭)/屈原(굴원)] 어부의 노래: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일까?

by प्रज्ञा 2024. 1. 9.
반응형

어부사(漁父辭)는 굴원(屈原)의 작품으로 굴원이 추방당하였을 때 장강과 상강 사이에서 우수에 젖어 탄식하며 어부와 나눈 대화를 글로 적은 것이다. 혼탁한 세상에서 청렴결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굴원에게 은둔지사인 어부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일까? 

 

此篇, 乃屈原所作. 漁父, 盖亦當時隱遁之士. 或曰: “亦原之設詞耳.”

이 편은(此篇), 곧(乃) 굴원인 지은 것이다(屈原所作). 어부는(漁父), 대체로(盖) 또한(亦) 당시의(當時) 은둔지사였을 것이다(隱遁之士). 누군가 말하길(或曰): “또한(亦) 굴원이(原之) 가정한 말일뿐이다(設詞耳).”라고 했다.

○ 迂齋云: “漁父, 盖古巢ㆍ由之流, 荷蕢丈人之屬.” 或曰: “亦原託之也.”

○ 우제가 말하길(迂齋云): “어부는(漁父), 대개(盖) 옛날(古) 고소와 허유의 무리이거나(巢由之流), 삼태기를 메고 지팡이를 짚은 사람의 무리다(荷蕢丈人之屬).”라고 했다. 누군가 말하길(或曰): “또한(亦) 굴원이 의탁한 것이다(原託之也).”라고 했다.

 

屈原旣放(굴원기방), 游於江潭(유어강담), 行吟澤畔(행음택반), 顔色憔悴(안색초췌), 形容枯槁(형용고고).

굴원이 쫓겨나고 나서(屈原旣放), 강가와 못가에서 노닐었는데(游於江潭), 강변을 거닐며 <시를> 읊조리는데(行吟澤畔), 얼굴빛이 초췌하고(顔色憔悴), 모습이 야위고 파리했다(形容枯槁).

 

* 澤畔(택반): 못 가에 있는 약간 판판하게 된 땅.

* 形容(형용): 사물의 생긴 꼴

* 枯槁(고고): 초목(草木)이 말라 물기가 없음, 야위어서 파리함.

 

漁父見而問之(어부견이문지), 曰(왈): "子非三閭大夫與(자비삼려대부여)?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어부가 보고서(漁父見而) 물어(問之), 말하길(曰): "그대는(子) 삼려대부가 아닌가(非三閭大夫與)?  무슨 까닭으로(何故) 이곳까지 이르렀는가(至於斯)?"라고 했다.

 

屈原曰(굴원왈): "擧世皆濁我獨淸(거세개탁아독청), 衆人皆醉我獨醒(중인개취아독성), 是以見放(시이견방)."

굴원이 말하길(屈原曰): "온 세상이(擧世) 모두(皆) 혼탁한데(濁) 나만 홀로 맑고(我獨淸), 많은 사람이 모두(衆人皆) 취했는데(醉) 나만 홀로 깨었으니(我獨醒), 이 때문에(是以) 쫓겨남을 당했다(見放)."라고 했다.

 

* 見放(견방) : 자리에서 쫓겨남. 추방당함.

 

漁父曰(어부왈): "聖人不凝滯於物(성인불응체어물),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世人皆濁(세인개탁), 何不淈其泥而揚其波(하불굴기니이양기파)? 衆人皆醉(중인개취), 何不餔其糟而歠其釃(하불포기조이철기리)?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自令放爲(자령방위)?"

어부가 말하길(漁父曰): "성인은(聖人)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서(不凝滯於物, 而) 능히 세상과 함께(能與世) 변해간다(推移).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면(世人皆濁), 어찌(何) 그 진흙을 파서(淈其泥而)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았는가(揚其波)? 여러 사람이 모두 취했으면(衆人皆醉), 어찌(何) 그 술 지게미를 먹고(餔其糟而) 거른 술을 들이켜지 않았는가(歠其釃)? 무슨 까닭으로(何故) 깊이 생각하고(深思) 고상하게 행동하여(高擧), 스스로(自) 추방을 당하도록 만들었는가(令放爲)?"라고 했다.

 

* 凝滯(응체): 내려가지 못하고 막히거나 걸림

* 推移(추이): 일이나 형편(便)이 차차 옮아 가거나 변()해 감.

 

屈原曰(굴원왈): "吾聞之(오문지),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寧赴湘流(녕부상류),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

굴원이 말하길(屈原曰): "내가 들으니(吾聞之), 방금 머리 감은 사람은(新沐者) 반드시 관을 털고(必彈冠), 방금 목욕한 사람은(新浴者) 반드시 옷을 턴다(必振衣). 어찌(安) 능히(能) 몸이 깨끗한 것으로(以身之察察), 외물의 더러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受物之汶汶者乎)? 차라리(寧) 상수에 달려들어(赴湘流),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 것이다(葬於江魚之腹中). 어찌(安) 능히(能) 깨끗한 백색으로(以皓皓之白, 而)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쓰겠는가(蒙世俗之塵埃乎)?"라고 했다.

 

* 察察(찰찰): 너무 자세한 모양, 맑고 깨끗함. 결백한 모양.

* 汶汶(문문): 더럽고 지저분한 모양. 치욕, 불명예.

* 皓皓(호호): 깨끗하고 흼, 빛나고 맑음.

* 塵埃(진애): 티끌, 세상의 속된 것

 

漁父莞爾而笑(어부완이이소), 鼓枻而去(고예이거), 乃歌曰(내가왈):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可以濯我纓(가이탁아영),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 可以濯我足(가이탁아족)." 遂去(수거), 不復與言(불부여언). 

어부가(漁父) 빙그레 웃으며(莞爾而笑), 노를 저으며 떠나가면서(鼓枻而去), 이에 노래하여 말하길(乃歌曰): "창랑의 물이 맑으면(滄浪之水淸兮),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可以濯我纓), 창랑의 물이 탁하거든(滄浪之水濁兮), 내 발을 씻을 수 있네(可以濯我足)."라고 했다. 마침내 떠나고( 遂去), 다시(復) 더불어 말하지 않았다(與言). 

 

* 莞爾(완이): 빙그레 웃는 모양

* 鼓枻(고예): 노를 저음. 노로 뱃전을 치며 노래의 박자를 맞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