洵布衣窮居, 常竊自歎, 以爲: “天下之人, 不能皆賢, 不能皆不肖. 是以賢人君子之處於世, 合必離, 離必合.” 往者天子方有意於治, 而范公在相府, 富公在樞密, 執事與余公蔡公爲諫官, 尹公馳騁上下, 用力於兵革之地, 方是之時, 天下之人, 毛髮絲粟之才, 紛紛而起, 合而爲一, 而洵也自度其愚魯無用之身, 不足以自奮於其間.
저는(洵) 평민으로(布衣) 가난하게 살면서(窮居), 늘(常) 마음속으로(竊) 스스로 한탄하며(自歎), 생각하길(以爲): “천하 사람이(天下之人), 모두 현명할 수 없고(不能皆賢), 모두 못날 수 없다(不能皆不肖). 이 때문에(是以) 현인과 군자가(賢人君子之) 세상에 살면서(處於世), 합쳐지면(合) 반드시 떨어지고(必離), 떨어지면 반드시 합쳐진다(離必合).”라고 여겼습니다. 옛날(往者) 천자가(天子) 바야흐로(方) 다스림에 뜻을 둔 일이 있어(有意於治, 而) 범공이(范公) 재상부에 있고(在相府), 부공이 추밀에 있고(富公在樞密), 선생님과 여공, 채공이(執事與余公蔡公) 간관이 되고(爲諫官), 윤공이(尹公) 위아래로 바삐 다니며(馳騁上下), 전쟁이 있는 곳에서(於兵革之地) 힘을 쓰고(用力), 바로 이때(方是之時), 천하 사람들이(天下之人), 머리털이나(毛髮) 실과 좁쌀 같은 재능으로(絲粟之才), 분분히 일어나(紛紛而起), 합하여(合而) 하나가 되었는데(爲一, 而) 저는(洵也) 스스로(自) 그 어리석고 노둔하다고 여겨(度其愚魯) 쓸데없는 몸으로(無用之身), 그 사이에(於其間) 스스로 분발하여 나설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不足以自奮).
* 布衣(포의): 베로 지은 옷, 벼슬이 없는 선비를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 馳騁(치빙): 말을 타고 달리는 것, 이곳저곳 바삐 돌아다니는 것.
退而養其心, 幸其道之將成, 而可以復見於當世之賢人君子. 不幸道未成, 而范公西, 富公北, 執事與余公蔡公, 分散四出, 而尹公亦失勢奔走於小官.
물러나(退而) 그 마음을 기르고(養其心), 다행히(幸) 그 도가(其道之) 장차 이루어져(將成, 而) 당세의 현인과 군자를(於當世之賢人君子)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可以復見). 불행히도(不幸) 도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道未成, 而) 범공은 서쪽으로 가고(范公西), 부공은 북쪽으로 가고(富公北), 선생님과 여공, 채공은(執事與余公蔡公), 흩어져(分散) 사방으로 나가셨고(四出, 而) 윤공도 또한(尹公亦) 세를 잃고(失勢) 작은 벼슬에 쫓겨 갔습니다(奔走於小官).
* 執事(집사): '일을 집행하는 사람'이란 뜻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사람을 거느린 상대방을 높여 부른 말이다.
洵時在京師, 親見其事, 忽忽仰天歎息, 以爲斯人之去, 而道雖成, 不復足以爲榮也, 旣復自思念, 往者衆君子之進於朝, 其始也, 必有善人焉推之, 今也亦必有小人焉間之. 今世無復有善人也, 則已矣, 如其不然也, 吾何憂焉? 姑養其心, 使其道大有成而待之, 何傷.
제가(洵) 당시(時) 경사에 있으면서(在京師), 직접(親) 그 일을 보고(見其事), 맥없이(忽忽) 하늘을 보고(仰天) 탄식하며(歎息), 이런 사람들이 떠나갔으니(斯人之去, 而) 도가 비록 이루어지더라도(道雖成), 다시 영화롭게 될 수 없다고(不復足以爲榮) 여겼고(以爲也), 이미(旣) 다시(復) 스스로 생각해 보니(自思念), 지난날(往者) 여러 군자가(衆君子之) 조정에 나아간 것이(進於朝), 그 시작에는(其始也), 반드시(必) 좋은 사람이(善人) 추천한 것이 있었지만(有焉推之), 지금은 또한(今也亦) 반드시(必) 소인이 이간질하는 것이 있다고(有小人焉間之) 생각했습니다. 지금 세상에(今世) 다시 선한 사람이 있지 않다면(無復有善人也, 則) 그만일 뿐이니(已矣), 만약(如) 그것이 그렇지 않다면(其不然也), 제가(吾) 무엇을 걱정할까요(何憂焉)? 잠시(姑) 그 마음을 기르고(養其心), 그 도로 하여금(使其道) 크게 이루어짐이 있기를(大有成而) 기다리는 것이(待之), 무슨 상처가 될까요(何傷).
* 忽忽(홀홀): 조심성(操心性)이 없고 행동(行動)이 매우 가벼움.
退而處十年, 雖未敢自謂其道有成矣, 然浩浩乎其胸中, 若與曩者異, 而余公適亦有成功於南方, 執事與蔡公, 復相繼登於朝, 富公復自外入爲宰相, 其勢將復合于一. 喜且自賀, 以爲道旣已粗成, 而果將有以發之也.
물러나(退而) 머문 것이(處) 십 년이 되었는데(十年), 비록(雖) 감히(未敢) 그 도에 이루어짐 있다고(其道有成矣) 스스로 말하지 못하지만(自謂), 그러나(然) 그 가슴에(乎其胸中) 드넓은 기상이 있어(浩浩), 앞서(與曩者) 다른 듯하고(若異, 而) 여공이 마침(余公適) 또한(亦) 남방에서(於南方) 공을 이룬 것이 있고(有成功), 선생과 채고이(執事與蔡公), 다시(復) 서로 이어(相繼) 조정에 올라왔고(登於朝), 부공이(富公) 다시(復) 관외에서 들어와(自外入) 재상이 되었으니(爲宰相), 그 기세가(其勢) 장차(將) 다시 하나로 합쳐졌습니다(復合于一). 기쁘고(喜) 또 스스로 축하하면서(且自賀), 도가 이미(道旣已) 대강 이루어져서(粗成, 而) 과연(果) 장차(將)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有以發之) 여기게 되었습니다(以爲也).
* 浩浩(호호): 호수(湖水), 강 따위가 가없이 드넓음.
旣又反而思其向之所慕望愛悅之而不得見之者, 蓋有六人焉, 今將往見之矣, 而六人者, 已有范公尹公二人亡焉, 則又爲之潸焉出涕以悲. 嗚呼, 二人者不可復見矣, 而所恃以慰此心者, 猶有四人也. 則又以自解, 思其止於四人也. 則又汲汲欲一識其面, 以發其心之所欲言. 而富公又爲天子之宰相, 遠方寒士, 未可遽以言通於其前, 而余公蔡公, 遠者又在萬里外.
또(旣又) 돌이켜(反而) 생각하니(思) 그전에(其向之) 흠모하고 우러르며 사랑하고 좋아한 사람이지만(所慕望愛悅之而) 볼 수 없었던 사람이(不得見之者), 대체로(蓋) 6명이 있으니(有六人焉), 지금(今) 장차(將) 가서 뵈려고 하니(往見之矣, 而) 여섯 사람 가운데(六人者), 이미(已) 범공과 윤공 두 사람은 돌아가셨고(有范公尹公二人亡焉, 則) 또(又) 그들을 위해(爲之) 눈물을 흘리며(潸焉出涕以) 슬퍼하게 되었습니다(悲). 아(嗚呼), 두 사람을(二人者) 다시 볼 수 없지만(不可復見矣, 而) 의지해서(所恃以) 이 마음을 위로받을 사람이(慰此心者), 오히려(猶) 네 사람이 있습니다(有四人也). 또(則又) 스스로 풀고(以自解), 생각이(思) 네 사람에게 머물게 되니(其止於四人也), 곧 또(則又) 서둘러(汲汲) 한 번(一) 그 얼굴을 뵙고(識其面, 以) 그 마음에서 말하려던 것을(其心之所欲言) 펼쳐보고 싶습니다(欲發). 그러나(而) 부공은 또(富公又) 천자의 재상이 되어(爲天子之宰相), 먼 곳의(遠方) 빈한한 선비가(寒士), 급히(遽) 말로써(以言) 그분 앞에 통할 수 없고(未可通於其前, 而) 여공과 채공은(余公蔡公), 먼 곳에(遠者) 또(又) 만리 밖에 있습니다(在萬里外).
獨執事在朝廷間, 而其位差不甚貴, 可以叫呼攀援而聞之以言, 而飢寒衰老之病, 又痼而留之, 使不克自至於執事之庭. 夫以慕望愛悅其人之心, 十年而不得見, 而其人已死, 如范公尹公二人者, 則四人者之中, 非其勢不可遽以言通者, 何可以不能自往而遽已也.
오직(獨) 선생께서(執事) 조정 사이에 계시고(在朝廷間, 而) 그 지위의 차등이(其位差) 매우 귀하지 않으니(不甚貴), 소리쳐 부여잡고 올라가(叫呼攀援而) 말로 듣도록 할 수 있지만(可以聞之以言, 而) 굶주리고 헐벗고 쇠약한 병이 있어(飢寒衰老之病), 또(又) 고질이 되어(痼而) 남았으니(留之), 스스로(自) 선생의 뜰에 이르는 것을(至於執事之庭) 이루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使不克). 무릇(夫) 그 사람들을(其人) 사모하고 바라보고 사랑하고 기뻐하는 마음이(以慕望愛悅之心), 십 년이 되었지만(十年而) 보지 못했는데(不得見, 而) 그 사람들은 이미 죽었고(其人已死), 범공과 윤공 두 사람이라면(如范公尹公二人者, 則) 네 사람 가운데(四人者之中), 그 형세(지위)가(其勢) 급하게(遽) 말로 통하지 않는 사람이(不可以言通者) 아니라면(非), 어찌(何) 스스로 가지 않고(可以不能自往而) 갑자기 그만두겠습니까(遽已也).
* 攀援(반원): 휘어잡고 의지(依支)하거나 기어 올라감, 무엇에 이르기 위한 연줄(緣-)로 삼음. 또는 그 연줄(緣-).
執事之文章, 天下之人, 莫不知之, 然竊以爲洵之知之也特深, 愈於天下之人, 何者? 孟子之文, 語約而意深, 不爲巉刻斬截之言, 而其鋒不可犯, 韓子之文, 如長江大河, 渾浩流轉, 魚黿蛟龍, 萬怪惶惑, 而抑遏蔽掩, 不使自露. 而人望見其淵然之光, 蒼然之色, 亦自畏避, 不敢迫視. 執事之文, 紆餘委備, 往復百折, 而條達疏暢, 無所間斷, 氣盡語極, 急言竭論, 而容與閑易, 無艱難辛苦之態, 此三者皆斷然自爲一家之文也.
선생의 문장은(執事之文章), 천하 사람 가운데(天下之人), 누구도(莫)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고(不知之), 그러나(然) 마음속으로(竊) 제가(洵之) 아는 것이(知之也) 특히 깊고(特深), 천하사람을 넘어선다고(愈於天下之人) 여기는 것은(以爲), 어째서인가요(何者)? 맹자의 글은(孟子之文), 말이 간략하고(語約而) 뜻이 깊어서(意深), 날카롭고 예리한 말이 아니지만(不爲巉刻斬截之言, 而) 그 칼날을 범할 수 없고(其鋒不可犯), 한유의 글은(韓子之文), 장강과 대하 같아서(如長江大河), 뒤섞여 넓게 흐르고 돌아(渾浩流轉), 물고기와 자라, 교룡이(魚黿蛟龍), 매우 기괴하고(萬怪) 황혹해서(惶惑, 而) 누르고 막아(抑遏蔽掩), 스스로 드러나지 않도록 합니다(不使自露). 그러므로(而) 사람들이(人) 그 연못의 빛과(其淵然之光), 푸른색을(蒼然之色) 바라보지만(望見), 또한(亦) 스스로(自) 두려워 피하고(畏避), 감히 다가가서 보지 못합니다(不敢迫視). 선생의 글은(執事之文), 굽어지고 넉넉하며(紆餘) 자세하고 갖추어져서(委備), 가고 오며(往復) 여러 번 꺾이지만(百折, 而) 조리가 통하고(條達) 서로 통해서(疏暢), 끊어지는 것이 없고(無所間斷), 기가 다하고 말이 극진해서(氣盡語極), 말을 급하게 하고(急言) 의론을 다하지만(竭論, 而) 여유 있고 한가해서(容與閑易), 힘들고 애쓰는 모습이 없으니(無艱難辛苦之態), 이 세 가지가(此三者) 모두(皆) 틀림없이(斷然) 스스로(自) 일가를 이룬(爲一家之) 문장입니다(文也).
* 巉刻(참각): 높고 험준하다. 즉, 언사가 날카롭다.
* 斬絕(참절): 언사가 예리하다.
惟李翶之文, 其味黯然而長, 其光油然而幽, 俯仰揖遜, 有執事之態, 陸贄之文, 遣言措意, 切近的當, 有執事之實, 而執事之才, 又自有過人者. 蓋執事之文, 非孟子ㆍ韓子之文, 而歐陽子之文也.
오직(惟) 이고의 글이(李翶之文), 그 맛이(其味) 슬프고 침울하며(黯然而) 길고(長), 그 빛이(其光) 일어나는 듯하며 그윽해서(油然而幽), 굽어보고 우러러보는 것이(俯仰) 겸손해서(揖遜), 선생의 모습이 있는 듯하고(有執事之態), 육지의 글은(陸贄之文), 말을 쓰고(遣言) 뜻을 두는 것이(措意), 가깝고 적당해서(切近的當), 선생의 내용이 있고(有執事之實, 而) 선생의 재능도(執事之才), 또한(又) 스스로(自) 남을 넘는 것이 있는 사람입니다(有過人者). 대체로(蓋) 선생의 글은(執事之文), 맹자와 한유의 글이 아니고(非孟子ㆍ韓子之文, 而) 구양의 글입니다(歐陽子之文也).
* 黯然(암연): (시름에 겹거나 이별(離別)하거나 하여) 슬프고 침울(沈鬱)함.
* 俯仰(부앙): 아래를 굽어보고 위를 우러러봄.
* 遣言(견언): 말을 사용하는 것.
* 揖遜(은손): 읍(揖)하는 예(禮)를 갖추면서 자기(自己)를 낮춤. 겸손(謙遜)함.
夫樂道人之善而不爲謟者, 以其人誠足以當之也. 彼不知者, 則以爲譽人以求其悅己也, 夫譽人以求其悅己, 洵亦不爲也. 而其所以道執事光明盛大之德而不自知止者, 亦欲執事之知其知我也. 雖然執事之名, 滿於天下, 雖不見其文, 而固已知有歐陽子矣, 而洵也不幸, 墮在草野泥塗之中, 而其知道之心, 又近而粗成, 欲徒手奉咫尺之書, 自托於執事. 將使執事, 何從而知之, 何從而信之哉.
무릇(夫) 남의 좋은 점을(人之善) 말하기 좋아하지만(樂道而) 아첨이 되지 않는 것은(不爲謟者), 그 사람이(其人) 참으로(誠) 거기에 합당할 수 있기(足以當之) 때문입니다(以也). 저(彼) 알지 못하는 사람은(不知者, 則) 남을 칭찬해서(譽人以) 자기를 좋아하기를 구하는 것이라고(求其悅己) 여기지만(以爲也), 무릇(夫) 남을 칭찬해서(譽人以) 자기를 좋아하기를 구하는 것은(求其悅己), 저도 또한(洵亦) 하지 않습니다(不爲也). 그러나(而) 선생의(其執事) 빛나고 성대한 덕을(光明盛大之德) 말하면서도(所以道而) 스스로 그칠 줄 알지 못하는 것은(不自知止者), 또한(亦) 선생의 앎이(執事之知) 나를 알아주기를(其知我) 바라는 것입니다(欲也). 비록 그렇지만(雖然) 선생의 명성은(執事之名), 천하에 가득 차고(滿於天下), 비록(雖) 그 글을 보지 못하더라도(不見其文, 而) 참으로(固) 이미(已) 구량이란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知有歐陽子矣, 而) 저는(洵也) 불행히도(不幸), 초야의 진흙 속에(草野泥塗之中) 떨어져 지내다가(墮在, 而) 그 도를 알려는 마음이(其知道之心), 또(又) 근래에 이르러(近而) 조금 이루어져서(粗成), 맨손으로(徒手) 짧은 편지를 받들고(奉咫尺之書), 선생에게(於執事) 의탁하려는 것입니다(欲自托). 장차(將) 선생으로 하여금(使執事), 무엇으로(何從而) 그것을 알도록 하고(知之), 무엇으로(何從而) 믿도록 할 수 있을까요(信之哉).
* 徒手(도수): 맨손.
* 咫尺(지척): 아주 가까운 거리.
洵少年不學, 生二十五歲, 始知讀書, 從士君子游, 年旣已晩, 而又不遂刻意厲行, 以古人自期, 而視與己同列者, 皆不勝己. 則遂以爲可矣. 其後困益甚, 復取古人之文而讀之, 始覺其出言用意與己大異. 時復內顧, 自思其才, 則又似夫不遂止於是而已者. 由是, 盡燒其曩時所爲文數百篇, 取『論語』ㆍ『孟子』ㆍ韓子及其它聖人賢人之文, 而兀然端坐, 終日以讀之者, 七八年矣.
제가(洵) 어려서(少年) 공부하지 않다가(不學), 나이(生) 25살이 되어(二十五歲), 비로소(始) 독서를 알았고(知讀書), 선비를 따라(從士君子) 노닐다가(游), 나이가(年) 이미 늦었지만(旣已晩, 而) 또(又) 마침내(遂) 뜻을 세우고(刻意) 노력해서(厲行, 以) 고인이 되려고(古人) 스스로 기대한 것이 아니라(不自期, 而) 나와 같은 반열에 있는 사람을 보고(與己同列者), 모두(皆) 나를 이길 수 없음을(不勝己) 보면(視, 則) 마침내(遂)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以爲可矣). 그 뒤에(其後) 곤경이(困) 더 심해져서(益甚), 다시(復) 고인의 글을 얻어(取古人之文而) 읽고(讀之), 비로소(始) 그 말을 내고(其出言) 뜻을 쓴 것이(用意) 저와(與己) 크게 다름을(大異) 깨달았습니다(覺). 그때(時) 다시(復) 안으로 돌아보고(內顧), 스스로(自) 그 재능을 생각해서(思其才, 則) 또(又) 마침내(夫遂) 여기에 이르러(止於是而) 그칠 것이 아니라고(不已者) 여겼습니다(似). 이 때문에(由是), 그 전날의(其曩時) 지은 글 수 백 편을(所爲文數百篇) 모두 불사르고(盡燒), 논어와 맹자, 한유와 그 다른 성현의 글을(『論語』ㆍ『孟子』ㆍ韓子及其它聖人賢人之文) 얻어(取, 而) 꿋꿋이(兀然) 단정히 앉아(端坐), 종일토록(終日以) 읽은 것이(讀之者), 칠팔 년이 되었습니다(七八年矣).
* 刻意(각의): 애를 씀. 뜻을 세움.
* 厲行(여행): 엄격(嚴格)하게 시행(施行)함.
方其始也, 入其中而惶然以惑, 博觀於其外而駭然以驚, 及其久也, 讀之益精, 而其胸中, 豁然以明, 若人之言, 固當然者. 然猶未敢自出其言也. 時旣久, 胸中之言, 日益多, 不能自制. 試出而書之, 已而再三讀之, 渾渾乎覺其來之易也. 然猶未敢自以爲是也. 近所爲『洪範論』ㆍ『史論』凡七篇, 執事觀其如何. 噫嘻, 區區而自言, 不知者又將以爲自譽以求人之知己也. 惟執事, 思其十年之心, 如是之不偶然也而察之. 不宣. 洵再拜.
바야흐로(方) 그 시작할 때는(其始也), 그 가운데 들어가(入其中而) 당황해서(惶然以) 의혹이 일었고(惑), 그 바깥을(於其外) 널리 보고(博觀而) 깜짝 놀랐고(駭然以驚), 그 오래됨에 이르러(及其久也), 읽는 것이(讀之) 더욱 정밀해져서(益精, 而) 그 가슴속이(其胸中), 막힘 없이(豁然以) 밝아지고(明), 이런 사람들의 말이(若人之言), 참으로(固)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當然者). 그러나(然) 오히려(猶) 감히 스스로 그 말을 내지 못했습니다(未敢自出其言也). 때가(時) 더 오래되어(旣久), 가슴속 말이(胸中之言), 날로(日) 더욱 많아지고(益多), 자제할 수 없었습니다(不能自制). 시험 삼아(試) 내보내고(出而) 글로 써서(書之), 뒤에(已而) 두세 번 읽어보니(再三讀之), 혼혼해서(渾渾乎) 그 오는 것이 쉬움을(其來之易) 깨달았습니다(覺也). 그러나 오히려(然猶) 감히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未敢自以爲是也). 요즘(近) 지은 것인(所爲) 홍범론과 사론이(『洪範論』ㆍ『史論』) 모두 일곱 편인데(凡七篇), 선생이(執事) 그것을 본 것이(觀其) 어떠한가요(如何). 아(噫嘻), 구구하게(區區而) 스스로 말하는 것은(自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또(不知者又) 장차(將) 스스로 칭찬해서(自譽以)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구한다고(求人之知己) 여길 것입니다(以爲也). 오직(惟) 선생이(執事), 그 십 년을 생각하는(思其十年之) 마음이(心), 이와 같은 것이(如是之) 우연이 아님을(不偶然也而) 살펴주시기 바랍니다(察之). 이만 줄입니다(不宣). 소순이 재배합니다(洵再拜).
* 駭然(해연): 깜짝 놀라는 모양(模樣).
* 豁然(활연): 눈앞을 가로막은 것이 없이 환하게 터져서 시원스러운 모양(模樣), 의문(疑問)되던 것을 막힘 없이 횅하게 깨달은 모양(模樣).
* 不宣(불선): ‘아직 쓸 말은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는 뜻으로, 친구(親舊) 사이에 보내는 한문(漢文) 투(套)의 편지(便紙ㆍ片紙) 끝에 쓰는 말.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90] 소순(蘇洵) 명이자설(名二子說): 두 아들의 이름에 대하여 (0) | 2025.03.03 |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89] 소순(蘇洵) 상전추밀서(上田樞密書): 전추밀에게 올리는 편지 (0) | 2025.03.03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87] 소순(蘇洵) 고조론(高祖論): 한 고조를 논함 (0) | 2025.03.02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86] 소순(蘇洵) 목가산기(木假山記): 목가산의 위엄 (0) | 2025.03.02 |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85] 소순(蘇洵) 관중론(管仲論): 관중이 제나라를 망쳤다 (0) | 2025.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