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吾先君, 於物無所好, 燕居如齋, 言笑有時, 顧嘗嗜畵, 弟子門人, 無以悅之, 則爭致其所嗜, 庶幾一解其顔. 故雖爲布衣, 而致畵與公卿等.
본래(始) 나의 선친은(吾先君), 사물에 대해(於物) 좋아하는 것이 없었고(無所好), 평소 생활하는 것이(燕居) 근엄했고(如齋), 말하고 웃는 것에(言笑) 때가 있었지만(有時), 다만(顧) 일찍이(嘗) 그림을 좋아해서(嗜畵), 제자나 문인들이(弟子門人), 기쁘게 해 줄 것이 없어서(無以悅之, 則) 다투어(爭) 그 좋아하는 것을 이르게 해서(致其所嗜), 한 번이라도(一) 그 얼굴을 펴기를(解其顔) 바랐다(庶幾). 그러므로(故) 비록(雖) 평민이었지만(爲布衣, 而) 그림을 모은 것이(致畵) 공경과 같았다(與公卿等).
* 如齋(여재): '재계하는 것처럼'으로 평소 근엄하게 생활한다는 뜻이다.
* 庶幾(서기): 바람, 바라건대, 거의.
長安有故藏經龕, 唐明皇帝所建. 其門四達八板, 皆吳道子畵. 陽爲菩薩, 陰爲天王, 凡十有六軀. 廣明之亂, 爲賊所焚, 有僧忘其名, 於兵火中, 拔其四板以逃, 旣重不可負, 又迫於賊. 恐不能皆全. 遂竅其兩板以受荷, 西奔於岐, 而託死於烏牙之僧舍, 板留於是, 百八十年矣.
장안에(長安) 옛 장경감이 있었는데(有故藏經龕), 당나라 명황제가(唐明皇帝) 지은 것이다(所建). 그 문이(其門) 사방으로 통해서(四達) 8쪽이었는데(八板), 모두(皆) 오도자의 그림이었다(吳道子畵). 바깥은(陽) 보살이고(爲菩薩), 안은 천왕으로(陰爲天王), 모두(凡) 열여섯 개의 불상이었다(十有六軀). 광묘(황소)의 난에(廣明之亂), 도적이 불태운 것이 되었는데(爲賊所焚), 중이 있어(有僧) 그 이름을 알 수 없는데(忘其名), 병화 가운데(於兵火中), 그 네 쪽을 뜯어서(拔其四板) 도망치다가(以逃), 너무 무거워(旣重) 짊어질 수 없었고(不可負), 또(又) 도적에게 쫓겼다(迫於賊). 모두 보전할 수 없을까 걱정했다(恐不能皆全). 마침내(遂) 그 양쪽 판에 구멍을 뚫고(竅其兩板以) 짊어지고( 受荷), 서쪽으로 달아나(西奔) 기산에 이르러(於岐, 而) 오아의 절에(於烏牙之僧舍) 죽을 때까지 의탁해서(託死), 문짝이(板) 여기에 남았고(留於是), 180년이 되었다(百八十年矣).
* 四達(사달): 길이 사방(四方)으로 통(通)함.
客有以錢十萬, 得之以示軾者, 軾歸其直而取之, 以獻諸先君. 先君之所嗜, 百有餘品, 一旦以是四板爲甲. 治平四年, 先君沒于京師, 軾自汴入淮, 泝于江, 載是四板以歸.
손님 가운데(客) 십만 전으로(以錢十萬), 그것을 얻어(得之以) 나에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는데(有示軾者), 내가(軾) 그 값을 돌려주고(歸其直而) 취해서(取之, 以) 선친에게 드렸다(獻諸先君). 선친이(先君之) 좋아하는 것이(所嗜), 백여 가지가 있었는데(百有餘品), 하루아침에(一旦) 이 네 짝으로(以是四板) 으뜸을 삼았다(爲甲). 치평 4년에(治平四年), 선친이(先君) 경사에서 돌아가시고(沒于京師), 내가(軾) 변경으로부터(自汴) 회수에 들어와(入淮), 강수를 거슬러 올라(泝于江), 이 네 짝을 싣고(載是四板以) 돌아왔다(歸).
旣免喪, 所嘗與往來浮屠人惟簡, 誦其師之言, 敎軾爲先君捨施, 必所甚愛, 與所不忍捨者, 軾用其說, 思先君之所甚愛, 軾之所不忍捨者, 莫若是板. 故遂以與之, 且告之曰: “此明皇帝之所不能守而焚於賊者也, 而況於余乎. 余視天下之蓄此者多矣, 有能及三世者乎. 其始求之, 若不及, 旣得惟恐失之, 而其子孫, 不以易衣食者鮮矣. 余自度不能長守此也, 是以予子, 子將何以守之?”
부모상을 마치고 나서(旣免喪), 일찍이(嘗) 더불어 오가던 사람인(所與往來) 스님 유간이(浮屠人惟簡), 그 스승의 말을 전하면서(誦其師之言), 나로 하여금(敎軾) 선친을 위해(爲先君), 반드시(必) 그 아끼는 것과(所甚愛, 與) 차마 버릴 수 없는 것으로(所不忍捨者) 시주하도록 했고(捨施), 내가(軾) 그 말을 따라(用其說), 선친이 아끼던 것과(先君之所甚愛), 내가(軾之)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을(所不忍捨者) 생각해 보니(思), 무엇도(莫) 이 문짝만 한 것이 없었다(若是板). 그러므로(故) 마침내(遂以) 이것을 주며(與之), 또 일러 말하길(且告之曰): “이것은(此) 명황제가(明皇帝之) 지킬 수 없었고(不能守而) 도적에게 불탄 것이니(所焚於賊者也, 而) 하물며(況) 나에게는 어떻겠는가(於余乎). 내가(余) 천하에(天下之) 이런 것을 모은 사람을 본 것이(視蓄此者) 많지만(多矣), 삼 대에 이른 사람이 있는가(有能及三世者乎). 그 처음에는(其始) 그것을 구하면서(求之), 구하지 못할 것처럼 하고(若不及), 얻은 뒤에는(旣得) 오직(惟) 잃을 것을 걱정하고(恐失之, 而) 그 자손이(其子孫), 옷과 음식으로 바꾸지 않는 사람이(不以易衣食者) 드물다(鮮矣). 내가(余) 스스로 생각하기에(自度) 이것을 오랫동안 지킬 수 없을 것이고(不能長守此也), 이 때문에(是以) 그대에게 주니(予子), 그대는(子) 장차(將) 어찌(何以) 이것을 지킬 것인가(守之)?”라고 했다.
* 免喪(면상): 부모(父母)의 복 입는 동안이 끝나는 일.
* 捨施(사시): 시주하는 일.
簡曰: “吾以身守之, 吾眼可矐, 吾足可斮, 吾畵不可奪, 若是足以守之歟.” 軾曰: “未也. 足以終子之世而已.” 簡曰: “吾又盟於佛而以鬼守之, 凡取是者, 與凡以是予人者, 其罪如律, 若是足以守之歟.” 軾曰: “未也. 世有無佛而蔑鬼者.” “然則何以守之?” 曰: “軾之以是予子者, 凡以爲先君捨也, 天下豈有無父之人歟. 其誰忍取之. 若其聞是而不悛, 不惟一觀而已, 將必取之然後爲快, 則其人之賢愚, 與廣明之焚此者一也. 全其子孫難矣, 而況能久有此乎. 且夫不可取者, 存乎子, 取不取者, 存乎人, 子勉之矣. 爲子之不可取者而已, 又何知焉.”
유간이 말하길(簡曰): “내가(吾) 몸으로(以身) 지키고(守之), 내 눈이 멀고(吾眼可矐), 내 발이 잘리더라도(吾足可斮), 내 그림을(吾畵) 뺏을 수 없으니(不可奪), 이와 같다면(若是)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足以守之歟).”라고 했다.
내가 말하길(軾曰): “부족하다(未也). 그대의 평생을 끝낼 때까지 충분할 뿐이다(足以終子之世而已).”라고 했다.
유간이 말하길(簡曰): “내가 또(吾又) 부처님께 맹세하고(盟於佛而) 귀신으로(以鬼) 지킬 것이니(守之), 무릇(凡) 이것을 취하는 사람과(取是者, 與) 무릇(凡) 이것을 남에게 주는 사람은(以是予人者), 그 죄가(其罪) 법률에 따를 것이니(如律), 이와 같다면(若是)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足以守之歟).”라고 했다.
내가 말하길(軾曰): “부족하다(未也). 세상에(世) 부처가 없다 여기고 귀신을 업신여기는 사람이 있다(有無佛而蔑鬼者).”라고 했다.
“그렇다면(然則) 어떻게(何以) 지키는가(守之)?”라고 했다.
<내가> 말하길(曰): “내가(軾之) 이것을(以是) 그대에게 주는 것은(予子者), 무릇(凡) 선친을 위해(以爲先君) 포기하는 것이니(捨也), 천하에(天下) 어찌(豈)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有無父之人歟). 그 누가(其誰) 차마 취하겠습니까(忍取之). 만약(若) 그가 이것을 듣고도(其聞是而) 그만두지 않고(不悛), 오직 한 번 볼뿐이 아니고(不惟一觀而已), 장차(將) 반드시(必) 이것을 취하고 나서(取之然後) 마음이 시원해진다면(爲快, 則) 그 사람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은(其人之賢愚), 광명 연간에 이것을 불태우려는 사람과(與廣明之焚此者) 같을 것입니다(一也). 그 자손을(其子孫) 온전히 하기(全) 어려울 것이니(難矣, 而) 하물며(況) 이것을 오래 가질 수 있을까요(能久有此乎). 또(且) 취할 수 없다는 것은(夫不可取者), 그대에게 있는 것이고(存乎子), 가져가고 가져가지 않는 것은(取不取者), 남에게 달린 것이니(存乎人), 그대가(子) 힘써야 할 것입니다(勉之矣). 그대가(爲子之) 취할 수 없게 할 수 있을 뿐이니(不可取者而已), 또(又) 어찌(何) 알까요(知焉).”라고 했다.
旣以予簡, 簡以錢百萬, 度爲閣以藏之. 且畵先君像其上, 軾助錢二十之一, 期以明年冬閣成. 熙寧元年十月日記.
그리고(旣以) 유간에게 주었고(予簡), 유간이(簡) 백만 전으로(以錢百萬), 설계하고(度) 각을 지어(爲閣以) 그것을 보관했다(藏之). 또(且) 선친의 화상을(先君像) 그 위에 그려(畵其上), 내가(軾) 이십 분의 일을 돕고(助錢二十之一), 다음 해 겨울에(以明年冬) 누각이 완성될 것을(閣成) 기약했다(期).
희녕 원년(熙寧元年) 시월에 쓰다(十月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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