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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2 왕희지(王羲之) 난정기(蘭亭記)] 난정에서 모여 지은 시문을 모은 글의 서문

by प्रज्ञा 202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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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년 난정에서 연 시회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禊事也. 群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峻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引以爲流觴曲水.

영화 9년(永和九年) 계축년(歲在癸丑) 늦은 봄 초에(暮春之初), 회계산 북쪽의(會稽山陰之) 난정에 모여(會于蘭亭), 계제사를 지냈다(修禊事也). 여러 어진 사람이(群賢) 모두 오고(畢至), 젊은이와 늙은이가(少長) 함께 모였다(咸集). 이 땅에(此地) 높은 산과 험준한 봉우리가 있고(有崇山峻嶺),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가 있고(茂林修竹), 또(又) 맑은 물과 격한 여울이 있어(有淸流激湍), 반사해서(映) 좌우로 띠처럼 둘렀는데(帶左右), 끌어다가(引以) 잔을 띄울 물을 만들었다(爲流觴曲水).

 

歲在癸丑: 그 해의 간지가 癸丑이라는 말이다.

* 修禊事: 修는 '행하다'라는 뜻이고, 禊事는 '계제사의 일'이란 뜻이다. 계제사는 3월 삼짇날 물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신께 빌어 재앙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제사다.

* 流觴曲水(유상곡수): 삼월(三月) 삼짇날, 굽이도는 물에 잔()을 띄워 그 잔이 자기(自己)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던 놀이.

 

列坐其次,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是日也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벌려서(列) 자기 차례대로 앉으니(坐其次), 비록(雖) 관현의 음악이 있는 성대함은 없지만(無絲竹管絃之盛), 한 잔에(一觴) 한 번 읊어(一詠), 또한(亦) 그윽한 정을 펴기에 충분하다(足以暢敍幽情). 이 날은(是日也) 하늘이 맑고(天朗) 기운이 깨끗해서(氣淸), 봄바람이 따스하고 부드러웠다(惠風和暢). 우주의 큰 것을 우러러보고(仰觀宇宙之大), 만물의 무성함을 내려 살피고(俯察品類之盛), 눈을 놀리고 뜻을 달리는 것이(所以遊目騁懷), 듣고 보는 즐거움을(視聽之娛) 마음껏 할 수 있으니(足以極), 참으로(信) 즐길만 했다(可樂也).

 

* 暢敍(창서): 마음을 화창()하게 폄.

* 惠風(혜풍): 화창()하게 부는 봄바람.

* 視聽之娛: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 여기서는 경치를 말한다. 

 

감회가 일어 시를 적다

 

夫人之相與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得, 曾不知老之將至.

무릇(夫) 사람이(人之) 서로 더불어(相與) 일세를 올려보고 내려보는데(俯仰一世), 누군가는(或) 마음에 품은 것에서 취해서(取諸懷抱), 한 방에서 만나 이야기하기도 하고(悟言一室之內); 누군가는(或) 맡겨진 것을 따라서(因寄所託), 육체 바깥에서 떠돌기도 하니(放浪形骸之外), 비록(雖) 취향은(趣舍) 만 가지로 다르고(萬殊), 고요함과 시끄러움은(靜躁) 같지 않지만(不同), 그(其) 만난 것에서 기뻐하는 것을 당해서는(欣於所遇), 잠시(暫) 자기에게서 얻은 것 같고(得於己), 즐거이 스스로 얻어서(快然自得), 늙음이 장차 오는 것을 알지 못한다(曾不知老之將至).

 

* 悟言: 晤言과 같다. 晤는 '만나서 이야기하다'란 뜻이다. 

* 形骸之外(형해지외): ‘육체()의 외면()’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외모()ㆍ체력()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快然(쾌연): 마음이 상쾌()한 모양().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向之所欣, 俛仰之間, 以爲陳迹, 尤不能不以之興懷.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死生亦大矣, 豈不痛哉.

마침내(及其) 이미 권태에 이르러所之旣倦), 정이(情) 일을 따라 옮겨가고(隨事遷), 마음속 느낌이(感慨) 그것을 잇는다(係之矣). 옛날(向之) 즐거운 것이(所欣), 잠깐 사이에(俛仰之間), 지난날의 자취가 되어(以爲陳迹), 더욱(尤)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不能不以之興懷). 하물며(況) 명이 길든 짧든(修短) 자연의 조화를 따르고(隨化), 결국(終) 다함에 이르니(期於盡), 고인이 말하길(古人云) 죽음과 삶도(死生) 또한(亦) 큰 일이다(大矣), 어찌(豈) 슬프지 않겠는가(不痛哉)라고 했다.

 

* 及其(급기): 마침내, 기어이, 드디어

* 感慨(감개): 매우 감격()하여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식()함, 마음속 깊이 사무치게 느낌.

* 俛仰之間(면앙지간): 머리를 숙였다 다시 드는 시간으로, 짧은 시간이란 뜻이다. 俛은 俯와 같다.

* 陳迹(진적): 지난날의 자취.

 

삶과 죽음은 헛되도다

 

每攬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ㆍ殤爲妄作. 後之視今, 亦猶今之視昔,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매번(每) 옛사람이(昔人) 감흥을 일으킨 이유를(興感之由) 알면(攬), 부절 하나를 맞춘 듯하고(若合一契), 고인의 글을 대하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고(未嘗不臨文嗟悼), 마음에 그것을 타일러 달랠 수 없었다(不能諭之於懷). 진실로(固) 죽고 사는 것을 하나로 안다는 것이(一死生) 허황된 것이고(爲虛誕), 팽조와 일찍 죽은 사람이 같다는 것이(齊彭殤) 함부로 지어낸 것이다(爲妄作). 후세 사람이(後之) 지금 사람을 보면(視今), 또한(亦) 지금 사람이(今之) 옛사람을 보는 것과(視昔) 같아서(猶), 슬플 것이다(悲夫). 그러므로(故) 지금 사람을 열거해서(列敍時人), 지은 것을 기록하니(錄其所述), 비록(雖) 세상이 달라지고(世殊) 일이 다르더라도(事異), 감흥을 일으키는 까닭은(所以興懷), 그 한 가지에 이르다(其致一也). 후세의(後之) 보는 사람은(覽者), 또한(亦) 장차(將) 이 글에 감회가 있을 것이다(有感於斯文).

 

* 臨文(임문): 고인의 문장을 읽다, 臨은 글을 읽기 위해서 글 앞에 선다는 뜻이다.

* 虛誕(허탄), 虛妄(허망): 거짓되어 망령()됨, 어이없고 허무()함.

* 齊彭殤: 齊는 '같다'는 뜻이다. 彭(팽)은 팽조로 요임금 때부터 700년을 산 사람이고, 殤(상)은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이야기로 20세가 되기 전에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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