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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3 이밀(李密) 진정표(陳情表)] 조모를 봉양하려고 관직을 사양하면서 올린 글

by प्रज्ञा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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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밀(李密, 224년 ~ 287년)은 중국 삼국시대 건위군 무양(武陽) 출신으로, 자(字)는 영백(令伯), 일명은 건(虔)이다. 진(晉)의 무제(武帝)는 그를 태자선마(太子洗馬)로 삼으려 했으나, 조모(祖母) 유(劉)씨의 병환 때문에 사양하면서 태시(泰始) 3년에 무제(武帝)에게 상주문(上奏文)으로 진정사표를 올렸다. 무제는 감동하여 노비와 식량을 하사하였다. 이밀의 진정표는 효심이 잘 표현한 문장으로,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위키백과>

 

『蜀志』, “李密父早亡, 母何氏更適人. 密見養於祖母, 以孝聞, 侍疾, 日夜未嘗解帶. 蜀平, 晉帝徵爲太子洗馬, 密上表, 帝嘉其誠款, 賜奴婢二人, 使郡縣供祖母奉膳服, 遷漢中太守.”

촉지에(『蜀志』), “이밀의 아버지가(李密父) 일찍 죽고(早亡), 어머니 하씨가(母何氏) 다시(更) 다른 사람에게 갔다(適人). 이밀이(密) 조모에게(於祖母) 길러졌는데(見養, 以) 효도로 이름이 났고(孝聞), 병자를 모시면서(侍疾), 밤낮으로(日夜) 혁대를 풀지 않았다(未嘗解帶). 촉이 평정되고(蜀平), 진나라 무제가(晉帝) 불러서(徵) 태자세마로 삼았는데(爲太子洗馬), 이밀이(密) 표를 올렸고(上表), 무제가(帝) 그 정성 어린 마음에 기뻐서(嘉其誠款), 노비 둘을 내려주고(賜奴婢二人), 군현으로 하여금(使郡縣) 조모를 받들고(供祖母) 음식과 옷을 올리도록 해서(奉膳服), 한중태수로 옮겨줬다(遷漢中太守).”라고 했다.

 

* 誠款(성관), 誠心(성심): 정성(精誠) 어린 마음, 참된 마음

 

나를 길러주신 조모의 노환

 

臣以險釁, 夙遭愍凶, 生孩六月, 慈父見背, 行年四歲, 舅奪母志. 祖母劉閔臣孤弱, 躬親撫養. 臣少多疾病, 九歲不行, 零丁孤苦, 至于成立.

신은(臣) 험한 운명 때문에(以險釁), 일찍이(夙) 재앙을 만나(遭愍凶),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生孩) 6개월 만에(六月), 아버지가(慈父) 돌아가시고(見背), 나이(行年) 4살에(四歲), 외삼촌이(舅) 어머니의 뜻을 빼앗았습니다(奪母志). 할머니 유씨는(祖母劉) 신이 고아가 되고 허약한 것을 걱정해서(閔臣孤弱), 몸소(躬親) 어루만지고 길렀습니다(撫養). 신이(臣) 어려서(少) 질병이 많았는데(多疾病), 9살에도(九歲) 돌아다니지 못하고(不行), 외롭고 의지할 곳 없이(零丁) 가난하게(孤苦), 성인에 이르렀습니다(至于成立).

 

* 險釁(험흔): 험한 운명, 불행. 

* 愍凶(민흉): 부모와 사별한, 즉 부모를 여읜 불행.

* 行年(행년): 먹은 나이.

* 撫養(무양), 撫育(무육): (윗사람이) 잘 돌보아 사랑하여 기름.

* 零丁(영정): 영락()하여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음.

* 孤苦(고고): 외롭고 가난함.

 

旣無叔伯, 終鮮兄弟, 門衰祚薄, 晩有兒息. 外無朞功强近之親, 內無應門五尺之童. 焭焭孑立, 形影相吊, 而劉夙嬰疾病, 常在牀蓐, 臣侍湯藥, 未嘗廢離.

이미(旣) 숙부와 백부가 없고(無叔伯), 또한(終) 형제도 없으며(鮮兄弟), 가문이 쇠퇴하고(門衰) 복이 박해서(祚薄), 늦게야(晩) 자식이 있습니다(有兒息). 밖으로(外) 가까운 친척이 없고(無朞功强近之親), 안으로(內) 손님을 응대할 아이도 없습니다(無應門五尺之童). 의지할 곳 없이(焭焭) 외롭게 살면서(孑立), 몸과 그림자가(形影) 서로 안부를 물었고(相吊, 而) 유씨가(劉) 일찍이(夙) 질병에 걸려서(嬰疾病), 늘(常) 침상에 계시니(在牀蓐), 신이 탕약을 달여 올리고(臣侍湯藥), 일찍이 버리고 떠난 적이 없습니다(未嘗廢離).

 

* 朞功强近之親: 상()을 당하였을 때 기복()이나 공복()을 입는 가까운 친척().

* 應門五尺之童: 문() 앞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아이.

* 焭焭(경경): 홀로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모양, 孑立(요립): 외롭게 서다. 외롭게 살아가다.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逮奉聖朝, 沐浴淸化, 前太守臣逵, 察臣孝廉, 後刺史臣榮, 擧臣秀才, 臣以供養無主, 辭不赴命, 會詔書特下, 拜臣郞中, 尋蒙國恩, 除臣洗馬, 猥以微賤, 當侍東宮. 

지금 조정을 받드는데 이르러(逮奉聖朝), 맑은 교화를 몸에 받았는데(沐浴淸化), 이전(前) 태수 규가(太守臣逵), 신의 효행과 청렴을 추천하고(察臣孝廉), 나중에(後) 자사 영이(刺史臣榮), 신을 수재로 천거했습니다(擧臣秀才), 신에게(臣) 공양에 주로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以供養無主), 사양하고(辭) 나아가지 않았는데(不赴命), 마침(會) 조서가 특별히 내려져서(詔書特下), 신을 낭중에 임명하고(拜臣郞中), 얼마 지나지 않아(尋) 나라의 은혜를 입어(蒙國恩), 신을 세마에 임명했습니다(除臣洗馬), 외람되게도(猥以) 미천하지만(微賤), 동궁을 모시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當侍東宮). 

 

* 沐浴淸化(목욕청화): 몸을 씻듯이 맑은 교화를 받다.

* 孝廉(효렴): 효행()과 염직(). 효행()이 있는 사람과 청렴()한 사람.

* 赴命(박명): 명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다.

* 尋蒙: 尋은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의 뜻이다. 

* 除臣洗馬: 除는 옛날 관직을 제거하고 새로운 관직에 임명한다는 뜻한다. 洗馬(세마)는 태자가 동궁을 나설 때 말을 타고 선도하는 것에서 유래한 관직 이름이다. 

 

非臣隕首所能上報. 臣具以表聞, 辭不就職, 詔書切峻, 責臣逋慢, 郡縣逼迫, 催臣上道, 州司臨門, 急於星火. 臣欲奉詔奔馳, 則以劉病日篤, 欲苟順私情, 則告訴不許, 臣之進退, 實爲狼狽.

신이 목숨을 바쳐도(臣隕首)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所能上報). 신이(臣) 자세히(具以) 표문을 올리고(表聞), 사양하여(辭) 관직에 나아가지 않으니(不就職), 조서가(詔書) 절실하고 준엄하여(切峻), 신이 피하고 게으른 것을(臣逋慢) 책망하고(責), 군현에서(郡縣) 핍박하여(逼迫), 신이 길에 오르기를 재촉하고(催臣上道), 주의 관리들이(州司) 문에 와서(臨門), 급하기가(急) 성화에 비할 것입니다(於星火). 신이(臣) 조서를 받들어(奉詔) 빨리 달려가고 싶지만(奔馳, 則) 유씨의 병이(劉病) 날로 심해지기 때문에(日篤), 구차하게(苟) 사사로운 정을 따르고자 했지만(順私情, 則) 하소연해도 허락하지 않기에(告訴不許), 신의 진퇴가(臣之進退), 실로(實) 딱하게 되었습니다(爲狼狽).

 

* 隕首(운수): '머리를 자르다, 목숨을 바치다'란 뜻이다. 隕은 '떨어지다'란 뜻이다. 

* 星火(성화): 유성()이 떨어질 때의 불빛, 몹시 급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奔馳(분치): 빨리 달림.

* 狼狽(낭패): 계획()하거나 기대(期待)한 일이 실패()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됨. 

 

위중한 조모를 돌보려 벼슬에 나아가지 못함

 

伏惟聖朝以孝治天下, 凡在故老, 猶蒙矜育, 況臣孤苦特爲尤甚. 且臣少事僞朝, 歷職郞暑, 本圖宦達, 不矜名節. 今臣亡國之賤俘, 至微至陋, 過蒙拔擢, 豈敢盤桓, 有所希冀. 

엎드려 생각하건대(伏惟) 지금 조정이(聖朝) 효로써(以孝) 천하를 다스리고(治天下), 평범한 노인도(凡在故老), 오히려(猶) 가엾게 여겨 보살핌을 받는데(蒙矜育), 하물며(況) 신처럼 외롭고 가난한 사람이(臣孤苦) 특히(特) 더욱 심하게 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爲尤甚). 또한(且) 신이 젊어서(臣少) 가짜 나라(촉)를 섬겨(事僞朝), 낭서의 직책을 역임했지만(歷職郞暑), 본래(本) 관리로 출세하기를 도모한 것이고(圖宦達), 명예와 절개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습니다(不矜名節). 지금(今) 신은(臣) 망국의 천한 포로이고(亡國之賤俘), 지극히 미천하고(至微) 지극히 비루한데도(至陋), 과분하게 발탁되었으니(過蒙拔擢), 어찌(豈) 감히(敢) 우물쭈물하며(盤桓), 바라는 것이 있겠습니까(有所希冀). 

 

* 矜育(긍육): 가엾게 여기어 기름.

* 孤苦(고고): 외롭고 가난함.

* 宦達(관달): 관리()로서 입신()함.

* 盤桓(반환): 어정어정 머뭇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멀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일,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우물쭈물하는 일.

 

但以劉日薄西山, 氣息奄奄, 人命危淺, 朝不慮夕. 臣無祖母, 無以至今日, 祖母無臣, 無以終餘年, 母孫二人, 更相爲命, 是以區區不能廢遠.

다만(但) 유씨가(以劉) 해가(日) 서산에 지는 것처럼(薄西山), 숨이 곧 끊어지려는 듯이 약하고(氣息奄奄), 목숨이 위급하니(人命危淺), 아침에(朝) 저녁 일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不慮夕). 신에게(臣) 조모가 없다면(無祖母), 오늘에 이를 수 없었고(無以至今日), 조모에게(祖母) 신이 없다면(無臣), 남은 생을 마칠 수 없으니(無以終餘年), 조모와 손자 두 사람은(母孫二人), 곧(更) 서로(相) 목숨이 되니(爲命), 이 때문에(是以) 구차하게(區區) 버리고 멀리 갈 수 없습니다(不能廢遠).

 

* 奄奄(엄엄): 숨이 곧 끊어지려고 하거나 몹시 약()한 모양().

* 區區(구구): 떳떳하지 못하고 구차()스러움.

 

봉양할 날이 많지 않기에 너그럽게 이해하시길 

 

臣密今年四十有四, 祖母劉今九十有六, 是臣盡節於陛下之日, 長, 報劉之日, 短也. 烏鳥私情, 願乞終養, 臣之辛苦, 非獨蜀之人士, 及二州牧伯所見明知. 

신 이밀이(臣密) 지금(今) 나이 44살이고(年四十有四), 조모 유씨가(祖母劉) 지금(今) 96살이니(九十有六), 이것은(是) 신이(臣) 폐하께 충절을 다할 날이(盡節於陛下之日), 길고(長), 유씨에게 보답할(報劉之) 날이(日), 짧습니다(短也). 까마귀가 <어미새에게 보답하는> 사사로운 정으로(烏鳥私情), 원컨대(願) 끝까지 봉양하기를(終養) 바라오니(乞), 신의 심한 괴로움은(臣之辛苦), 촉나라 사람뿐만 아니라(非獨蜀之人士), <양주와 익주> 두 주의 태수까지도(及二州牧伯) 보아서 잘 아는 것입니다(所見明知).

 

皇天后土實所共鑑. 願陛下矜憫愚誠, 聽臣微志, 庶劉僥倖, 卒保餘年, 臣生當隕首, 死當結草. 臣不勝怖懼之情, 謹拜表以聞.

천지의 신령이(皇天后土) 실로(實) 함께 보는 것입니다(所共鑑). 원컨대(願) 폐하께서(陛下) 어리석은 저를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시고(矜憫愚誠), 신의 미천한 뜻을 들어주시어(聽臣微志), 바라건대(庶) 유씨가 요행히(劉僥倖), 겨우(卒) 여생을 보전하게 한다면(保餘年), 신이(臣) 살아서는(生) 마땅히 목숨을 바치고(當隕首), 죽어서는(死) 마땅히 결초보은 하겠습니다(當結草). 신이(臣)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不勝怖懼之情), 삼가(謹) 절을 올리고(拜) 표를 써서(表以) 아룁니다(聞).

 

* 皇天后土(황천후사): 천지의 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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