因東說齊宣王曰: "齊南有泰山, 東有琅邪, 西有淸河, 北有勃海, 北所謂四塞之國也. 齊地方二千餘里, 帶甲數十萬, 粟如丘山. 三軍之良, 五家之兵, 進如鋒矢, 戰如雷霆, 解如風雨. 即有軍役, 未嘗倍泰山, 絶淸河, 涉勃海也.
잇달아(因) 동으로 가서(東) 제나라 선왕에게 유세하여 말하길(說齊宣王曰): "젠나라에는(齊) 남으로(南) 태산이 있고(有泰山), 동으로 낭야가 있고(東有琅邪), 서로 청하가 있고(西有淸河), 북으로 발해가 있고(北有勃海), 이른바(北所謂) 사방이 막힌 요새의 나라입니다(四塞之國也). 제나라의 땅이(齊地) 사방 2,000여 리이고(方二千餘里), 무장한 장졸이(帶甲) 수십 만이고(數十萬), 곡식이 산더미 같습니다(粟如丘山). 삼군의 정예와(三軍之良), 오가의 군대가(五家之兵), 나아가는 것이(進) 날카로운 화살 같고(如鋒矢), 싸우는 것이(戰) 천둥과 벼락이 치는 듯하고(如雷霆), 흩어지는 것이 비바람 같습니다(解如風雨). 곧(即) 전쟁이 있더라도(有軍役), 일찍이 태산을 등진 적이 없고(未嘗倍泰山), 청하를 끊고(絶淸河), 발해를 건넌 적이 없습니다(涉勃海也).
* 四塞(사색): 사방(四方)으로 산이나 강이 둘러 싸여서 외적(外敵)이 침입(侵入)하기 힘든 요새(要塞).
臨菑之中七萬戶, 臣竊度之, 不下戶三男子, 三七二十一萬, 不待發於遠縣, 而臨菑之卒固已二十一萬矣. 臨菑甚富而實, 其民無不吹竽鼓瑟, 彈琴擊筑, 鬬雞走狗, 六博蹋鞠者. 臨菑之塗, 車轂擊, 人肩摩, 連衽成帷, 擧袂成幕, 揮汗成雨, 家殷人足, 志高氣揚. 夫以大王之賢與齊之彊天下莫能當. 今乃西面而事秦臣竊爲大王羞之."
임치 가운데(臨菑之中) 7만 호가 있고(七萬戶), 신이(臣) 가만히 그것을 헤아려 보니(竊度之), 가구에 남자 셋 아래가 아니고(不下戶三男子), 3*7은 21만 명이고(三七二十一萬), 먼 고을에서(於遠縣)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不待發, 而) 임치의 병졸이(臨菑之卒) 진실로(固) 이미(已) 21만 명입니다(二十一萬矣). 임치가(臨菑) 매우 부유하고 튼튼해서(甚富而實), 그 백성 중에(其民) 피리 불고 북을 치고(吹竽鼓瑟), 금을 타고 비파를 타고(彈琴擊筑), 닭싸움하고 사냥하고(鬬雞走狗), 도박하고 공놀이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無不六博蹋鞠者). 임치의 길은(臨菑之塗), 수레바퀴가 부딪치고(車轂擊), 사람의 어깨가 스치고(人肩摩), 옷섶이 이어져(連衽) 휘장을 이루고(成帷), 소매를 들어 장막을 이루고(擧袂成幕), 땀이 뿌려져 비를 이루고(揮汗成雨), 집이 부유하고(家殷) 사람이 풍족하고(人足), 뜻이 높고(志高) 기운이 드러납니다(氣揚). 무릇(夫) 대왕의 현명함과 제나라의 강함으로(以大王之賢與齊之彊) 천하에(天下) 누구다 당하지 못합니다(莫能當). 지금 이에(今乃) 서면하고(西面而) 진나라를 섬기는 것은(事秦) 신이 절실하게(臣竊) 대왕을 위해(爲大王) 부끄럽게 여깁니다(羞之)."라고 했다.
* 走狗(주구): ‘달음질하는 개’라는 뜻으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를 이르는 말, 남의 사주(四柱)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
* 蹋鞠(답국), 蹴鞠(축국): 옛날 어린아이들이 가죽으로 만든 공을 차던 놀이, 격구.
* 揮汗(휘한): 땀을 뿌림.
"且夫韓·魏之所以重畏秦者, 爲與秦接境壤界也. 兵出而相當, 不出十日而戰勝存亡之機決矣. 韓·魏戰而勝秦, 則兵半折, 四境不守; 戰而不勝, 則國已危亡隨其後. 是故韓·魏之所以重與秦戰, 而輕爲之臣也.
"또(且) 저(夫) 한나라와 위나라가(韓·魏之) 진나라를 매우 두려워하는 까닭은(所以重畏秦者), 진나라와 경계를 맞대고 있기 때문입니다(爲與秦接境壤界也). 군대를 내보내(兵出而) 서로 대적하면(相當), 내보낸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不出十日而) 전쟁의 승패와(戰勝) 존망의 기틀이(存亡之機) 결정됩니다(決矣). 한나라와 위나라가 싸워서(韓·魏戰而) 진나라를 이기면(勝秦, 則) 군대의 반이 꺾이고(兵半折), 사방 경계를 지킬 수 없고(四境不守); 전쟁해서 이기지 못하면(戰而不勝, 則) 나라가(國) 이미(已) 위태롭고(危) 멸망이 그 뒤를 따릅니다(亡隨其後). 이 때문에(是故) 한나라와 위나라가(韓·魏之) 진나라와의 싸움을(與秦戰) 무겁게 여겨서(所以重, 而) 신하기 되는 것을 가벼이 여겼습니다(輕爲之臣也).
今秦之攻齊則不然. 倍韓·魏之地, 過衞陽晉之道, 徑乎亢父之險, 車不得方軌, 騎不得比行, 百人守險, 千人不敢過也. 秦雖欲深入, 則狼顧, 恐韓·魏之議其後也. 是故恫疑虛猲, 驕矜而不敢進, 則秦之不能害齊亦明矣."
지금(今) 진나라가(秦之) 제나라를 공격한다면(攻齊則) 그렇지 않습니다(不然). 한나라와 위나라의 땅을 등지고(倍韓·魏之地), 위나라 양진의 길을 건너(過衞陽晉之道), 항보의 험지를 지나니(徑乎亢父之險), 수레가 나란히 지날 수 없고(車不得方軌), 기마가(騎) 나란히 갈 수 없고(不得比行), 100명이 험한 곳을 지키면(百人守險), 1,000명이 감히 지나가지 못합니다(千人不敢過也). 진나라가(秦) 비록(雖) 깊이 들어오려고 해도(欲深入, 則) 뒤를 돌아보며(狼顧), 한나라와 위나라가(韓·魏之) 그 뒤를 모의할 것을 두려워합니다(恐議其後也). 이 때문에(是故) 두려워하고 의심하며(恫疑) 허세 부리고 협박하며(虛猲), 교만하게 굴면서도(驕矜而) 감히 나아가지 못하니(不敢進, 則) 진나라가(秦之) 제나라를 해칠 수 없는 것이(不能害齊) 또한(亦) 분명합니다(明矣)."
* 狼顧(낭고): ‘이리는 뒤를 잘 돌아본다.’는 뜻으로, 경계(警戒)하거나 무서워하여 뒤를 돌아봄을 이르는 말.
* 驕矜(교긍): 교만(驕慢)하고 자부(自負)함. 또는 교만(驕慢)하고 자부(自負)하는 생각.
"夫不深料秦之無奈齊何, 而欲西面而事之, 是羣臣之計過也. 今無臣事秦之名而有彊國之實, 臣是故願大王少留意計之."
"무릇(夫) 진나라가(秦之) 제나라를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無奈齊何) 깊이 헤아리지 않고(不深料, 而) 서면하여 섬기려 한다면(欲西面而事之), 이것은(是) 여러 신하의 계책이(羣臣之計) 잘못된 것입니다(過也). 지금(今) 신하로 진나라를 섬기는 이름이 없을 것이고(無臣事秦之名而) 강한 나라의 실리가 있을 것이니(有彊國之實), 신은(臣) 이 때문에(是故) 원컨대(願) 대왕께서(大王) 조금이라도(少) 뜻을 두어(留意)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計之)."
齊王曰: "寡人不敏, 僻遠守海, 窮道東境之國也, 未嘗得聞餘敎. 今足下以趙王詔詔之, 敬以國從."
제나라 왕이 말하길(齊王曰): "과인이 불민하여(寡人不敏), 한쪽에 치우친 변방에서(僻遠) 바다를 지키고(守海), 길이 다한(窮道) 동쪽 변방의 나라이니(東境之國也), 일찍이 나를 가르치는 것을 듣지 못했다(未嘗得聞餘敎). 지금(今) 그대가(足下) 조왕의 조서로(以趙王詔) 가르쳐주니(詔之), 공경하여(敬以) 나라가 따르겠소(國從)."라고 했다.
* 僻遠(벽원): 한쪽으로 치우쳐 외지고 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