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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사기열전(史記列傳)

[사기열전(史記列傳) 86 자객열전(刺客列傳) 1/2]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by प्रज्ञा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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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지맹(曹沫之盟) / 목숨을 건 비지니스

1 曹沫者, 魯人也, 以勇力事魯莊公. 莊公好力. 曹沫爲魯將, 與齊戰, 三敗北. 魯莊公懼, 乃獻遂邑之地以和. 猶復以爲將. 

1 조말은(曹沫者), 노나라 사람이고(魯人也), 용맹함과 힘으로(以勇力) 노 장공을 모셨다(事魯莊公). 장공은(莊公) 힘을 좋아했다(好力). 조말이(曹沫) 노나라 장수가 되어(爲魯將), 제나라와 싸워서(與齊戰), 세 번 졌다(三敗北). 노 장공이 두려워하여(魯莊公懼), 이에(乃) 수읍의 땅을 바치고(獻遂邑之地以) 화친했다(和). 오히려(猶) 다시(復) <조말을> 장군으로 삼았다(以爲將). 


2 齊桓公許與魯會于柯而盟. 桓公與莊公既盟於壇上, 曹沫執匕首劫齊桓公, 桓公左右莫敢動, 而問曰: "子將何欲?" 曹沫曰: "齊彊魯弱, 而大國侵魯亦甚矣. 今魯城壞即壓齊境, 君其圖之." 桓公乃許盡歸魯之侵地. 既已言, 曹沫投其匕首, 下壇, 北面就群臣之位, 顏色不變, 辭令如故. 桓公怒, 欲倍其約. 管仲曰: "不可. 夫貪小利以自快, 棄信於諸侯, 失天下之援, 不如與之." 於是桓公乃遂割魯侵地, 曹沫三戰所亡地盡復予魯. 

2 제 환공이(齊桓公) 노나라와(與魯) 가에 모여서 맹약하는 것을(會于柯而盟) 허락했다(許). 환공과 장공이(桓公與莊公) 단상에서 맹약하고 나서(既盟於壇上), 조말이(曹沫) 비수를 들고(執匕首) 제 환공을 협박해서(劫齊桓公), 환공의 측근이(桓公左右)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자(莫敢動, 而) 묻기를(問曰): "그대는 장차(子將)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何欲)?"라고 했다.

조말이 말하길(曹沫曰): "제나라가 강하고(齊彊) 노나라가 약한데(魯弱, 而) 큰 나라가(大國) 노나라를 침범한 것은(侵魯) 또한 너무 심합니다(亦甚矣). 지금(今) 노나라 성이 무너지면(魯城壞) 곧(即) 제나라 국경을 누를 정도이니(壓齊境), 임금께서(君) 그것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其圖之)."라고 했다.

환공이 이에(桓公乃) 노나라가 침략당한 땅을(魯之侵地) 모두 돌려줄 것을(盡歸) 허락했다(許). 말을 마치고 나서(既已言), 조말이(曹沫) 그 비수를 던지고(投其匕首), 단을 내려와(下壇), 북면하고(北面) 여러 신하의 자리에 나아갔는데(就群臣之位), 안색이 변하지 않고(顏色不變), 말소리가(辭令) 전과 같았다(如故). 환공이 화를 내어(桓公怒), 그 약속을 뒤집으려고 했다(欲倍其約).

관중이 말하길(管仲曰): "안됩니다(不可). 무릇(夫) 작은 이익을 탐해서(貪小利以) 스스로 만족하고(自快), 제후에게 신의를 버린다면(棄信於諸侯), 천하의 지지를 잃으니(失天下之援), 주는 것만 못합니다(不如與之)."라고 했다.

이에(於是) 환공이(桓公乃) 마침내(遂) 노나라의 침략당한 땅을 떼어 주고(割魯侵地), 조말이(曹沫) 세 번 싸워서(三戰) 잃은 땅을(所亡地) 노나라에 모두 다시 주었다(盡復予魯). 

 

* 辭令(사령): 남을 맞아 접대할  쓰는 형식적인 말, 임명이나 해임 등에 관련된 공식적인 발령

 

어복장검(漁腹長劍)

3 其後百六十有七年而吳有專諸之事. 

3 그 뒤로(其後) 167년이 지나(百六十有七年而) 오나라에(吳) 전제의 일이 있었다(有專諸之事). 

 

4 專諸者, 吳堂邑人也. 伍子胥之亡楚而如吳也, 知專諸之能. 伍子胥既見吳王僚, 說以伐楚之利. 吳公子光曰: "彼伍員父兄皆死於楚而員言伐楚, 欲自爲報私讎也, 非能爲吳." 吳王乃止. 伍子胥知公子光之欲殺吳王僚, 乃曰: "彼光將有內志, 未可說以外事." 乃進專諸於公子光. 

4 전제는(專諸者), 오나라 당읍 사람이다(吳堂邑人也). 오자서가(伍子胥之) 초나라에서 도망가서(亡楚而) 오나라에 갔을 때(如吳也), 전제의 능력을 알아봤다(知專諸之能). 오자서가(伍子胥) 오왕 료를 만나고 나서(既見吳王僚), 초나라를 치는 이익을 설득했다(說以伐楚之利).

오공자 광이 말하길(吳公子光曰): "저(彼) 오자서는(伍員) 부모와 형제가(父兄) 모두(皆) 초나라에서 죽었고(死於楚而) 오자서가(員) 초나라를 치자고 말하는 것은(言伐楚), 자기를 위해(自爲) 사사로운 원한을 갚으려는 것이니(報私讎也), 오나라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非能爲吳)."라고 했다.

오왕이(吳王) 이에 그만두었다(乃止). 오자서는(伍子胥) 공자 광이(公子光之) 오왕 료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欲殺吳王僚) 알고(知), 이에 말하길(乃曰): "저(彼) 공자 광에게는(光) 장차(將) 숨긴 뜻이 있으니(有內志), <나라> 밖의 일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未可說以外事)."라고 했다.

이에(乃) 공자 광에게(於公子光) 전제를 추천했다(進專諸)


5 光之父曰吳王諸樊. 諸樊弟三人: 次曰餘祭, 次曰夷眛, 次曰季子札. 諸樊知季子札賢而不立太子, 以次傳三弟, 欲卒致國于季子札. 諸樊既死, 傳餘祭. 餘祭死, 傳夷眛. 夷眛死, 當傳季子札; 季子札逃不肯立, 吳人乃立夷眛之子僚爲王. 公子光曰: "使以兄弟次邪, 季子當立; 必以子乎, 則光真適嗣, 當立." 故嘗陰養謀臣以求立. 

5 광의 아버지는(光之父) 오왕 제번이다(曰吳王諸樊). 제번의 동생이(諸樊弟) 세 명인데(三人): 바로 아래는(次) 여제이고(曰餘祭), 다음은(次) 이매이고(曰夷眛), 다음은(次) 계자찰이다(曰季子札). 제번은(諸樊) 계찰이 현명한 것을 알고(知季子札賢而) 태자를 세우지 않고(不立太子, 以) 차례로(次) 세 동생에게 전해서(傳三弟), 결국(卒) 나라가 계찰에게 이르도록 하려고 했다(致國于季子札). 제번이 죽고 나서(諸樊既死), 여제에게 전했다(傳餘祭). 여제가 죽고(餘祭死), 이매에게 전했다(傳夷眛). 이매가 죽고(夷眛死), 마땅히(當) 계자찰에게 전했는데(傳季子札); 계자찰이(季子札) 도망가서(逃) 즉위하기를 달가워하지 않으니(不肯立), 오나라 사람들이(吳人) 이에(乃) 이매의 아들 료를 세워(立夷眛之子僚) 왕으로 삼았다(爲王).

공자광이 말하길(公子光曰): "만약(使) 형제의 순서로 하면(以兄弟次邪), 계자가 마땅히 즉위해야 하는데(季子當立); 반드시(必) 자식으로 하면(以子乎, 則) 내가(光) 참으로(真) 적손이고(適嗣), 마땅히 즉위해야 한다(當立)."라고 했다.

그러므로(故) 일찍이(嘗) 은밀하게(陰) 모신을 길러(養謀臣以) 즉위할 방법을 찾았다(求立). 

 

* 適嗣(적사): 정처(正妻) 소생의 장자(長子). 適은 嫡과 같다.


6 光既得專諸, 善客待之. 九年而楚平王死. 春, 吳王僚欲因楚喪, 使其二弟公子蓋餘、屬庸將兵圍楚之灊; 使延陵季子於晉, 以觀諸侯之變. 楚發兵絕吳將蓋餘、屬庸路, 吳兵不得還. 於是公子光謂專諸曰: "此時不可失, 不求何獲! 且光真王嗣, 當立, 季子雖來, 不吾廢也." 專諸曰: "王僚可殺也. 母老子弱, 而兩弟將兵伐楚, 楚絕其後. 方今吳外困於楚, 而內空無骨鯁之臣, 是無如我何." 公子光頓首曰: "光之身, 子之身也." 

6 광이(光) 전제를 얻고 나서(既得專諸), 그를 빈객으로 잘 대우했다(善客待之). 9년이 지나(九年而) 초 평왕이 죽었다(楚平王死). 봄에(春), 오왕 료가(吳王僚) 초나라의 초상을 틈타(欲因楚喪), 두 동생인 공자 개여와 촉용으로 하여금(使其二弟公子蓋餘、屬庸) 군사를 이끌고(將兵) 초나라의 잠을 포위하도록 하고(圍楚之灊); 연릉의 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서(使延陵季子於晉, 以) 제후의 변화를 살폈다(觀諸侯之變). 초나라가(楚) 군대를 일으켜(發兵) 오나라 장수 개여와 촉용의 길을 끊었고(絕吳將蓋餘、屬庸路), 오나라 병사가(吳兵) 돌아오지 못했다(不得還).

이에(於是) 공자 광이(公子光) 전제에게 말하길(謂專諸曰): "이때를 잃을 수 없으니(此時不可失), 구하지 않으면(不求) 무엇을 얻겠는가(何獲)! 또(且) 광이(光) 참으로(真) 왕의 적손이니(王嗣), 마땅히 즉위해야 하고(當立), 계자가(季子) 비록 오더라도(雖來), 나를 폐하지 못할 것이다(不吾廢也)."라고 했다.

전제가 말하길(專諸曰): "오왕 료를 죽일 수 있습니다(王僚可殺也). 어머니가 늙고(母老) 자식이 어리며(子弱, 而) 두 동생이(兩弟) 군대를 이끌고(將兵) 초나라를 쳤는데(伐楚), 초나라가 그 뒤를 끊었습니다(楚絕其後). 바야흐로(方0 지금(今) 오나라가(吳) 바깥에서(外) 초나라에 어려움을 당하고(困於楚, 而) 안으로(內) 비어(空) 바른말하는 신하가 없으니(無骨鯁之臣), 이것은(是) 우리가 어찌할 것이 없습니다(無如我何)."라고 했다.

공자 광이(公子光)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길(頓首曰): "나의 몸이(光之身), 그대의 몸입니다(子之身也)."라고 했다. 

 

* 骨鯁之臣(골경지신):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듣기에 괴로운 직언을 하는 강직한 신하. 骨鯁은 생선의 뼈.


7 四月丙子, 光伏甲士於窟室中, 而具酒請王僚. 王僚使兵陳自宮至光之家, 門戶階陛左右, 皆王僚之親戚也. 夾立侍, 皆持長鈹. 酒既酣, 公子光詳爲足疾, 入窟室中, 使專諸置匕首魚炙之腹中而進之. 既至王前, 專諸擘魚, 因以匕首刺王僚, 王僚立死. 左右亦殺專諸, 王人擾亂. 公子光出其伏甲以攻王僚之徒, 盡滅之, 遂自立爲王, 是爲闔閭. 闔閭乃封專諸之子以爲上卿. 

7 4월 병자일에(四月丙子), 광이(光) 지하실 가운데(於窟室中) 갑사를 숨기고(伏甲士, 而) 술을 준비해서(具酒) 왕 료를 청했다(請王僚). 왕 료가(王僚) 군사들로 하여금(使兵) 궁에서 광의 집까지 진을 치도록 하고(陳自宮至光之家), 문과 계단 주변은(門戶階陛左右), 모두(皆) 왕 료의 친적이 있었다(王僚之親戚也). 좌우에 서서 모셨는데(夾立侍), 모두(皆) 긴 칼을 가지고 있었다(持長鈹). 술자리가 무르익고 나서(酒既酣), 공자 광이(公子光) 거짓으로(詳) 발이 아프다고 하며(爲足疾), 지하실에 들어가(入窟室中), 전제로 하여금(使專諸) 요리한 생선 배에 비수를 두고(置匕首魚炙之腹中而) 그에게 올렸다(進之). 왕 앞에 이르고 나서(既至王前), 전제가(專諸) 생선을 찢고(擘魚), 이에(因) 비수로(以匕首) 왕 료를 찌르니(刺王僚), 왕 료가 서서 죽었다(王僚立死). 측근들도 또한(左右亦) 전제를 죽였지만(殺專諸), 왕의 사람들이 어지러워지자(王人擾亂). 공자 광이(公子光) 그 매복한 군사를 나가게 해서(出其伏甲以) 왕 료의 무리를 공격해서(攻王僚之徒), 모두 없애고(盡滅之), 마침내(遂) 스스로 즉위해서(自立) 왕이 되니(爲王), 이 사람이(是) 합려다(爲闔閭). 합려가 이에(闔閭乃) 전제의 자식을 봉해서(封專諸之子) 상경으로 삼았다(以爲上卿).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8 其後七十餘年而晉有豫讓之事. 

8 그 뒤(其後) 7년이 지나(七十餘年而) 진나라에(晉) 예양의 일이 있었다(有豫讓之事). 


9 豫讓者, 晉人也, 故嘗事范氏及中行氏, 而無所知名. 去而事智伯, 智伯甚尊寵之. 及智伯伐趙襄子, 趙襄子與韓、魏合謀滅智伯, 滅智伯之後而三分其地. 趙襄子最怨智伯, 漆其頭以爲飲器. 豫讓遁逃山中, 曰: "嗟乎! 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今智伯知我, 我必爲報讎而死, 以報智伯, 則吾魂魄不愧矣." 乃變名姓爲刑人, 入宮涂廁, 中挾匕首, 欲以刺襄子. 襄子如廁, 心動, 執問涂廁之刑人, 則豫讓, 內持刀兵, 曰: "欲爲智伯報仇!" 左右欲誅之. 襄子曰: "彼義人也, 吾謹避之耳. 且智伯亡無後, 而其臣欲爲報仇, 此天下之賢人也." 卒醳去之. 

9 예양은(豫讓者), 진나라 사람이고(晉人也), 그러로(故) 일찍이(嘗)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지만(事范氏及中行氏, 而) 이름이 알려진 것이 없었다(無所知名). 떠나서(去而) 지백을 모셨는데(事智伯), 지백이(智伯) 매우 존경하고 아꼈다(甚尊寵之). 지백이 조양자를 칠 때(及智伯伐趙襄子), 조양자가(趙襄子) 한나라, 위나라와 함께(與韓、魏) 모의하여(合謀) 지백을 없애고(滅智伯), 지백의 후손까지 없애고(滅智伯之後而) 그 땅을 셋으로 나누었다(三分其地). 조양자가(趙襄子) 지백에게 가장 원한이 깊어서(最怨智伯), 그 머리에 옻칠해서(漆其頭) 술잔으로 썼다(以爲飲器).

예양이(豫讓) 산중으로 도망가서(遁逃山中), 말하길(曰): "아(嗟乎)! 선비가(士)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爲知己者) 죽고(死), 여자는(女) 자기를 사랑해 준 사람을 위해(爲說己者) 꾸민다(容). 지금(今) 지백이(智伯) 나를 알아주었으니(知我), 내가(我) 반드시(必) 원수를 갚고서 죽어서(爲報讎而死, 以) 지백에게 보답한다면(報智伯, 則) 내 영혼이(吾魂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不愧矣)."라고 했다.

이에(乃) 이름과 성을 바꿔서(變名姓) 죄수가 되어(爲刑人), 궁에 들어가(入宮) 변소의 벽을 발랐는데(涂廁), 가슴에 비수를 품고(中挾匕首), 조양자를 찌르려고 했다(欲以刺襄子).

조양자가(襄子) 변소에 가는데(如廁), 마음이 심란해서(心動), 벽을 바르는 죄수를(涂廁之刑人) 붙잡아 물었는데(執問, 則) 예양이었고(豫讓), 몸에(內) 칼을 지니고서 말하길(持刀兵, 曰):"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欲爲智伯報仇)!"라고 했다. 

측근들이(左右) 죽이려고 했다(欲誅之).

조양자가 말하길(襄子曰): "저 사람은(彼) 의인이니(義人也), 내가(吾) 삼가(謹) 그를 피할 뿐이다(避之耳). 또(且) 지백에게(智伯) 후사가 없어서(亡無後, 而) 그 신하가 원수를 갚으려고 했으니(其臣欲爲報仇), 이것은(此) 천하의 현인이다(天下之賢人也)."라고 했다. 마침내(卒) 풀어주고 떠나도록 했다(醳去之). 

 

* 趙襄子與韓魏合謀滅智伯(조양자여한위합모멸지백): 기원전 453년에 진(晉)나라의 3경(卿)인 한호(韓虎,한강자(韓康子)), 위구(魏駒,위환자(魏桓子)), 조맹(趙孟,조무휼(趙無恤),조양자(趙襄子))이 당시 진(晉)의 최대 실권자이자 최대의 영토를 보유한 지백(知伯) 요(瑤)를 죽이고 지씨(知氏) 일문을 멸문시킨 다음 그 영토를 공평하게 나눔으로써 사실상 진(晉)나라를 삼분하고 단일 국가로 독립(삼진(三晉)의 성립)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칠신탄탄(漆身呑炭)

10 居頃之, 豫讓又漆身爲厲, 吞炭爲啞, 使形狀不可知, 行乞於市. 其妻不識也. 行見其友, 其友識之, 曰: "汝非豫讓邪?" 曰: "我是也." 其友爲泣曰: "以子之才, 委質而臣事襄子, 襄子必近幸子. 近幸子, 乃爲所欲, 顧不易邪?何乃殘身苦形, 欲以求報襄子, 不亦難乎!" 豫讓曰: "既已委質臣事人, 而求殺之, 是懷二心以事其君也. 且吾所爲者極難耳! 然所以爲此者, 將以愧天下後世之爲人臣懷二心以事其君者也." 

10 얼마 뒤(居頃之), 예양이 또(豫讓又) 몸에 옻칠을 하고(漆身) 나병환자로 꾸미고(爲厲), 숯을 삼켜(吞炭) 벙어리가 되니(爲啞), 형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고(使形狀不可知), 돌아다니며(行) 시장에서 구걸했다(乞於市). 그 처도(其妻) 알아보지 못했다(不識也).

길을 나서(行) 그 친구를 만났는데(見其友), 그 친구가 알아보며 말하길(其友識之, 曰): "그대는 예양이 아닌가(汝非豫讓邪)?"라고 했다.

<예양이> 말하길(曰): "내가 바로 예양이다(我是也)."라고 했다.

그 친구가(其友) 울며 말하길(爲泣曰): "그대의 재주로(以子之才), 예물을 바치고(委質而) 신하가 되어(臣) 조양자를 모시면(事襄子), 조양자는(襄子) 반드시(必) 그대를 가까이하고 아낄 것이다(近幸子). 그대를 가까이하고 아끼면(近幸子), 곧(乃)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爲所欲), 오히려(顧) 쉽지 않은가(不易邪)? 어찌(何乃) 몸을 학대하고(殘身) 형체를 망가뜨려(苦形), 조양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니(欲以求報襄子),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不亦難乎)!"라고 했다.

예양이 말하길(豫讓曰): "이미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已委質臣) 남을 모시고 나서(事人, 而) 죽이려고 하는 것은(求殺之), 이것은(是) 두 마음을 품고(懷二心以) 그 임금을 모시는 것이다(事其君也). 또(且) 내가 하려는 것은(吾所爲者) 매울 어려운 것이다(極難耳)! 그러나(然) 이렇게 하려는 까닭은(所以爲此者), 장차(將) 천하 후세에(天下後世之) 남의 신하가 되어(爲人臣) 두 마음을 품고(懷二心以) 그 임금을 모시는 사람들을(事其君者)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다(以愧也)."라고 했다.

 

* 漆身呑炭(칠신탄탄): 몸에 옻칠을 하고 불붙은 숯을 삼킨다는 뜻으로, 복수를 위해 몸을 괴롭힘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삼약격지(三躍擊之)

11 既去, 頃之, 襄子當出, 豫讓伏於所當過之橋下. 襄子至橋, 馬驚, 襄子曰: "此必是豫讓也." 使人問之, 果豫讓也. 於是襄子乃數豫讓曰: "子不嘗事范、中行氏乎?智伯盡滅之, 而子不爲報讎, 而反委質臣於智伯. 智伯亦已死矣, 而子獨何以爲之報讎之深也?" 豫讓曰: "臣事范、中行氏, 范、中行氏皆眾人遇我, 我故眾人報之. 至於智伯, 國士遇我, 我故國士報之." 襄子喟然嘆息而泣曰: "嗟乎豫子! 子之爲智伯, 名既成矣, 而寡人赦子, 亦已足矣. 子其自爲計, 寡人不復釋子!" 使兵圍之. 豫讓曰: "臣聞明主不掩人之美, 而忠臣有死名之義. 前君已寬赦臣, 天下莫不稱君之賢. 今日之事, 臣固伏誅, 然願請君之衣而擊之, 焉以致報讎之意, 則雖死不恨. 非所敢望也, 敢布腹心!" 於是襄子大義之, 乃使使持衣與豫讓. 豫讓拔劍三躍而擊之, 曰: "吾可以下報智伯矣!" 遂伏劍自殺. 死之日, 趙國志士聞之, 皆爲涕泣. 

11 가버리고 나서(既去), 얼마 뒤(頃之), 조양자가 나갈 때에 당하여(襄子當出), 예양이(豫讓) 조양자가 지나가야 하는 다리 밑에서(於所當過之橋下) 숨어 있었다(伏).

조양자가 다리에 이르러(襄子至橋), 말이 놀라니(馬驚), 조양자가 말하길(襄子曰): "이것은(此) 반드시(必) 예양 때문이다(是豫讓也)."라고 했다.

사람을 시켜(使人) 묻도록 하니(問之), 과연(果) 예양이었다(豫讓也). 이에(於是) 조양자가 예양에게 말하길(襄子乃數豫讓曰): "그대는(子) 일찍이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지 않았는가(不嘗事范中行氏乎)? 지백이(智伯) 그들을 모두 없앴지만(盡滅之, 而) 그대는(子)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 않고서(不爲報讎, 而) 도리어(反) 예물을 바쳐(委質) 지백에게 신하가 되었다(臣於智伯). 지백도 또한(智伯亦) 이미 죽었는데(已死矣, 而) 그대가(子) 유독(獨) 어찌(何以) 그를 위해(爲之) 복수하려는 것이 심한가(報讎之深也)?"라고 했다.

예양이 말하길(豫讓曰): "신하가 되어(臣)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을 때(事范中行氏), 범씨와 중행씨가 모두(范中行氏皆) 보통사람으로 나를 대우했고(眾人遇我), 나도(我) 그러므로(故) 보통사람으로(眾人) 보답했다(報之). 지백에 이르러(至於智伯), 국사로 나를 대우했고(國士遇我), 나도 그러므로(我故) 국사로 보답한 것이다(國士報之)."라고 했다.

조양자가(襄子) 탄식하고(喟然嘆息而) 울며 말하길(泣曰): "아(嗟乎) 예양아(豫子)! 그대가(子之) 지백을 위해(爲智伯), 명성을 이미 이루었으니(名既成矣, 而) 과인이 그대를 용서하는 것도(寡人赦子), 또한(亦) 이미 충분했다(已足矣). 그대가(子) 아마도(其) 스스로를 헤아려 본다면(自爲計), 과인이(寡人) 다시 그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不復釋子)!"라고 했다. 병사들을 시켜(使兵) 그를 포위했다(圍之).

예양이 말하길(豫讓曰): "신이 듣기로(臣聞) 밝은 군주는(明主) 사람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않고(不掩人之美, 而) 충신에게는(忠臣) 이름을 위해 죽는 의가 있다고 합니다(有死名之義). 전에(前) 그대가(君) 이미(已) 너그러이 신을 용서했고(寬赦臣), 천하에(天下) 누구도(莫) 그대가 어질다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不稱君之賢). 오늘의 일은(今日之事), 신이 진실로(臣固) 형벌을 받아 죽겠지만(伏誅), 그러나(然) 원컨대(願) 그대의 옷자락을 얻어(請君之衣而) 베고자 하니(擊之), 그것으로(焉以) 원수를 갚는 뜻을 이루게 한다면(致報讎之意, 則) 비록(雖) 죽더라도(死) 한이 없을 것입니다(不恨). 감히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非所敢望也), 감히(敢)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일 뿐입니다(布腹心)!"라고 했다.

이에(於是) 조양자가(襄子) 크게 의롭게 여기고(大義之), 이에(乃) 사람을 시켜(使使) 옷을 가지고서(持衣) 예양에게 주도록 했다(與豫讓). 예양이(豫讓) 검을 뽑아(拔劍) 세 번 뛰어올라(三躍而) 베고서 말하길(擊之, 曰): "오늘(吾)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구나(可以下報智伯矣)!"라고 했다.

마침내(遂) 검에 엎어져(伏劍)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自殺). 죽던 날(死之日), 조나라의 뜻있는 선비들이(趙國志士) 그것을 듣고(聞之), 모두(皆)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爲涕泣). 

 

* 삼약격지(三躍擊之): 예양이 조양자 암살에 실패하고 자결하기에 앞서 조양자의 옷을 벨 기회를 달라 청한다. 예양의 의리에 감동한 조양자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주자 예양은 칼을 뽑아 껑충 뛰어오르며 세 번 옷을 찌른 다음 스스로 칼을 찌르고 자결한다.

* 伏誅(복주): 형벌을 받아 죽음을 당함.


12 其後四十餘年而軹有聶政之事. 

12 그 뒤(其後) 40여 년이 지나(四十餘年而) 지 땅에서(軹) 섭정의 일이 있었다(有聶政之事). 


13 聶政者, 軹深井里人也. 殺人避仇, 與母、姊如齊, 以屠爲事. 

13 섭정은(聶政者), 지 땅의(軹) 심정리 사람이다(深井里人也). 사람을 죽이고(殺人) 원수를 피해(避仇),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與母、姊) 제나라로 가서(如齊), 도축을 일로 삼았다(以屠爲事). 


엄중자와 섭정

14 久之, 濮陽嚴仲子事韓哀侯, 與韓相俠累有卻. 嚴仲子恐誅, 亡去, 游求人可以報俠累者. 至齊, 齊人或言聶政勇敢士也, 避仇隱於屠者之閒. 嚴仲子至門請, 數反, 然後具酒自暢聶政母前. 酒酣, 嚴仲子奉黃金百溢, 前爲聶政母壽. 聶政驚怪其厚, 固謝嚴仲子. 嚴仲子固進, 而聶政謝曰: "臣幸有老母, 家貧, 客游以爲狗屠, 可以旦夕得甘毳以養親. 親供養備, 不敢當仲子之賜." 嚴仲子辟人, 因爲聶政言曰: "臣有仇, 而行游諸侯眾矣; 然至齊, 竊聞足下義甚高, 故進百金者, 將用爲大人麤糲之費, 得以交足下之驩, 豈敢以有求望邪!" 聶政曰: "臣所以降志辱身居市井屠者, 徒幸以養老母; 老母在, 政身未敢以許人也." 嚴仲子固讓, 聶政竟不肯受也. 然嚴仲子卒備賓主之禮而去. 

14 오래 지나서(久之), 복양의(濮陽) 엄중자가(嚴仲子) 한나라 애후를 섬겼는데(事韓哀侯), 한나라 재상 협루와(與韓相俠累) 틈이 있었다(有卻). 엄중자가(嚴仲子) 죽임을 당할까 염려해서(恐誅), 달아나(亡去), 돌아다니며(游) 사람을 구해서(求人) 협루에게 복수하려는 것이었다(可以報俠累者). 제나라에 이르러(至齊), 제나라 사람 중에(齊人) 누군가(或) 섭정이 용감한 선비이며(聶政勇敢士也), 원수를 피해(避仇) 도축장에 숨어 지낸다고(隱於屠者之閒) 말했다(言). 엄중자가(嚴仲子) 문에 이르러 청하고(至門請), 여러 차례 왕래하고 나서(數反, 然後) 술을 준비하여(具酒) 손수(自) 섭정의 어머니에게 술을 올렸다(暢聶政母前). 술자리가 무르익자(酒酣), 엄중자가(嚴仲子) 황금 100일을 바치며(奉黃金百溢), 나아가(前) 섭정 어머니를 위해(爲聶政母) 장수를 빌었다(壽). 섭정이(聶政) 그 많은 것을(其厚)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驚怪), 완고하게(固) 엄중자에게 사양했다(謝嚴仲子).

엄중자가(嚴仲子) 고집스럽게(固) 주려고 하자(進, 而) 섭정이 사양하며 말하길(聶政謝曰): "신에게(臣) 다행히(幸) 노모가 있는데(有老母), 집이 가난하고(家貧), 객으로 떠돌아(客游) 개 잡는 사람이 되었지만(以爲狗屠), 아침저녁으로(旦夕) 맛있는 음식을 얻어(得甘毳以) 부모를 봉양할 수 있습니다(可以養親). 직접(親) 봉양할 음식은(供養) 갖출 수 있으니(備), 감히 중자의 선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不敢當仲子之賜)."라고 했다.

엄중자가(嚴仲子) 사람을 물러가게 하고(辟人), 인하여(因) 섭정에게 말하길(爲聶政言曰): "신에게(臣) 원수가 있고(有仇, 而) 제후의 나라를 여러 곳 돌아다녔는데(行游諸侯眾矣); 그러나(然) 제나라에 이르러(至齊), 그대의 의기가 매우 높다는 것을(足下義甚高) 슬며시 들었고(竊聞), 그러므로(故) 백금을 준 것은(進百金者), 장차(將) 대인의 어머니 거친 밥값을 위해(爲大人麤糲之費) 쓰도록 해서(用), 사귀어 그대와 잘 지내자는 것이고(得以交足下之驩), 어찌 감히(豈敢) 바라는 것이 있겠습니까(以有求望邪)!"라고 했다.

섭정이 말하길(聶政曰): "제가(臣) 뜻을 낮추고(降志) 몸을 욕되게 하면서(辱身) 시장에 머물며 도살하는 것은(所以居市井屠者), 다만(徒) 다행히(幸以) 노모를 봉하려는 것이고(養老母); 노모가 계시니(老母在), 제 몸을(政身) 감히 남에게 허락할 수 없습니다(未敢以許人也)."라고 했다.

엄중자가 계속 권했지만(嚴仲子固讓), 섭정은(聶政) 끝내(竟) 기꺼이 받으려 하지 않았다(不肯受也). 然嚴仲子卒備賓主之禮而去. 

 

* 有郤(유각): 원한이 있음.

* 酒酣(주감): 술판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상태 또는 술에 거나하게 취한 상태.

* 壽(수): 술을 올리거나 예물을 주어 장수(長壽)를 축하하다.

* 甘毳(감취): 맛이 달고 바삭바삭한 식물. 毳는 脆(연할 ‘취’)와 통한다.

* 大人(대인): 여기서는 부모의 경칭으로 쓴 것이며, 섭정의 어머니를 뜻한다.

* 麤糲之費(추려지비): 麤는 조미쌀 ‘추’, 糲(려)는 현미. 즉, 거친 밥값을 말한다.


15 久之, 聶政母死. 既已葬, 除服, 聶政曰: "嗟乎! 政乃市井之人, 鼓刀以屠; 而嚴仲子乃諸侯之卿相也, 不遠千里, 枉車騎而交臣. 臣之所以待之, 至淺鮮矣, 未有大功可以稱者, 而嚴仲子奉百金爲親壽, 我雖不受, 然是者徒深知政也. 夫賢者以感忿睚眦之意, 而親信窮僻之人, 而政獨安得嘿然而已乎! 且前日要政, 政徒以老母; 老母今以天年終, 政將爲知己者用." 乃遂西至濮陽, 見嚴仲子曰: "前日所以不許仲子者, 徒以親在; 今不幸而母以天年終. 仲子所欲報仇者爲誰?請得從事焉!" 嚴仲子具告曰: "臣之仇韓相俠累, 俠累又韓君之季父也, 宗族盛多, 居處兵衛甚設, 臣欲使人刺之, (眾)終莫能就. 今足下幸而不棄, 請益其車騎壯士可爲足下輔翼者." 聶政曰: "韓之與衛, 相去中閒不甚遠, 今殺人之相, 相又國君之親, 此其勢不可以多人, 多人不能無生得失, 生得失則語泄, 語泄是韓舉國而與仲子爲讎, 豈不殆哉!" 遂謝車騎人徒, 聶政乃辭獨行. 

15 오랜 시간이 지나(久之), 섭정의 어머니가 죽었다(聶政母死). 장사를 지내고 나서(既已葬), 상복을 벗고(除服),

섭정이 말하길(聶政曰): "아(嗟乎)! 나는(政) 곧(乃) 시장 사람으로(市井之人), 칼춤 추며(鼓刀以) 도살하고 있는데(屠; 而) 엄중자가(嚴仲子乃) 제후의 경상이면서도(諸侯之卿相也), 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不遠千里), 수레를 몰고 와(枉車騎而) 나와 사귀었다(交臣). 내가(臣之) 그를 대우한 것이(所以待之), 지극히 가볍고 볼품없었고(至淺鮮矣), 큰 공을 칭찬할만한 것이 있지 않지만(未有大功可以稱者, 而) 엄중자가(嚴仲子) 백 금을 바치고(奉百金) 모친을 위해 장수를 빌었으며(爲親壽), 내가(我) 비록 받지 않았지만(雖不受), 그러나(然) 이것은(是者) 다만(徒) 나를 깊이 알아준 것이다(深知政也). 무릇(夫) 현자가(賢者) 사소한 원한을 분하게 여겨 감응하고(以感忿睚眦之意, 而) 친히(親) 궁핍한 사람을 믿어주었으니(信窮僻之人, 而) 내가(政) 어찌(獨安) 말없이 있을 뿐이겠는가(得嘿然而已乎)! 또(且) 전날(前日) 나를 필요로 했으나(要政), 내가(政) 다만(徒) 노모 때문이라고 핑계 대었는데(以老母); 노모가(老母) 지금(今以)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天年終), 내가(政) 장차(將) 나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爲知己者) 쓰일 것이다(用)."라고 했다.

이에(乃) 마침내(遂) 서쪽으로(西) 복양에 이르러(至濮陽), 엄중자를 만나 말하길(見嚴仲子曰): "전에(前日) 중자를 허락하지 않은 까닭은(所以不許仲子者), 다만(徒)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고(以親在); 지금(今) 불행히도(不幸而) 어머니가(母)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습니다(以天年終). 중자가(仲子)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이(所欲報仇者) 누구인가요(爲誰)? 청컨대(請) 일을 맡기를 청합니다(得從事焉)!"라고 했다.

엄중자가(嚴仲子) 갖추어(자세히) 말하길(具告曰): "저의 원수는(臣之仇) 한나라 재상(韓相) 협루이고(俠累), 협루는(俠累) 또(又) 한나라 군주의 숙부이니(韓君之季父也), 종족이 매우 많아서(宗族盛多), 거처의 호위병이(居處兵衛) 많이 있어서(甚設), 제가(臣) 사람을 시켜(欲使人) 죽이려고 했으나(刺之), 끝내((眾)終) 누구도(莫) 이룰 수 없었습니다(能就). 지금(今) 그대가(足下) 다행히(幸而) <이 일을> 포기하지 않으니(不棄), 청컨대(請) 그 수레와 말, 장사를 보태서(益其車騎壯士) 그대를 돕도록 할 수 있소(可爲足下輔翼者)."라고 했다.

섭정이 말하길(聶政曰): "한나라와 위나라는(韓之與衛), 서로의 거리가(相去) 중간으로(中閒) 멀지 않고(不甚遠), 지금(今) 재상을 죽이려는데(殺人之相), 재상은(相) 또한(又) 임금의 친척이니(國君之親), 이것은(此) 그 형세가(其勢) 사람을 많이 쓸 수 없고(不可以多人), 많은 사람은(多人) 이해득실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으니(不能無生得失), 이해득실이 생겨나면(生得失則) 말이 새고(語泄), 말이 새면(語泄) 바로(是) 한나라가(韓) 나라를 들어(舉國而) 엄중자와 원수가 될 것인데(與仲子爲讎), 어찌(豈) 위험하지 않겠소(不殆哉)!"라고 했다.

마침내(遂) 마차와 말, 사람을 사양하고(謝車騎人徒), 섭정이(聶政) 이에(乃) 작별하고(辭) 홀로 나섰다(獨行). 

 

* 睚眦(애자): 화난 눈초리. 사소한 원한.

* 兵衛(병위): 뜻밖의 사태나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한 시설이나 지역 따위를 지키는 병사.

* 輔翼(보익) : 돕다. 보좌하다.


피면결안( 皮面決眼)

16 杖劍至韓, 韓相俠累方坐府上, 持兵戟而衛侍者甚眾. 聶政直入, 上階刺殺俠累, 左右大亂. 聶政大呼, 所擊殺者數十人, 因自皮面決眼, 自屠出腸, 遂以死. 

16 칼을 지팡이 삼아(杖劍) 한나라에 이르러(至韓), 한나라 재상 협루가(韓相俠累) 막(方) 관청 위에 앉았을 때(坐府上), 병기와 창을 들고(持兵戟而) 호위하는 사람이(衛侍者) 매우 많았다(甚眾). 섭정이(聶政) 곧바로 들어가(直入), 계단을 올라(上階) 협루를 찔러 죽이니(刺殺俠累), 측근들이(左右) 크게 어지러워졌다(大亂). 섭정이 크게 소치치고(聶政大呼), 죽인 사람이 수십 명이었고(所擊殺者數十人), 이어(因) 스스로 얼굴 가죽을 벗기고(自皮面) 눈을 도려내(決眼), 스스로 칼로 베어(自屠) 창자를 꺼내고(出腸), 마침내 죽었다(遂以死). 

 

* 皮面決眼(피면결안): 남이 자기를 알아볼 수 없도록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알을 빼다.


17 韓取聶政尸暴於市, 購問莫知誰子. 於是韓(購)縣 [購]之, 有能言殺相俠累者予千金. 久之莫知也. 

17 한나라가(韓) 섭정의 시체를 거둬(取聶政尸) 시장에 드러내 놓고(暴於市), 상금을 걸고 물었는데(購問) 누구도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莫知誰子). 이에(於是) 한나라가(韓(購)) 상금을 걸고(縣 [購]之), 재상 협루를 죽인 사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有能言殺相俠累者) 천금을 주겠다고 했다(予千金). 우래 되었지만(久之) 누구도 알지 못했다(莫知也). 

 

* 暴於市(폭어시) : 큰 길에 드러내 놓다.
* 購問(구문) : 현상금을 걸고 물어보다.


18 政姊榮聞人有刺殺韓相者, 賊不得, 國不知其名姓, 暴其尸而縣之千金, 乃於邑曰: "其是吾弟與?嗟乎, 嚴仲子知吾弟!" 立起, 如韓, 之市, 而死者果政也, 伏尸哭極哀, 曰: "是軹深井里所謂聶政者也." 市行者諸眾人皆曰: "此人暴虐吾國相, 王縣購其名姓千金, 夫人不聞與?何敢來識之也?" 榮應之曰: "聞之. 然政所以蒙污辱自棄於市販之閒者, 爲老母幸無恙, 妾未嫁也. 親既以天年下世, 妾已嫁夫, 嚴仲子乃察舉吾弟困污之中而交之, 澤厚矣, 可柰何! 士固爲知己者死, 今乃以妾尚在之故, 重自刑以絕從, 妾其柰何畏歿身之誅, 終滅賢弟之名!" 大驚韓市人. 乃大呼天者三, 卒於邑悲哀而死政之旁. 

18 섭정의 누이(政姊) 섭영이(榮) 한나라 재상을 찔러 죽인 사람이 있고(有刺殺韓相者), 도적을 알지 못하고(賊不得), 나라에서(國) 그 이름과 성을 알지 못하여(不知其名姓), 그 시체를 드러내고(暴其尸而) 천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는 것을(縣之千金) 사람들에게 듣고(聞人), 이에(乃) 울면서 말하길(於邑曰): "그 사람이(其是) 내 동생이 아닌가(吾弟與)? 아(嗟乎), 엄중자가(嚴仲子) 내 동생을 알아주었구나(知吾弟)!"라고 했다.

일어나(立起), 한나라로 가(如韓), 시장에 가니(之市, 而) 죽은 사람은(死者) 과연(果) 섭정이었고(政也), 시체에 엎드려(伏尸) 곡하고 매우 슬퍼하며(哭極哀), 말하길(曰): "이 사람은(是) 지 땅 심정리의(軹深井里) 이른바(所謂) 섭정이란 사람이다(聶政者也)."라고 했다.

시장의 오가던 사람이(市行者) 모두 말하길(諸眾人皆曰): "이 사람은(此人) 우리나라 재상을 잔악하게 죽였고(暴虐吾國相), 왕이(王) 그 성명을 알려고(其名姓) 천금을 걸었는데(縣購千金), 부인은(夫人) 듣지 못했는가(不聞與)? 어찌(何) 감히(敢) 와서 그를 알아보는가(來識之也)?"라고 했다.

섭영이(榮) 응답하여 말하길(應之曰): "들었습니다(聞之). 그러나(然) 섭정이(政) 오욕을 당하며(蒙污辱) 시장 가운데 자기를 던진(自棄於市販之閒) 까닭은(所以者), 노모를 위하여(爲老母) 다행히(幸) 병이 없고(無恙), 제가(妾) 시집가지 않아서입니다(未嫁也). 어머니가(親) 이미(既以)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나고(天年下世), 제가 이미 시집을 갔으니(妾已嫁夫), 엄중자가(嚴仲子) 이에(乃) 내 동생이 곤궁하고 천한 것을 살피고도(察舉吾弟困污之中而) 사귀어(交之), 은혜가 두터웠으니(澤厚矣), 어찌하겠습니까(可柰何)! 선비는(士) 진실로(固)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爲知己者) 죽는 것이고(死), 지금(今乃) 제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以妾尚在之故), 자기를 심하게 훼손해서(重自刑以) 종적을 끊었으니(絕從), 제가(妾) 어찌(其柰何) 죽는 벌을 두려워하고(畏歿身之誅), 끝내(終) 동생의 이름을 없애겠습니까(滅賢弟之名)!"라고 했다.

한나라 시장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大驚韓市人). 이에(乃) 하늘에 크게 소리친 것이(大呼天者) 세 번이고(三), 마침내(卒) 울며 슬퍼하다(於邑悲哀而) 섭정의 곁에서 죽었다(死政之旁). 

 

* 於邑(어읍): 오열(嗚咽)과 같다. 목매어 울다. 흐느끼다.


19 晉、楚、齊、衛聞之, 皆曰: "非獨政能也, 乃其姊亦烈女也. 鄉使政誠知其姊無濡忍之志, 不重暴骸之難, 必絕險千里以列其名, 姊弟俱僇於韓市者, 亦未必敢以身許嚴仲子也. 嚴仲子亦可謂知人能得士矣!" 

19 진, 초, 제, 위나라에서(晉、楚、齊、衛) 이것을 듣고(聞之), 모두 말하길(皆曰): "홀로 섭정만 능력 있는 것이 아니라(非獨政能也), 곧(乃) 그 누이도 또한(其姊亦) 열녀다(烈女也). 만약(鄉) 섭정으로 하여금(使政) 진실로(誠) 그 누이에게(其姊) 참아내는 뜻이 없고(無濡忍之志), 해침 당하고 뼈가 드러나는 어려움을 중하게 여기지 않고(不重暴骸之難), 반드시(必) 천리를 달려와(絕險千里以) 그 이름을 나란히 하고(列其名), 남매가(姊弟) 함께(俱) 한나라 시장에서 죽을 것을(僇於韓市者) 알 수 있게 했다면(知), 또한(亦) 반드시 감히(未必敢) 몸을 엄중자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以身許嚴仲子也). 엄중자도(嚴仲子) 또한(亦)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知人能) 선비를 얻었다고 할만하다(可謂得士矣)!"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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