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月一日, 愈再拜. 受牒之明日, 在使院中, 有小吏持院中故事節目十餘事, 來示愈. 其中不可者有, 自九月至明年二月之終, 皆晨入夜歸, 非有疾病事故, 輒不許出. 當時以初受命, 不敢言. 古人有言曰: “人各有能有不能.” 若此者非愈之所能也. 抑而行之, 必發狂疾, 上無以承事于公, 忘其將所以報德者, 下無以自立, 喪失其所以爲心, 夫如是, 則安得而不言.
9월 1일에(九月一日), 한유가(愈) 재배하고 올립니다(再拜).
문서를 받은(受牒之) 다음날(明日), 사원 가운데 있는데(在使院中), 하급 관리가 있어(有小吏) 사원 가운데(院中) 옛 조례와 규칙(故事節目) 10여 가지 일을 가지고(持十餘事), 와서(來)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示愈). 그 가운데(其中) 옳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不可者有), 9월부터(自九月) 다음 해 2월이 끝날 때까지(至明年二月之終), 모두(皆) 새벽에 <관청에> 들어와서(晨入) 밤에 <집에> 돌아가고(夜歸), 질병이나 사고가 있지 않으면(非有疾病事故), 곧(輒)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不許出). 당시에(當時) 처음 명을 받았기(初受命) 때문에(以), 감히 말하지 못했습니다(不敢言).
옛사람에게(古人) 말이 있기를(有言曰): “사람에게(人) 각자(各) 잘하는 것이 있고(有能)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有不能).”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것이라면(若此者) 제가 잘하는 것이(愈之所能) 아닙니다(非也). 억지로(抑而) 행한다면(行之), 반드시(必) 미쳐 버리고(發狂疾), 위로는(上) 공을(于公) 받들어 섬길 수 없고(無以承事), 그 장차(其將) 은덕을 갚는 것을(所以報德者) 잊고(忘), 아래로는(下) 스스로 설 수 없고(無以自立), 그 마음 쓸 것을(其所以爲心) 잃을 것이니(喪失), 이와 같다면(夫如是, 則) 어찌(安)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得而不言).
* 使院(사원): 절도사가 일하는 관청을 말한다.
* 故事節目(고사절목): 故事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규칙과 관습이고 節目은 세세한 조목을 말한다.
凡執事之擇於愈者, 非謂其能晨入夜歸也, 必將有以取之, 苟有以取之, 雖不晨入夜歸, 其所取者猶在也. 下之事上, 不一其事, 上之使下, 不一其事, 量力而任之, 度才而處之, 其所不能, 不强使爲. 是故爲下者不獲罪於上, 爲上者不得怨於下矣. 孟子有云: “今之諸侯無大相過者, 以其皆好臣其所敎, 而不好臣其所受敎.” 今之時與孟子之時, 又加遠矣. 皆好其聞命而奔走者, 不好其直己而行道者. 聞命而奔走者, 好利者也, 直己而行道者, 好義者也, 未有好利而愛其君者, 未有好義而忘其君者. 今之王公大人, 惟執事可以聞此言, 惟愈於執事也, 可以此言進.
무릇(凡) 집사(장복야)가(執事之) 저를 선택한 것은(擇於愈者), 그(謂其) 새벽에 들어가서 밤에 귀가하는 것을 잘해서가(能晨入夜歸) 아니고(非也), 반드시(必) 장차(將) 취할 것이 있어서이고(有以取之), 진실로(苟) 취할 것이 있다면(有以取之), 비록(雖) 새벽에 들어가고 밤에 귀가하지 않더라도(不晨入夜歸), 그 취할 것은(其所取者) 여전히(猶) 있습니다(在也).
아랫사람이(下之) 윗사람을 모시는 것은(事上), 그 일이 한결같지 않고(不一其事), 윗사람이(上之) 아랫사람을 부리는 것은(使下), 그 일이 한결같지 않아서(不一其事), 힘을 헤아려(量力而) 그에게 맡기고(任之), 재주를 헤아려(度才而) 그에게 자리를 주고(處之), 그 잘하지 못하는 것은(其所不能), 억지로 하도록 하지 않습니다(不强使爲). 이 때문에(是故) 아랫사람은(爲下者) 윗사람에게(於上) 죄를 짓지 않고(不獲罪), 윗사람은(爲上者) 아랫사람에게(於下) 원한을 사지 않습니다(不得怨矣).
맹자에게(孟子) 말한 것이 있는데(有云): “지금의 제후에게(今之諸侯) 크게 서로 뛰어넘는 사람이 없는 것은(無大相過者), 그가(其) 모두(皆) 신하가 가르칠만한 것을(臣其所敎) 좋아하고(好, 而) 신하가(臣) 그 가르침 받을 만한 것을(其所受敎) 좋아하지 않기(不好) 때문이다(以).”라고 했습니다. 지금 시대와(今之時與) 맹자의 시대가(孟子之時), 또(又) 더욱 멀어졌습니다(加遠矣).
모두(皆) 그가 명령 듣고(其聞命而) 분주한 것을(奔走者) 좋아하고(好), 그가 자신을 곧게 하고(其直己而) 도를 행하는 것을(行道者) 좋아하지 않습니다(不好). 명령 듣고(聞命而) 분주한 사람은(奔走者),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이고(好利者也), 자기를 곧게 하고 도를 행하는 사람은(直己而行道者), 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好義者也), 이익을 좋아하면서(好利而) 그 군주를 사랑하는 사람은(愛其君者) 있지 않고(未有), 의를 좋아하면서(好義而) 그 군주를 잊는 사람은(忘其君者) 있지 않습니다(未有).
지금의(今之) 왕공과 대인이(王公大人), 오직(惟) 공만이(執事) 이 말을(此言) 들어줄 수 있고(可以聞), 오직(惟) 저만이(愈) 집사에게(於執事也), 이 말을 올릴 수 있습니다(可以此言進).
* 執事(집사): 1. 주인(主人) 가까이 있으면서 그 집 일을 맡아보는 사람, 2. 벼슬이나 직급(職級)이 중간(中間) 정도(程度)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二人稱) 대명사(代名詞).
愈蒙幸於執事, 其所從舊矣. 若寬假之, 使不失其性, 加待之, 使足以爲名, 寅而入, 盡辰而退, 申而入, 終酉而退, 率以爲常, 亦不廢事. 天下之人, 聞執事之於愈如是也, 必皆曰: “執事之好士也如此, 執事之待士以禮如此, 執事之使人不枉其性而能有容如此, 執事之欲成人之名如此, 執事之厚於故舊如此.” 又將曰: “韓愈之識其所依歸也如此, 韓愈之不諂屈於富貴之人如此, 韓愈之賢, 能使其主待之以禮如此.”
則死於執事之門, 無悔也.
제가(愈) 다행히(幸) 공에게(於執事) 은혜를 이었고(蒙), 그 따른 것이(其所從) 오래됩니다(舊矣). 만약(若) 관대하게(寬) 용서해 주신다면(假之), 그 본성을(其性) 잃지 않도록 해서(使不失), 더욱 대우해 주시어(加待之), 명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使足以爲名), 인시에 <관청에> 들어가고(寅而入), 진시가 다되어 물러가고(盡辰而退), 신시에 들어가서(申而入), 유시를 마치면 물러가는 것을(終酉而退), 늘 그렇게 하도록 따른다면(率以爲常), 또한(亦) 일을 폐하지 않을 것입니다(不廢事).
천하 사람들이(天下之人), 집사께서(執事之) 저에게(於愈) 이와 같이 한 것을(如是) 들으면(聞也), 반드시(必) 모두 말하길(皆曰): “집사가(執事之) 선비를 좋아하는 것이(好士) 이와 같고(也如此), 집사가(執事之) 예로써(以禮) 선비를 대우하는 것이(待士) 이와 같고(如此), 집사께서(執事之) 사람들로 하여금(使人) 그 본성을 굽히지 않도록 하고(不枉其性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能有容) 이와 같고(如此), 집사께서(執事之) 남의 명성을 이루어주려는 것이(欲成人之名) 이와 같고(如此), 집사께서(執事之) 옛 친구를 두텁게 대하는 것이(厚於故舊) 이와 같다(如此).”라고 할 것입니다.
또(又) 장차 말하길(將曰): “한유가(韓愈之) 그가 귀의할 곳을(其所依歸) 안 것이(識也) 이와 같고(如此), 한유가(韓愈之) 부귀한 사람에게(於富貴之人) 아첨하고 굴하지 않은 것이(不諂屈) 이와 같고(如此), 한유의 현명함이(韓愈之賢), 그 주인으로 하여금(能使其主) 예로써 대하게 한 것이(待之以禮) 이와 같다(如此).”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則) 집사의 문에서 죽더라도(死於執事之門),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無悔也).
若使隨行而入, 逐隊而趨, 言不敢盡其誠, 道有所屈於己, 天下之人, 聞執事之於愈如此, 皆曰: “執事之用韓愈, 哀其窮, 收之而已耳, 韓愈之事執事, 不以道, 利之而已耳.” 苟如是, 雖日受千金之賜, 一歲九遷其官, 感恩則有之矣, 將以稱於天下曰知己則未也. 伏惟哀其所不足, 矜其愚, 不錄其罪, 察其辭而垂仁採納焉. 愈恐懼再拜.
만약(若) 행렬을 따라 <관청에> 들어가도록 하고(使隨行而入), 대오를 따라 뛰도록 하며(逐隊而趨), 말은(言) 감히 그 진심을 다하도록 하지 않고(不敢盡其誠), 도에(道) 자기에게 굽히는 것이 있으면(有所屈於己), 천하 사람들이(天下之人), 집사께서(執事之) 저에 대하여(於愈) 이와 같다는 것을(如此) 듣고(聞), 모두 말하길(皆曰): “집사께서(執事之) 한유를 쓰는 것이(用韓愈), 그 궁핍함을 불쌍히 여겨(哀其窮), 거둔 것뿐이고(收之而已耳), 한유가(韓愈之) 집사를 모시는 것이(事執事), 도로써 하지 않고(不以道), 이익일 뿐이다(利之而已耳).”라고 할 것입니다.
만약(苟) 이와 같다면(如是), 비록(雖) 날마다(日) 천금의 보수를 받고(受千金之賜), 일 년에(一歲) 9번 그 관직을 옮기고(九遷其官), 은혜에 감동하는 것이라면(感恩則) 있지만(有之矣), 장차(將) 천하에 일컬어지기를(以稱於天下) 지기는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曰知己則未也). 엎드려(伏) 오직(惟) 그 부족한 것을 가엾게 여기고(哀其所不足), 그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겨(矜其愚), 그 죄를 기록하지 마시고(不錄其罪), 그 말을 살펴서(察其辭而) 인자함을 드리우고(垂仁) 의견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採納焉). 한유가(愈) 삼가(恐) 두려운 마음으로(懼) 재배합니다(再拜).
* 採納(채납): 의견(意見)을 받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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