愈白. 辱惠書, 語高而旨深, 三四讀, 尙不能通曉, 茫然增愧赧. 又不以其淺弊無過人智識, 且喩以所守, 幸甚. 愈敢不吐露情實.
한유가 말씀드립니다(愈白). 보내신 편지에 감사하며(辱惠書), 말이 높고(語高而) 뜻이 깊어(旨深), 서너 번 읽었지만(三四讀), 오히려(尙) 환하게 깨닫지 못하고(不能通曉), 멍하니(茫然) 얼굴이 더욱 붉어졌습니다(增愧赧). 또한(又) 그 학문이 얕고 모자라서(不以其淺弊) 다른 사람을 뛰어넘는 지식이 없는데(無過人智識), 또(且) 지킬 것을(以所守) 깨닫도록 하시니(喩), 매우 다행입니다(幸甚). 제가(愈) 감히(敢) 진실한 마음을(情實) 토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不吐露).
* 辱惠書(욕혜서): 辱은 '고맙다'는 뜻이고, 惠書는 상대편(相對便)의 편지(便紙ㆍ片紙)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 通曉(통효): 환하게 깨달아서 앎.
* 愧赧(괴란):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러움.
然自識其不足補吾子所須也. 齊王好竽, 有求仕於齊者, 操瑟而往, 立王之門三年, 不得入. 叱曰: “吾瑟鼓之, 能使鬼神上下, 吾鼓瑟合軒轅氏之律呂.” 客罵之曰: “王好竽, 而子鼓瑟, 瑟雖工, 如王之不好何?” 是所謂工於瑟而不工於求齊也.
그러나(然) 그대가 바라는 것을(吾子所須也) 보충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其不足補) 스스로 알았습니다(自識). 제왕이(齊王) 피리를 좋아했는데(好竽), 제나라에서(於齊) 벼슬을 구하는 사람이(有求仕者), 비파를 잡고(操瑟而) 가서(往), 왕의 문 앞에 서서(立王之門) 3년을 보냈지만(三年),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不得入).
큰소리로 말하길(叱曰): “내 슬을(吾瑟) 타면(鼓之), 귀신을 오르내리게 할 수 있고(能使鬼神上下), 내가 슬을 타는 것은(吾鼓瑟) 헌원씨의 가락과 들어맞는다(合軒轅氏之律呂).”라고 했습니다.
객이(客) 그를 꾸짖으며 말하길(罵之曰): “왕은(王) 피리를 좋아하고(好竽, 而) 그대는 슬을 타니(子鼓瑟), 슬이(瑟) 비록(雖) 뛰어나지만(工), 왕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王之不好) 어찌하겠는가(如何)?”라고 했다. 이것이(是) 이른바(所謂) 슬에 뛰어나지만(工於瑟而) 제나라에서 <벼슬을> 구하는 것에(於求齊) 서툴렀다(不工也)란 것입니다.
今擧進士於此世, 求祿利行道於此世, 而爲文必使一世人不好, 得無與操瑟立齊門者比歟. 文誠工, 不利於求, 求不得, 則怒且怨, 不知君子必爾爲不也.
지금(今) 이 세상에서(於此世) 진사가 되어(擧進士), 이 세상에서(於此世) 벼슬을 구하고(求祿利) 도를 행하지만(行道, 而) 글을 지은 것이(爲文) 반드시(必) 세상 사람들이(一世人) 좋아하지 않도록 하니(使不好), 슬을 들고 제나라 문에 선 것과(與操瑟立齊門者) 비교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得無比歟). 글이(文) 진실로 뛰어나지만(誠工), 벼슬을 구하는데 이익이 없고(不利於求), 구해서 얻지 못하면(求不得, 則) 노여워하고 또 원망하니(怒且怨), 군자가(君子) 반드시(必)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爾爲不) 알지 못하겠습니다(不知也).
故區區之心, 每有來訪者, 皆有意於不肖者也. 略不辭讓, 遂盡言, 惟吾子諒察.
그러므로(故) 구차한 마음으로(區區之心), 매번(每) 와서 방문하는 사람이 있으면(有來訪者), 모두(皆) 못난 저에게(於不肖者) 뜻하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有意也). 대략(略) 사양하지 않고(不辭讓), 마침내(遂) 말을 다하게 하니(盡言), 오직(惟) 그대가(吾子) 헤아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諒察).
* 區區(구구): 떳떳하지 못하고 구차(苟且)스러움, 잘고 용렬(庸劣)함.
* 諒察(양찰): 헤아려서 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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