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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28 한유(韓愈)] 여맹간상서서(與盟簡尙書書) / 맹간 상서에게 드리는 글

by प्रज्ञा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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蒙惠書云, 有人傳愈近少奉釋氏者妄也.

그대의 편지를 받고(蒙惠書) 말하니(云), 제가(愈) 근래에(近) 조금(少) 부처를 받든다고(奉釋氏) 전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有人者) 잘못된 것입니다(妄也).

 

* 惠書(혜서): 상대편(便)의 편지(便)를 높여 이르는 말.

 

潮州時有一老僧號太顚, 頗聰明識道理, 遠地無所可與語者. 故自山召至州郭, 留十數日. 實能外形骸, 以理自勝, 不爲事物侵亂, 與之語, 雖不盡解, 要自胸中, 無滯礙, 以爲難得, 因與往來. 及祭神至海上, 遂造其廬, 及來袁州, 留衣服爲別, 乃人之情, 非崇信其法, 求福田利益也.

조주에 있을 때(潮州時) 한 노승이 있어(有一老僧) 호를 태전이라 하고(號太顚), 자못(頗) 총명해서(聰明) 도리를 알았고(識道理), 먼 곳에(遠地) 더불어 말할만한 사람도 없었습니다(無所可與語者). 그러므로(故) 산으로부터(自山) 불러(召) 조주 외곽에 이르러(至州郭), 수십 일을 머물도록 했습니다(留十數日).

실로(實) 육체를(形骸) 도외시하고(能外), 이치로써(以理) 자기를 이겨(自勝), 사물의 침범과 어지럽힘을(事物侵亂) 당하지 않으므로(不爲), 그와 더불어 이야기하면(與之語), 비록(雖) 모두 이해하지 못했지만(不盡解), 요컨대(要) 스스로(自) 가슴속에(胸中), 막히는 것이 없고(無滯礙), 구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여겨(以爲難得), 이에(因) 함께 왕래했습니다(與往來).

신에게 제사 지낼 때(及祭神) 바닷가에 이르러(至海上), 마침내(遂) 그 음막을 방문하고(造其廬), 원주로 오게 되면서(及來袁州), 의복을 남겨(留衣服) 이별을 했으니(爲別), 바로(乃) 인정이고(人之情), 그 법을(其法) 존중하고 믿으며(崇信), 복전의 이익을(福田利益) 구하는 것이(求) 아니었습니다(也).

 

* 形骸(형해): 사람의 몸과 뼈, 어떤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

* 福田(복전): 불교에서 부처를 공양하고 선행을 쌓으면 복을 받는 것이 마치 밭에 씨앗을 뿌리면 수확의 이익을 얻는 것과 같다는 뜻. 삼보(三寶)의 덕을 존경하는 것을 경전(敬田), 군부(君父)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은전(恩田),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비전(悲田)이라고 말하고, 이 세 가지는 복전(福田)이라 한다.

 

孔子云: “丘之禱久矣.” 凡君子行己立身, 自有法度, 聖賢事業, 具在方冊, 可效可師. 仰不愧天, 俯不愧人, 內不愧心, 積善積惡, 殃慶自各以其類至, 何有去聖人之道, 捨先王之法, 而從夷狄之敎, 以求福利也? 『詩』不云乎. “愷悌君子, 求福不回.” 傳又曰: “不爲威惕, 不爲利疚.” 假與釋氏能與人爲禍福, 非守道君子之所懼也, 況萬萬無此理.

공자가 이르길(孔子云): “내가(丘之) 기도한 것이(禱) 오래되었다(久矣).”라고 했습니다. 무릇(凡) 군자가(君子) 자기를 행하고(行己) 몸을 우는 것에(立身), 스스로(自) 법도가 있고(有法度), 성현의 사업이(聖賢事業), 방책에(方冊) 갖춰져 있으니(具在), 본받을 수 있고(可效) 스승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可師). 

우러러보아(仰)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不愧天), 굽어보아(俯)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고(不愧人), 안으로(內) 마음에 부끄럽지 않고(不愧心), 선을 쌓고(積善) 악을 쌓아(積惡), 재앙과 경사가(殃慶) 자연히(自) 각자(各) 그 종류로써 오니(以其類至), 어찌(何) 성인의 도를 버리고(去聖人之道), 선왕의 법을 버리고(捨先王之法, 而) 오랑캐의 가르침을 따라(從夷狄之敎, 以) 복과 이익을 구하는 일이(求福利) 있을까요(也)? 

시에서(『詩』) 말하지 않았습니까(不云乎). “단정하고 화평한 구자는(愷悌君子), 복을 구하는 것에(求福) 그릇됨이 없다(不回).”라고 했습니다. 전에(傳) 또 말하길(又曰): “위협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不爲威惕), 이익 때문에 마음고생 하지 않는다(不爲利疚).”라고 했습니다. 설사(假) 부처가(與釋氏) 사람들에게(人) 화가 되고 복이 되는 것을(爲禍福) 줄 수 있더라도(能與), 도를 지키는 군자가(守道君子之)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所懼也), 하물며(況) 전혀(萬萬) 이런 이치가 없는 것에서는 어떨까요(無此理).

 

* 愷悌(개제): 용모()가 단아()하고 기상()이 화평()함.

* 回(회)는 그릇됨이란 뜻이고, 求福不回는 복을 구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且彼彿者, 果何人哉? 其行事類君子邪? 小人邪? 若君子也, 必不妄加禍於守道之人, 如小人也, 其身已死, 其鬼不靈. 天地神祇, 昭布森列, 非可誣也. 又肯令其鬼行胸臆, 作威福於其間哉. 進退無所據, 而信奉之, 亦且惑矣. 且愈不助釋氏而排之者, 其亦有說.

또(且) 저(彼) 부처는(彿者), 과연(果) 어떤 사람인가(何人哉)? 그(其) 한 일이(行事) 군자와 비슷한가(類君子邪)? 소인과 비슷한가(小人邪)? 만약(若) 군자라면(君子也), 반드시(必) 도를 지키는 사람에게(於守道之人) 망령되이 화를 더하지 않을 것이고( 加禍), 소인과 같다면(如小人也), 그 몸은(其身) 이미 죽었고(已死), 그 귀신은(其鬼) 신령스럽지 않을 것입니다(不靈). 하늘의 신령과 땅의 신령이(天地神祇), 밝게 펼치고 무성하게 벌인 것은(昭布森列), 속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非可誣也). 또(又) 기꺼이(肯) 그 귀신으로 하여금(令其鬼) 마음에 품은 생각을 하도록 해서(行胸臆), 그 사이에(於其間) 위압하고 복을 베풀도록 할 수 있을까요(作威福哉). 나아가고 물러남에(進退) 의지하는 것이 없는데(無所據, 而) 믿고 받드는 것은(信奉之), 또한(亦且) 미혹입니다(惑矣). 또한(且) 저는(愈) 불교를 돕지 않고(不助釋氏而) 배척한 사람이고(排之者), 그 또한(其亦) 나름의 설이 있습니다(有說).

 

* 神祇(신기): 천신(天神)과 지기(地祇)를 아울러 이르는 말. 곧 하늘의 신령(神靈)과 땅의 신령(神靈)을 이른다.

* 昭布森列(소포삼렬): 널리 빈틈없이 밝히고 살핀다는 뜻이다. 

* 胸臆(흉억): 마음속. 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

* 威福(위복): 위압()과 복덕(). 때로 위압()을, 때로 복덕()을 베풀어 사람을 복종(服從)시킴.

 

孟子云: “今天下不之楊則之墨.” 楊墨交亂而聖賢之道不明, 聖賢之道不明, 則三網淪而九法斁, 禮樂崩而夷狄橫, 幾何其不爲禽獸也. 故曰: “能言距楊墨者, 聖人之徒也.” 揚子雲曰: “古者楊墨塞路, 孟子辭而闢之廓如也.” 夫楊墨行, 王道廢, 且將數百年, 以至於秦, 卒滅先王之法, 燒除經書, 坑殺學士, 天下遂大亂.

맹자에 이르길(孟子云): “지금(今) 천하가(天下) 양주에게 가지 않으면(不之楊則) 묵적에게 간다(之墨).”라고 했습니다. 양주와 묵적은(楊墨) 서로 어지럽혀서(交亂而) 성현의 도가(聖賢之道) 밝지 않게 되었고(不明), 성현의 도가 밝지 않으면(聖賢之道不明, 則) 삼강이 어지러워지고(三網淪而) 구법이 무너지고(九法斁), 예악이 무너져서(禮樂崩而) 오랑캐가 횡행할 것이니(夷狄橫), 어찌(幾何) 그것이(其) 짐승이 되지 않을까요(不爲禽獸也).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 말로라도(言) 양주와 묵적 막을 수 있는(距楊墨) 사람은(者), 성인의 무리다(聖人之徒也).”라고 했습니다. 양자운이 말하길(揚子雲曰): “옛날(古者) 양주와 묵적이(楊墨) 길을 막았지만(塞路), 맹자가 물리치고(孟子辭而) 열어(闢之) 환하게 했다(廓如也).”라고 했습니다. 저(夫) 양묵이 횡행하고(楊墨行), 왕도가 없어진 것이(王道廢), 또한(且) 거의(將) 수백 년이 되어(數百年, 以) 진나라에 이르러(至於秦), 마침내(卒) 선왕의 법이 없어지고(滅先王之法), 경서를 태워 없애고(燒除經書), 학사를 묻어 죽여서(坑殺學士), 천하가(天下) 마침내(遂) 크게 어지러워졌습니다(大亂).

 

及秦滅漢興, 且百年尙未知修明先王之道, 其後始除挾書之律, 稍求亡書, 招學士, 經雖少得, 尙皆殘缺, 十亡二三. 故學士多老死, 新者不見全經, 不能盡知先王之事, 各以所見爲守, 分離乖隔, 不合不公, 二帝三王群聖人之道, 於是大壞. 後之學者, 無所尋逐, 以至于今泯泯也, 其禍出於楊墨肆行而莫之禁故也.

진나라가 망하고(秦滅) 한나라가 흥함에 이르러(漢興), 또(且) 백 년은(百年) 오히려(尙) 선왕의 도를 닦고 발힐 줄(修明先王之道) 알지 못하고(未知), 그 뒤에(其後) 비로소(始) 협서의 률을 없애서(除挾書之律), 없어진 책을 구하고(稍求亡書), 학사를 초청하여(招學士), 경이(經) 비록(雖) 조금 얻어졌지만(少得), 여전히(尙) 모두(皆) 온전하지 않았고(殘缺), 열에 둘셋을 잃었습니다(十亡二三). 그러므로(故) 학사가(學士) 많이(多) 늙어 죽고(老死), 새로운 사람들은(新者) 온전한 경서를 보지 못했고(不見全經), 선왕의 일을(先王之事) 모두 알 수 없으니(不能盡知), 각자(各) 본 것으로(以所見) 지키고(爲守), 나뉘고(分) 떨어지고(離) 어긋나서(乖隔), 맞지 않고(不合) 공정하지 않으니(不公), 이제와 삼왕의(二帝三王) 여러(群) 성인의 도가(聖人之道), 이에(於是) 크게 무너졌습니다(大壞). 후대의 학자가(後之學者), 찾고 쫓을 것이 없어서(無所尋逐, 以) 지금에 이르러(至于今) 문란해졌으니(泯泯也), 그 화가(其禍) 양주와 묵적이 멋대로 행해져도(於楊墨肆行而) 누구도 금하지 않은(莫之禁) 까닭에서 나왔습니다(故也).

 

* 殘缺(잔결): 온전()한 모양()이 아니고 깎이거나 덜림.

 

孟子雖聖賢, 不得位, 空言無施, 雖切何補. 然賴其言, 而今學者尙知宗孔氏, 崇仁義, 貴王賤覇而已. 其大經大法, 皆亡滅而不救, 壞爛而不收, 所謂存十一於千百, 安在其能廓如也? 然向無孟氏, 則皆服左衽而言侏離矣. 故愈常推尊孟氏, 以爲功不在禹下者, 爲此也.

맹자가(孟子) 비록(雖) 성현이지만(聖賢), 지위를 얻지 못하고(不得位), 헛되이 말하고(空言) 시행한 것이 없으니(無施), 비록 절실했지만(雖切) 어찌 보탬이 되겠습니까(何補). 그러나(然) 그 말에 기대어(賴其言, 而) 지금의 학자가(今學者) 여전히(尙) 공자를 종주로 알고(知宗孔氏), 인의를 숭상하고(崇仁義), 왕도를 귀하게 여기고(貴王) 패도를 천하게 여길 뿐입니다(賤覇而已). 그(其) 큰 도리와 큰 법은(大經大法), 모두(皆) 없어져서(亡滅而) 찾을 수 없고(不救), 무너지고 문드러져(壞爛而) 거둘 수 없으니(不收), 이른바(所謂) 남은 것은(存) 천  분의 십이나 백분의 일이니(十一於千百), 그 넓힐 수 있는 것이(其能廓如) 어디에 있습니까(也)? 그러나(然) 옛날(向) 맹씨가 없었다면(無孟氏, 則0 모두(皆) 옷깃을 왼편으로 하고(服左衽而) 말은(言) 오랑캐 말을 했을 것입니다(侏離矣). 그러므로(故) 저는(愈) 늘(常) 맹씨를 추존하고(推尊孟氏), 공이(功) 우임금 아래에 있지 않다고(不在禹下) 여기는 것은(以爲者), 이것 때문입니다(爲此也).

 

* 壞爛(괴란): 무너지고 문드러짐

* 廓如(확여) : 넓고 넓음. 廓은 클 ‘확’.

 

漢氏以來, 群儒區區修補, 百孔千瘡, 隨亂隨失, 其危如一髮引千鈞, 緜緜延延, 寢以微滅. 於是時也, 而唱釋老於其間, 鼓天下之衆而從之, 嗚呼, 其亦不仁甚矣. 釋老之害, 過於楊墨, 韓愈之賢, 不及孟子. 孟子不能救之於未亡之前, 而韓愈乃欲全之於已壞之後, 嗚呼, 其亦不量其力. 且見其身之危, 莫之救以死也. 雖然使其道由愈而粗傳, 雖滅死, 萬萬無恨. 天地鬼神, 臨之在上, 質之在傍, 又安得因一摧折, 自毁其道而從於邪也.

한나라 이래로(漢氏以來), 여러 유학자가(群儒) 조금씩(區區) 닦고 보충했지만(修補), 엉망진창인 모습으로(百孔千瘡), 혼란을 따라(隨亂) 없어지고(隨失), 그 위태로움은(其危) 마치(如) 한 가닥 머리카락으로(一髮) 천 균을 끌어당기는 것 같고(引千鈞), 가늘게 이어져(緜緜延延), 점점(寢以) 없어지고 있습니다(微滅). 이러한 때에(於是時也, 而) 그 사이에(於其間) 불교와 도교를 부르짖으며(唱釋老), 천하의 백성을 부추겨(鼓天下之衆而) 따르게 하니(從之), 아아(嗚呼), 그것도(其) 또한(亦) 불인이 심한 것입니다(不仁甚矣). 불교와 도교의 해가(釋老之害), 양주와 묵적보다 더하고(過於楊墨), 한유의 현명함은(韓愈之賢), 맹자에 미치지 못합니다(不及孟子). 맹자는(孟子)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전에(於未亡之前) 구할 수 없었는데(不能救之, 而) 내가(韓愈) 이에(乃) 이미 무너지고 나서(於已壞之後) 그것을 온전하게 하려고 하니(欲全之), 아아(嗚呼), 그것도 또한(其亦) 그 힘을 헤아리지 못하고(不量其力), 또(且) 그 몸의 위태로움을 당하여(見其身之危), 무엇도 구하지 못하고(莫之救以) 죽을 것입니다(死也). 비록 그렇지만(雖然) 만약(使) 그 도가(其道) 나 때문에(由愈而)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粗傳), 비록(雖) 죽더라도(滅死), 절대(萬萬) 한이 없을 것입니다(無恨). 천지의 귀신이(天地鬼神), 위에서 내려다보고(臨之在上), 곁에서 증거로 삼을 것이니(質之在傍), 또(又) 어찌(安) 한 번 좌절 때문에(得因一摧折), 스스로(自) 그 도를 훼손하고(毁其道而) 사악함을 따르겠습니까(從於邪也).

 

* 百孔千瘡(백공천창): ‘온통 구멍과 상처투성이(---)’라는 뜻으로, 온갖 폐단()과 결함()으로 엉망진창이 된 모습.

 

籍ㆍ湜輩, 雖屢指敎, 不知果能不叛去否. 辱吾兄眷厚, 而不獲承命, 唯增慚懼. 死罪死罪.

장적과 황보식의 무리는(籍ㆍ湜輩), 비록(雖) 여러 번(屢) 가르쳤지만(指敎), 과연(果) 배반하지 않을 것인지 아닌지를(能不叛去否) 알 수 없습니다(不知). 외람되게(辱) 형께서(吾兄) 두터이 돌봐주시는데(眷厚, 而) 명을 받들어 따르지 못하니(不獲承命), 오직(唯)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더합니다(增慚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死罪死罪).

 

* 眷厚(권후) : 두터이 돌봐주다. 여기서는 맹간(孟簡)이 편지를 보낸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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