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子不以愈無似, 意欲推而納之聖賢之域, 拂其邪心, 增其所未高, 謂愈之質, 有可至於道者, 浚其源, 道其所歸, 漑其根, 將食其實, 此盛德者之所辭讓, 況於愈者哉. 抑其中, 有宜復者, 故不可遂已. 昔者聖人之作『春秋』也, 旣深其文辭矣, 然猶不敢公傳道之, 口授弟子, 至於後世然後, 其書出焉, 其所以慮患之道微矣.
그대가(吾子) 나를(愈) 못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고(不以無似), 밀어서(推而) 성인의 영역에 들여보내(納之聖賢之域), 사심을 털어 내고(拂其邪心), 그 높지 못한 것을 높여서(增其所未高), 나의 바탕이(謂愈之質), 도에 이를 수 있도록 함이 있고(有可至於道者), 근원을 깊게 해서(浚其源), 그 돌아갈 곳으로(其所歸) 인도하고(道), 그 뿌리에 물을 대서(漑其根), 장차(將) 그 열매를 먹도록(食其實) 하려고 하니(意欲), 이것은(此) 덕이 많은 사람도(盛德者之) 사양할 것인데(所辭讓), 하물며(況)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於愈者) 어떻겠는가(哉).
그러나(抑) 그 가운데(其中), 마땅히(宜) 답할 것이 있고(有復者), 그러므로(故) 망설일 수 없을 뿐이다(不可遂已).
옛날(昔者) 성인이(聖人之) 춘추를 짓고(作『春秋』也), 이미(旣) 그 글을(其文辭矣) 깊게 했지만(深), 그러나(然) 오히려(猶) 감히(敢) 공공연하게(公) 전해서(傳) 말하지 못하고(不道之), 입으로(口) 제자에게 주어(授弟子), 후세에 이르고 나서야(至於後世然後), 그 책이(其書) 나왔으니(出焉), 그(其) 환난을 걱정하는 도가(慮患之道) 은미했기(微) 때문이다(所以矣).
* 無似(무사): ‘어진 사람을 닮지 못함.’이라는 뜻으로, 주(主)로 편지(便紙ㆍ片紙)에서 글쓴이가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자기(自己)를 못난 사람이라고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一人稱) 대명사(代名詞).
今夫二氏之所宗而事之者, 下及公卿輔相, 吾豈敢昌言排之哉. 擇其可語者, 誨之, 猶時與吾悖, 其聲譊譊, 若遂成其書, 則見而怒之者必多矣. 必且以我爲狂爲惑, 其身之不能恤, 書於吾何有. 夫子聖人也, 且曰: “自吾得子路而惡聲不入於耳.” 其餘輔而相者周天下, 猶且絶糧於陳, 畏於匡, 毁於叔孫, 奔走於齊魯宋衛之郊, 其道雖尊, 其窮也亦甚矣.
賴其徒相與守之, 卒有立於天下, 向使獨言而獨書之, 其存也可冀乎.
지금(今) 저(夫) 두 사람(노자와 석가)을(二氏之) 종주로 하고(所宗而) 섬기는 사람들은(事之者), 아래로(下) 공경에과 재상에 이르렀으니(及公卿輔相), 내가(吾) 어찌(豈) 감히(敢) 주장하고 말해서(昌言) 배척할 수 있겠는가(排之哉). 그 말할 수 있는 것을(其可語者) 골라서(擇), 깨우치도록 해도(誨之), 오히려(猶) 세상과 내가(時與吾) 어그러져서(悖), 그 소리가(其聲) 시끄러운데(譊譊), 만약(若) 마침내(遂) 그 책을 이룬다면(成其書, 則) 보고(見而) 화내는 사람들이(怒之者) 반드시 많을 것이다(必多矣). 분명히(必) 또(且) 나를(以我) 미치광이나 미혹한 사람으로 여기고(爲狂爲惑), 그 몸을(其身之) 돌볼 수없을 것인데(不能恤), 책이(書0 나에게(於吾) 무엇이 있겠는가(何有).
부자가(夫子) 성인이지만(聖人也), 또 말하길(且曰): “나는(自吾) 자로를 얻고서(得子路而) 나쁜 소리가(惡聲)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不入於耳).”라고 했다. 그(其) 밖에도(餘) 보충하고 돕는 사람이(輔而相者) 천하에 두루 있었지만(周天下), 오히려(猶) 또(且) 진나라에 식량이 떨어지고(絶糧於陳), 광에서 두려워하고(畏於匡), 숙손에게 비방을 받고(毁於叔孫), 제나라와 노, 송, 위나라의 교외를(於齊魯宋衛之郊) 돌아다녔으니( 奔走), 그 도가(其道) 비록(雖) 존귀했지만(尊), 그 곤궁함도(其窮也) 또한(亦) 심했다(甚矣).
그 무리가(其徒) 서로 함께(相與) 지켜준 것에(守之) 기대어(賴), 마침내(卒) 천하에 설 수 있었으니(有立於天下), 지난날(向) 만약(使) 홀로 말하고(獨言而) 홀로 책을 썼다면(獨書之), 그 보존되는 것을(其存也)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可冀乎).
今夫二氏之行乎中土也, 蓋六百餘年矣. 其植根固, 其流波漫, 非可以朝令而夕禁也. 自文王沒, 武王周公成康, 相與守之, 禮樂皆在, 至乎夫子未久也, 自夫子而至乎孟子未久也, 自孟子而至乎揚雄, 亦未久也, 然猶其勤若此, 其困若此而後, 能有所立, 吾其可易而爲之哉. 其爲也易則其傳也不遠, 故余所以不敢也.
지금(今) 저 두 사람이(夫二氏之) 중국에서 행한 것이(行乎中土也), 대개(蓋) 600여 년이다(六百餘年矣). 그 뿌리를 내린 것이(其植根) 단단하고(固), 그 물결이(其流波) 널리 퍼졌으니(漫), 아침에 명령해서(朝令而) 저녁에 금할 수 있는 것이(可以夕禁) 아니다(非也).
문왕이 죽은 뒤로부터(自文王沒), 무왕고 주공, 성왕, 강왕이(武王周公成康), 서로 함께(相與) 지켜서(守之), 예악이(禮樂) 모두 있으니(皆在), 부자에 이른 것이(至乎夫子) 오래되지 않았고(未久也), 부자로부터(自夫子而) 맹자에 이른 것이(至乎孟子) 오래되지 않았고(未久也), 맹자로부터(自孟子而) 양웅에 이른 것이(至乎揚雄), 또한(亦) 오래 되지 않았지만(未久也), ㄱ그러나(然) 오히려(猶) 그 애쓴 것이(其勤) 이와 같고(若此), 그 곤궁한 것이(其困) 이와 같고 나서야(若此而後), 설 수 있었으니(能有所立), 내가(吾) 어찌(其) 쉽게 할 수 있겠는가(可易而爲之哉). 그 하는 것이(其爲也) 쉽다면(易則) 그 전하는 것이(其傳也) 멀지 않을 것이고(不遠), 그러므로(故) 내가(余) 감히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所以不敢也).
然觀古人, 得其時, 行其道, 則無所爲書, 爲書者, 皆所爲不得行乎今而行乎後者也. 今吾之得吾志失吾志, 未可知, 俟五六十爲之, 未失也. 天不欲使玆人有知乎, 則吾之命, 不可期, 如使玆人有知乎, 非我, 其誰哉. 其行道, 其爲書, 其化今, 其傳後, 必有在矣, 吾子其何遽戚戚於吾所爲哉.
그러나(然) 옛사람을 보면(觀古人), 그때를 얻어(得其時), 그 도를 행하면(行其道, 則) 책을 지을 것이 없고(無所爲書), 책을 짓는 것도(爲書者), 모두(皆) 행함을 얻을 수 없는 것이(所爲不得行乎) 지금부터(今而) 후세에 행해지도록 하는 것이다(行乎後者也).
지금(今) 내가(吾之) 내 뜻을 얻었는지(得吾志) 내 뜻을 잃었는지(失吾志), 알 수 없고(未可知), 오륙십 세가 되기를 기다려서(俟五六十) 지어도(爲之), 잃지 않을 것이다(未失也). 하늘이(天) 백성들로 하여금(使玆人) 아는 것이 있도록(有知乎) 하지 않으려고 하면(不欲, 則) 내 명을(吾之命), 기약할 수 없고(不可期), 만약(如) 백성들로 하여금(使玆人) 아는 것이 있도록 하려고 한다면(有知乎), 내가 아니라면(非我), 그 누구겠는가(其誰哉). 그 도를 행하고(其行道), 그 책을 짓고(其爲書), 그 지금 세상을 교화하고(其化今), 그 후세에 전하는 것이(其傳後), 반드시(必) 있을 것이고(有在矣), 그대가(吾子) 어찌(其何) 나가 <책을> 짓는 것에 대해서(於吾所爲) 조급해하는가(遽戚戚 哉).
前書謂吾與人商論, 不能下氣, 若好己勝者然. 雖誠有之, 抑非好己勝也, 好己之道勝也, 己之道, 乃夫子ㆍ孟軻ㆍ揚雄所傳之道也. 若不勝, 則無以爲道, 吾豈敢避是名哉. 夫子之言曰: “吾與回言, 終日不違如愚.” 則其與衆人辯也有矣. 駁雜之譏, 前書盡之, 吾子其復之. 昔者夫子猶有所戱, 『詩』不云乎. “善戱謔兮, 不爲虐兮.” 記曰: “張而不弛, 文武不爲也.” 豈害於道哉. 吾子其未之思乎. 孟君將有所適, 思與吾子別, 庶幾一來. 愈再拜.
지난 편지에서(前書) 내가(謂吾) 다른 사람과 더불어(與人) 상의하고 논하는데(商論), 기를 억누를 수 없어(不能下氣), 마치(若) 내가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했다(好己勝者然). 비록(雖) 실제(誠) 그런 것이 있지만(有之), 그러나(抑) 내가 이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非好己勝也), 나의 도가 이기를 좋아한 것이고(好己之道勝也), 나의 도는(己之道), 곧(乃) 부자와 맹가, 양웅이(夫子ㆍ孟軻ㆍ揚雄) 전한 도이다(所傳之道也). 만약(若) 이기지 못한다면(不勝, 則) 도가 될 수 없으니(無以爲道), 내가(吾) 어찌(豈) 감히(敢) 이 명성을 피하겠는가(避是名哉).
부자가 말하길(夫子之言曰): “내가(吾) 안회와(與回) 이야기를 하면(言), 종일토록(終日) 어기지 않는 것이(不違) 어리석은 듯했다(如愚).”라고 했다. 곧(則) 그(其) 여러 사람과(與衆人) 변론한 것이(辯也) 있는 것이다(有矣). 잡스럽다는 비난은(駁雜之譏), 이전 편지에서 다 말했고(前書盡之), 그대가(吾子) 그것을 다시 보라(其復之).
옛날(昔者) 부자가(夫子) 오히려(猶有) 농담한 것이 있으니(所戱), 시에서도(『詩』) 이르지 않았던가(不云乎). “장난과 농담을 잘하는구나(善戱謔兮),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不爲虐兮).”라고 했다. 예기에서 말하길(記曰): “당기고(張而) 늦추지 않는 것은(不弛), 문왕과 무왕도(文武) 하지 않았다(不爲也).”라고 했다.
어찌(豈) 도에 해가 되겠는가(害於道哉). 그대가(吾子) 그것을 아직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其未之思乎). 맹군이(孟君) 장차(將) 가는 곳이 있으니(有所適), 그대와 이별을 생각하니(思與吾子別), 바라건대(庶幾) 한 번 오시게(一來). 한유가(愈) 재배한다(再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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