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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35] 한유(韓愈) 악어문(鰐魚文) - 악어에게 제사 지내며 보내는 글

by प्रज्ञा 202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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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先王旣有天下, 列山澤, 罔繩擉刃, 以除蟲蛇惡物, 爲民害者, 驅而出之四海之外. 及後王德薄, 不能遠有, 則江漢之間, 尙皆棄之, 以與蠻ㆍ夷ㆍ楚ㆍ越. 況潮嶺海之間, 去京師萬里哉. 鰐魚之涵淹卯育於此亦固其所. 今天子嗣唐位, 神聖慈武, 四海之外, 六合之內, 皆撫而有之. 況禹跡所揜揚州之近地, 刺史縣令之所治, 出貢賦以供天地宗廟百神之祀之壤者哉. 鰐魚其不可與刺史, 雜處此土也.

옛날(昔) 선왕이(先王) 이미(旣) 천하를 가지고 나서(有天下), 산과 연못을(山澤) 벌여 놓고(列), 그물과 올가미, 작살, 칼로(罔繩擉刃, 以) 벌레와 뱀처럼(蟲蛇) 성질이 흉포한 동물을(惡物) 없애고(除), 백성을 위해(爲民) 해가 되는 것을(害者), 몰아서(驅而) 사해 밖으로(四海之外) 내보냈다(出之).

후왕의 덕이 엷어짐에 이르러(及後王德薄), 멀리 소유할 수 없었고(不能遠有, 則) 장강과 한수 사이도(江漢之間), 오히려(尙) 모두(皆) 포기하고(棄之, 以) 만과 이, 초와 월에게 주었으니(與蠻ㆍ夷ㆍ楚ㆍ越), 하물며(況) 조주는(潮) 영해의 사이에 있어(嶺海之間), 서울과의 거리가(去京師) 만리나 되니 어떻겠는가(萬里哉). 악어가 숨어서(鰐魚之涵淹) 이곳에서(於此) 알 낳고 새끼를 기르는 것도(卯育) 또한(亦) 진실로(固) 마땅한 곳이다(其所).

 지금(今) 천자가(天子) 당나라의 제위를 잇고(嗣唐位), 신령스럽고 성스럽고 자애롭고 용맹하니(神聖慈武), 사해의 바깥과(四海之外), 온 천하의 안을(六合之內), 모두(皆) 달래어(撫而) 가졌다(有之). 하물며(況) 우임금의 발자국이(禹跡) 덮었던 곳인(所揜) 양주와 가까운 땅으로(揚州之近地), 자사와 현령이(刺史縣令之) 다스리는 곳이고(所治), 공물과 부세를 내서(出貢賦以) 천지와 종묘의 모든 신의 제사에 공급하는(供天地宗廟百神之祀之) 땅은(壤者) 어떻겠는가(哉). 악어가(鰐魚) 그(其) 자사와 함께(與刺史), 이 땅에서(此土) 섞여 지낼 수 없다(不可雜處 也).

 

* 罔繩擉刃(망승작인): 그물, 올가미, 작살, 칼로 모두 동물을 잡는데 쓰는 도구다.

* 惡物(악물): 성질()이 흉악()한 사람이나 동물().

* 江漢(강한): 지금의 長江과 그 지류인 한수를 말한다. 

* 六合(육합): 동서남북 사방과 하늘과 땅.

 

刺史受天子命, 守此土, 治此民. 而鰐魚睅然不安溪潭, 據食民畜熊豕鹿麞, 以肥其身, 以種其子孫, 與刺史亢拒, 爭爲長雄. 刺史雖駑弱, 亦安肯爲鰐魚低首下心, 伈伈睍睍, 爲民吏羞, 以偸活於此邪. 且承天子命, 以來爲吏, 固其勢不得不與鰐魚辨.

자사가(刺史) 천자의 명을 받아(受天子命), 이 땅을 지키고(守此土), 백성을 다스리는데(治此民, 而) 악어가(鰐魚) 눈을 부릅뜨고(睅然) 계곡과 호수를 불안하게 하고(不安溪潭), 근거로 삼아(據) 백성의 가축과(民畜) 곰, 돼지, 사슴, 노루를 잡아먹고(熊豕鹿麞, 以) 그 몸을 살찌우고(肥其身, 以) 그 자손을 불리면서(種其子孫), 자사에게(與刺史) 대항하여(亢拒), 우두머리 되는 것을 다투고 있다(爭爲長雄).

자사가(刺史) 비록(雖) 우둔하고 약하지만(駑弱), 또한(亦) 어찌(安) 기꺼이(肯) 악어를 위해(爲鰐魚) 머리를 숙이고(低首) 마음을 죽여(下心), 두려워하며(伈伈) 눈도 제대로 못 뜨고서(睍睍), 백성과 관리에게 수치를 당하며(爲民吏羞, 以) 여기서(於此) 구차하게 살려고 하겠는가(偸活邪). 또한(且) 천자의 명을 받들어(承天子命, 以) 와서(來) 관리가 되어(爲吏), 진실로(固) 그 형세가(其勢) 악어에게 분별을(鰐魚辨)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不得不與).

 

* 睅然(한연): 눈을 부릅뜬 모양.

* 低首下心(저수하심):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향하게 한다는 뜻으로, 머리를 숙여 복종(服從)함을 이르는 말

 

鰐魚有知, 其聽刺史言. 潮之州大海在其南, 鯨鵬之大, 蝦蟹之細, 無不容歸, 以生以養, 鰐魚朝發而夕至也. 今與鰐魚約, 盡三日, 其率醜類, 南徙于海, 以避天子之命吏. 三日不能, 至五日, 五日不能, 至七日. 七日不能, 是終不肯徙也. 是不有刺史, 聽從其言也. 不然則是鰐魚冥頑不靈, 刺史雖有言, 不聞不知也. 夫傲天子之命吏, 不聽其言, 不徙以避之, 與冥頑不靈, 而爲民物害者, 皆可殺. 刺史則選材技吏民, 操强弓毒矢, 以與鰐魚從事, 必盡殺乃止, 其無悔.

악어에게(鰐魚) 지혜가 있다면(有知), 그(其) 자사의 말을 들어라(聽刺史言). 조주에는(潮之州) 큰 바다가(大海) 그 남쪽에 있고(在其南), 고래나 붕새처럼 큰 것과(鯨鵬之大), 새우나 게 같은 작은 것도(蝦蟹之細), 받아들이고 돌아오도록 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無不容歸), 그것으로 살고(以生) 그것으로 새끼를 기르니(以養), 악어가(鰐魚) 아침에 떠나(朝發而) 저녁에 이를 수 있다(夕至也).

지금(今) 악어와(與鰐魚) 약속하니(約), 3일이 지나고(盡三日), 그(其) 추잡한 무리를 이끌고(率醜類), 남으로(南) 바다에 옮겨 가서(徙于海, 以)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피해라(避天子之命吏). 삼일 동안(三日) 하지 못한다면(不能), 오일이 될 것이고(至五日), 오일 동안 하지 못한다면(五日不能), 칠일이 될 것이다(至七日). 칠일 동안 하지 못한다면(七日不能), 이것은(是) 끝내(終) 기꺼이 옮겨가지 않는 것이다(不肯徙也).

이것은(是) 자사가 있지 않은 것이고(무시한 것이고)(不有刺史), 그 말을 듣고 따르지 않는 것이다(聽從其言也). 그렇지 않다면(不然則) 이것은(是) 악어가(鰐魚) 사리에 어둡고(冥頑) 신령하지 못한 것이니(不靈), 자사에게(刺史) 비록(雖) 말이 있더라도(有言), 듣지 못하고(不聞) 알지 못하는 것이다(不知也). 무릇(夫)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업신여기고(傲天子之命吏), 그 말을 듣지 않고(不聽其言), 옮겨가서 피하지 않고(不徙以避之), 어리석고 신령스럽지 못해서(與冥頑不靈, 而) 백성과 만물에 해를 끼치는 것이 된다면(爲民物害者), 모두(皆) 죽일 수 있다(可殺). 자사라면(刺史則) 재주와 기술 있는 관리와 백성을 뽑아(選材技吏民), 강한 활과(强弓) 독화살을 잡고서(毒矢, 以) 악어와(與鰐魚) 일을 벌여(從事), 반드시(必) 모두 죽이고서야(盡殺乃) 그칠 것이니(止), 후회가 없도록 해라(其無悔).

 

* 容歸(용귀): 귀의를 용납하다. 받아들여 의지하게 하다.

* 醜類(추류): 추잡()한 무리.

* 冥頑(명완): 사리()에 어둡고 완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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