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者貫道之器也. 不深於斯道, 有至者不也. 『易』繇爻象, 『春秋』書事, 『詩』詠歌, 『書』ㆍ『禮』剔其僞. 皆深矣乎. 秦ㆍ漢已前, 其氣渾然, 迨乎司馬遷ㆍ相如ㆍ董生ㆍ揚雄ㆍ劉向之徒, 尤所謂傑然者也. 至後漢曹魏, 氣象萎苶, 司馬氏以來, 規範蕩悉, 謂『易』以下爲古文, 剽掠潛竊爲工耳. 文與道蓁塞, 固然莫知也.
글이란(文者) 도를 꿰는(貫道之) 도구다(器也). 이 도(문장을 짓는 도리)에(於斯道) 깊지 않으면(不深), 지극함이 있는 사람이(有至者) 없다(不也).
주역은(『易』) 효상을 사용하고(繇爻象), 춘추는(『春秋』) 사실을 적고(書事), 시는(『詩』) 노래를 읊고(詠歌), 서와 예는(『書』ㆍ『禮』) 그 거짓을 발라낸다(剔其僞). 모두(皆) 깊은 것이다(深矣乎). 진나라와 한나라 이전에는(秦漢已前), 그 기세가(其氣) 원만했고(渾然), 사마천과 상여, 동생, 양웅, 유향의 무리에 이르러서는(迨乎司馬遷相如董生揚雄劉向之徒), 더욱(尤) 이른바(所謂)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었다(傑然者也).
후한과 조위에 이르러(至後漢曹魏), 기상이(氣象) 시들고 약해졌고(萎苶), 사마씨 이래로(司馬氏以來), 규범이 방탕하고 사라져(規範蕩悉), 역 이하를(『易』以下) 고문이라고 말하고(謂爲古文), 빼앗고(剽掠) 훔치는 것을(潛竊) 교묘하다고 여겼다(爲工耳). 글과 도가(文與道) 막히고(蓁塞), 굳어져서(固然) 누구도 알지 못했다(莫知也).
* 不深~不也~ : 이 문장은 不深於斯에서 끊어 해석하는 경우와, 不深於斯道에서 끊어 해석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후자는 '이러한 도리에 깊이 통달하지 않고서 문장을 제대로 짓는 경지에 이른 자는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不은 無의 뜻이다.
* 渾然(혼연): 구별(區別)이나 차별(差別) 또는 결점(缺點) 등(等)이 없이 원만(圓滿)한 모양(模樣).
* 傑然(걸연): 매우 뛰어남.
* 剽掠(표략): 남을 협박(脅迫)하여 갈기어 빼앗음.
* 蓁塞(진색): 초목이 우거져서 길이 막힘.
先生生大曆戊申, 幼孤隨兄, 播遷韶嶺. 兄卒, 鞠於嫂氏. 辛勤來歸, 自知讀書爲文, 日記數千百言, 比壯經書, 通念曉析, 酷排釋氏, 諸史百子, 搜抉無隱. 汗瀾卓踔, 奫泫澄深. 詭然而蛟龍翔, 蔚然而虎鳳躍, 鏘然而韶鈞發, 日光玉潔, 周情孔思, 千態萬狀, 卒澤於道德仁義炳如也. 洞視萬古, 愍惻當世, 遂大拯頹風, 敎人自爲. 時人始而驚, 中而笑且排, 先生益堅, 終而翕然隨以定. 嗚呼! 先生於文, 摧陷廓淸之功, 比於武事, 可謂雄偉不常者矣.
선생이(先生) 대력 무신년에 태어나서(生大曆戊申), 어려서 고아가 되어(幼孤) 형을 따랐는데(隨兄), <형이> 파천되어(播遷) 영남 소주로 갔다(韶嶺). 형이 죽고(兄卒), 수씨에게 길러졌다(鞠於嫂氏).
고생스럽게(辛勤) 고향으로 가서(來歸), 독서하고 문장 짓는 법을 알면서부터(自知讀書爲文), 날마다(日) 수천수백 자를 기록하고(記數千百言), 장년이 될 무렵(比壯) 경서를(經書), 깊이 생각해서(通念) 깨닫고(曉析), 불교를 혹독하게 배척하며(酷排釋氏), 여러 역사책과 제자백가를(諸史百子), 찾아 들추어내어(搜抉) 숨은(읽지 않은) 것이 없었다(無隱).
<문장은> 광대하고(汗瀾) 뛰어나며(卓踔), 깊고도 넓으며(奫泫) 맑고도 깊었다(澄深). 괴이한 것으로는(詭然而) 교룡이 나는 듯하고(蛟龍翔), 왕성하기로는(蔚然而) 호랑이와 봉황이 뛰는 듯하고(虎鳳躍), 아름다운 소리로는(鏘然而) 소(순임금의 음악)와 균(천제의 음악)이 나오는 듯하고(韶鈞發), 태양처럼 빛나고(日光) 옥처럼 깨끗하며(玉潔), 주공의 정과(周情) 공자의 생각이고(孔思), 천태만상으로(千態萬狀), 마침내(卒) 도덕과 인의에 은혜를 입어(澤於道德仁義) 밝게 빛나는 듯하다(炳如也). 만고를 꿰뚫어 보고(洞視萬古), 당시를 슬퍼하며(愍惻當世), 마침내(遂) 무너진 풍속을(頹風) 크게 바로잡아(大拯), 사람들에게(人) 자기가 한 것을(自爲) 가르쳤다(敎). 당시 사람들이(時人) 처음에는 놀라고(始而驚), 다음에는(中而) 웃고 또 배척했지만(笑且排), 선생이(先生) 더욱 견고하게 해서(益堅), 마침내(終而) 한마음으로(翕然) 따라서 정해졌다(隨以定).
아(嗚呼)! 선생이(先生) 글에 대해서는(於文), 병폐를 없애고(摧陷) 깨끗하게 한 공이(廓淸之功), 무사에 견준다면(比於武事), 웅장하고 위대한 것이(雄偉)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不常者) 말할 수 있다(可謂矣).
* 大曆戊申(대력무신): 대력은 당나라 9대 왕인 代宗의 연호로 무신은 대력 3년(768년)이다.
* 播遷韶嶺(파천소령): 소령은 韶州를 가리킨다. 한유가 11세 때, 韓會가 참소를 당해 소령으로 유배되었고 형을 따라 옮겨가게 되었다.
* 嫂氏(수씨): 형제의 아내.
* 鞠(국): 기르다, 양육하다(養育--)
* 辛勤(신근): 고된 일을 맡아, 부지런히 일함. 또는 고된 근무(勤務).
* 比壯(비장): 장년이 될 무렵. 比는 이를 至 미칠 及의 뜻이다.
* 搜抉無隱(수결무은): 샅샅이 뒤져서 빼놓고 읽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 奫泫(윤현): 문장의 내용이 깊고도 넓은 모양. 윤은 샘이 깊고 넓은 모양, 泫은 물이 흐르는 모양.
* 澄深(징심): 문장의 내용이 맑고도 깊은 모양.
* 翕然(흡연): 대중(大衆)의 의사(意思)가 한 곳으로 쏠리는 정도(程度)가 대단한 모양(模樣).
* 廓淸(확청): 지저분하고 더러운 물건(物件)이나 폐단(弊端) 따위를 없애서 깨끗하게 함.
長慶四年冬, 先生歿, 門人隴西李漢, 辱知最厚且親, 遂收拾遺文, 無所失墜, 合若干卷. 目爲『昌黎先生集』.
장경 4년 겨울에(長慶四年冬), 선생이 돌아가시고(先生歿), 문인(門人) 농서 이한이(隴西李漢), 외람되게(辱) 가장 두텁고 또 친한 것을 아니(知最厚且親), 마침내(遂) 남긴 글을 모아(收拾遺文), 빠뜨리는 것이 없도록 하고(無所失墜), 합해서(合) 약간의 권으로 해서(若干卷), 제목을(目) 창려선생집이라고 한다(爲『昌黎先生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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