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范子因王稽入秦, 獻書昭王曰: “臣聞明主莅正, 有功者不得不賞, 有能者不得不官; 勞大者其祿厚, 功多者其爵尊; 能治衆者其官大, 故不能者不敢當其職焉, 能者亦不得蔽隱. 使以臣之言爲可, 則行而益利其道; 若將弗行, 則久留臣無爲也.
01 범자가(范子) 왕계 때문에(因王稽) 진나라에 들어와서(入秦), 소왕에게(昭王) 글을 올려 말하길(獻書曰): “신이 듣기로(臣聞) 밝은 군주는(明主) 대하는 것이 바르고(莅正), 공이 있는 사람에게(有功者) 상을 주지 않을 수 없고(不得不賞), 능력 있는 사람에게(有能者) 관직을 주지 않을 수 없고(不得不官); 노고가 큰 사람은(勞大者) 그 봉록을 후하게 주고(其祿厚), 공이 많은 사람은(功多者) 그 작위를 올려주고(其爵尊); 무리를 잘 다스리는 사람에게(能治衆者) 그 관직을 높여주고(其官大), 그러므로(故) 능력 없는 사람은(不能者) 감히 그 직을 맡을 수 없고(不敢當其職焉), 능력 있는 사람도 또한(能者亦) 가려지거나 숨겨지지 않습니다(不得蔽隱). 만약(使) 신의 말이(以臣之言) 옳다고 여긴다면(爲可, 則) 행하여(行而) 그 도를 더욱 넓히고(益利其道); 만약(若) 행해지지 않는다면(將弗行, 則) 저를 오래 버려두어(久留臣) 쓰지 않아도 됩니다(無爲也).
* 范子(범자): 范雎(범저). 위(魏)나라 사람으로 字는 叔이다. 처음에는 위의 中大夫인 수고(須賈)를 섬겼다. 그를 따라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갔었는데 제왕이 범저의 재능을 알아보고 선물을 주며 신하로 삼으려고 했다. 이를 시기한 수고가 魏에 돌아와서 당시 상국이었던 위제(魏齊)에게 간언 해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대나무발에 싸여 변소에 버려졌다. 범저는 겨우 경비병을 매수해서 도망쳤고 당시 위나라에 사신으로 와 있던 진나라 왕계(王稽)를 만났다. 이름을 장록(張祿)이라 고치고 왕계의 도움으로 진나라에 들어가 1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본문과 같은 上書를 하고 진(秦) 소왕(昭王)을 만나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을 올려 신임을 얻었고 客卿‧國相을 역임해 응후(應侯)에 봉해진다.
02 “語曰: ‘人主賞所愛而罰所惡; 明主則不然, 賞必加於有功, 刑必斷於有罪.’ 今臣之胸不足以當椹質, 要不足以待斧鉞, 豈敢以疑事嘗試於王乎? 雖以臣爲賤而輕辱臣, 獨不重任臣者後無反覆於王前耶?
02 “속담에 이르길(語曰): ‘임금은(人主) 아끼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賞所愛而) 미워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데(罰所惡); 밝은 군주는明主則) 그렇지 않으니(不然), 상은(賞) 반드시(必) 공이 있는 사람에게 주고(加於有功), 벌은 반드시(刑必) 죄가 있는 사람에게 내린다(斷於有罪).’라고 했습니다. 지금(今) 신의 가슴은(臣之胸) 침질을 감당할 수 없고(不足以當椹質), 허리는(要) 도끼를 대할 수 없는데(不足以待斧鉞), 어찌 감히(豈敢) 의심스러운 일로(以疑事) 왕을(於王) 시험하겠습니까(嘗試乎)? 비록(雖) 저를(以臣) 천하게 여겨서(爲賤而) 신을 가벼이 대하고 모욕을 주더라도(輕辱臣), 다만(獨) 신을 추천한 사람이(任臣者) 나중에(後) 왕 앞에게 반복함이 없는 것을(無反覆於王前)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不重耶)?
* 椹質(침질): 刑具의 일종으로 《史記》 索隱에 “허리를 베어 죽이는 자는 椹質로 한다.[謂腰斬者 爲椹質也]”라고 했다.
03 “臣聞周有砥厄, 宋有結綠, 梁有懸黎, 楚有和璞, 此四寶者, 工之所失也, 而爲天下名器. 然則聖王之所棄者, 獨不足以厚國家乎? 臣聞善厚家者, 取之於國; 善厚國者, 取之於諸侯. 天下有明主, 則諸侯不得擅厚矣. 是何故也? 爲其凋榮也.
03 “제가 듣기로(臣聞) 주나라에는(周) 지액이 있고(有砥厄), 송나라에는 결록이 있고(宋有結綠), 양나라에는 현려가 있고(梁有懸黎), 초나라에는 화박이 있으니(楚有和璞), 이(此) 네 가지 보물은(四寶者), 공인이 잃어버린 것이었다가(처음에 옥인줄 몰랐다가)(工之所失也, 而) 천하의 이름난 기물이 되었습니다(爲天下名器). 그렇다면(然則) 성왕이(聖王之) 버린 사람이(所棄者), 단지(獨) 국가를 이롭게 하기에 부족합니까(不足以厚國家乎)? 신이 듣건대(臣聞) 집안을 부유하게 하는 사람은(善厚家者), 나라에서 취하고(取之於國);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사람은(善厚國者), 제후에게 취해집니다(取之於諸侯). 천하에(天下) 밝은 임금이 있으면(有明主, 則) 제후가(諸侯) 멋대로 이익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不得擅厚矣). 이것은(是) 무슨 까닭인가요(何故也)? 그 영광을 나눠 가졌기 때문입니다(爲其凋榮也).
* 凋榮(조영): 원주에 “曾鞏本‧錢藻本‧劉敞本에는 모두 凋弊로 되어 있고, 《史記》에는 割榮으로 되어 있으며, 後語에는 害榮으로 되어 있다.”라고 했다.
04 良醫知病人之死生, 聖主明於成敗之事, 利則行之, 害則舍之, 疑則少嘗之, 雖堯ㆍ舜ㆍ禹ㆍ湯復生, 弗能改已. “語之至者, 臣不敢載之於書; 其淺者, 又不足聽也. 意者臣愚而不闔於王心耶? 已其言臣者將賤而不足聽耶? 非若是也, 則臣之志, 願少賜游觀之閒, 望見足下而入之.” 書上, 秦王說之, 因謝王稽說, 使人持車召之.
04 훌륭한 의사는(良醫) 병든 사람의(病人之) 생사를(死生) 알고(知), 성스러운 군주는(聖主) 일의 성패에 밝아서(明於成敗之事), 이익이 있으면(利則) 행하고(行之), 해가 되면 그만두고(害則舍之), 의심스러우면(疑則) 조금 시험해 보니(少嘗之), 비록(雖) 요임금과 순, 우, 탕왕이(堯舜禹湯) 다시 태어나더라도(復生), 바꿀 수 없습니다(弗能改已). “말이(語之) 지극한 것은(至者), 제가(臣) 감히(不敢) 글에 싣지 못하고(載之於書); 그 천한 것은(其淺者), 또(又) 들으시기에 부족합니다(不足聽也). 생각건대(意者) 신이 어리석어(臣愚而) 왕의 마음에 맞지 않으신가요(不闔於王心耶)? 이미(已) 그 저를 말한 사람이(其言臣者) 천하여(將賤而) 듣기에 부족한가요(不足聽耶)? 이와 같은 것이 아니라면(非若是也, 則) 신의 뜻은(臣之志), 원컨대(願) 잠시(少) 잠시 볼만한 틈을 내려주시어(賜游觀之閒), 멀리서나마 보고(望見足下而) 들어가도록 해주시길(入之) 바랍니다.”
글이 올라가자(書上), 진왕이 기뻐했고(秦王說之), 이에(因) 왕계에게 사례하고(謝王稽) 기뻐하며(說), 사람을 시켜(使人) 마차를 가지고(持車) 부르도록 했다(召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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