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范雎曰: “臣居山東, 聞齊之內有田單, 不聞其王; 聞秦之有太后·穰侯·涇陽·華陽, 不聞其有王. 夫擅國之謂王, 能專利害之謂王, 制殺生之威之謂王. 今太后擅行不顧, 穰侯出使不報, 涇陽·華陽擊斷無諱, 四貴備而國不危者, 未之有也. 爲此四者下, 乃所謂無王已. 然則權焉得不傾, 而令焉得從王出乎?
01 범저가 말하길(范雎曰): “신이(臣) 산동에 있을 때(居山東), 제나라 안에(齊之內) 전단이 있음을 들었지만(聞有田單), 그 왕이 있음을 듣지 못했고(不聞其王); 진나라에(秦之) 태후와 양후, 경양, 화양이 있음을(有太后·穰侯·涇陽·華陽) 들었지만(聞), 그 왕이 있음을 듣지 못했습니다(不聞其有王). 무릇(夫) 나라를 마음대로 하는 사람을(擅國之) 왕이라 하고(謂王), 이해를 독차지할 수 있는 사람을(能專利害之) 왕이라 하고(謂王), 삶과 죽음을 통제하는(制殺生之) 위력을 가진 사람을(威之) 왕이라 합니다(謂王). 지금(今) 태후가(太后) 행동을 마음대로 하고(擅行) 돌아보지 않으며(不顧), 양후가(穰侯) 군대를 내보내고(出使) 보고하지 않으며(不報), 경양과 화양이(涇陽·華陽) 처벌을 하고도(擊斷) 숨기는 것이 없어서(無諱), 네 귀인이 있는데(四貴備而) 나라가 위태롭지 않은 것은(國不危者), 있지 않습니다(未之有也). 이 네 사람 아래로(爲此四者下), 이른바(乃所謂) 왕이 없을 뿐입니다(無王已). 그렇다면(然則) 권력이 어찌(權焉) 기울지 않고(得不傾, 而) 령이 어찌(令焉) 왕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요(得從王出乎)?
* 擊斷(격단): 쳐서 끊음, 함부로 처벌(處罰)함.
02 “臣聞善爲國者, 內固其威, 而外重其權. 穰侯使者操王之重, 決裂諸侯, 剖符於天下, 征敵伐國, 莫敢不聽; 戰勝攻取, 則利歸於陶, 國弊御於諸侯; 戰敗則怨結於百姓, 而禍歸社稷.
02 “신이 듣기로(臣聞)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善爲國者), 안으로(內) 그 위엄을 굳세게 하고(固其威, 而) 밖으로(外) 그 권력을 무겁게 합니다(重其權). 양후의 사자가(穰侯使者) 왕의 큰 권력을 잡고(操王之重), 제후의 땅을 찢고(決裂諸侯), 천하에 절부를 찢어 봉하고(剖符於天下), 적을 정복하고(征敵) 나라를 정벌해서(伐國), 누구도(莫) 감히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없으면(敢不聽); 싸움에서 이겨(戰勝) 공이 있으면(攻取, 則) 이익이(利) 도읍에 돌아가고(歸於陶), 나라가 피폐해지더라도(國弊) 제후를 제압하며(御於諸侯); 싸움에 지면(戰敗則) 원한이(怨) 백성과 맺어지고(結於百姓, 而) 화가(禍) 사직에 돌아옵니다(歸社稷).
* 剖符(부부): ‘부절(符節)을 쪼갠다.’는 뜻으로, 제후(諸侯)를 봉(封)함을 이르는 말.
03 詩曰: ‘木實繁者披其枝, 披其枝者傷其心, 大其都者危其國, 尊其臣者卑其主.’ 淖齒管齊之權, 縮閔王之筋, 縣之廟梁, 宿昔而死. 李兌用趙, 減食主父, 百日而餓死. 今秦太后·穰侯用事, 高陵·涇陽佐之, 卒無秦王. 此亦淖齒·李兌之類已. 臣今見王獨立於廟朝矣. 且臣將恐後世之有秦國者非王之子孫也.”
03 시에 이르길(詩曰): ‘나무 열매가(木實) 많은 것은(繁者) 그 가지를 찢고(披其枝), 그 가지를 찢은 것은(披其枝者) 그 마음을 상하게 하고(傷其心), 그 도읍(봉토)를 크게 하면(大其都者) 그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危其國), 그 신하를 높이면(尊其臣者) 그 주인을 낮아지도록 한다(卑其主).’라고 했습니다. 탁치가(淖齒) 제나라의 권력을 잡았을 때(管齊之權), 민왕의 근골을 뽑아(縮閔王之筋), 종묘 대들보에 매달아(縣之廟梁), 머지않아(宿昔而) 죽게 만들었습니다(死). 이태가(李兌) 조나라를 쥐고(用趙), 주보의 음식을 줄이고(減食主父), 100일 만에(百日而) 굶겨 죽였습니다(餓死). 지금(今) 진나라(秦) 태후와 양후가(太后·穰侯) 일을 마음대로 하고(用事), 고릉과 경양이 그것을 보좌하고(高陵·涇陽佐之), 끝내(卒) 진왕이 없습니다(無秦王). 이것도 또한(此亦) 탁치와 이열의 부류일 뿐입니다(淖齒·李兌之類已). 신은 지금(臣今) 왕이(王) 홀로(獨) 조정에 선 것을(立於廟朝) 볼 수 있습니다(見矣). 또한(且) 신은(臣) 장차(將) 후세에(後世之) 진나라에 왕의 자손이 아닌 사람이 있을까(有秦國者非王之子孫) 걱정됩니다(恐也).”
* 淖齒(탁치): 원래 楚나라 장수로 초나라가 齊나라를 도와 相이 되도록 한 인물이다. 燕將 樂毅가 五國을 연합해서 齊에 쳐들어오자 湣(閔)王이 莒로 도망쳐서 楚에 구원을 청하니, 楚는 장군 淖齒를 보내 구해 주었다. 민왕이 감격해서 淖齒를 재상으로 삼았으나 淖齒는 齊나라 땅을 燕과 반분할 셈으로 莒에서 민왕을 죽여 그 筋骨을 뽑아 대들보에 다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淖齒도 후에 齊나라의 대부인 王孫賈에게 피살되었다.
04 秦王懼, 於是乃廢太后, 逐穰侯, 出高陵, 走涇陽於關外. 昭王謂范雎曰: “昔者齊公得管仲, 時以爲仲父, 今吾得子, 亦以爲父.”
04 진왕이 두려워했고(秦王懼), 이에(於是) 태후를 폐하고(乃廢太后), 양후를 몰아내고(逐穰侯), 고릉을 내보내고(出高陵), 경양을(涇陽) 관외에(於關外) 나가도록 했다(走). 소왕이(昭王) 범저에게 말하길(謂范雎曰): “옛날(昔者) 제환공이(齊公) 관중을 얻었을 때(得管仲), 이때(時以) 중보로 삼았으니(爲仲父), 지금(今) 내가 그대를 얻어서(吾得子), 또한(亦) 보로 삼을 것이다(以爲父).”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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