浩浩乎平沙無垠, 敻不見人. 河水縈帶, 群山糾紛. 黯兮慘悴, 風悲日曛, 蓬斷草枯, 凜若霜晨. 鳥飛不下, 獸挺亡群. 亭長告余曰: “此古戰場也, 嘗覆三軍, 往往鬼哭, 天陰則聞.”
아득히 넓고(浩浩乎) 평평한 사막에(平沙) 끝이 없고(無垠), 멀리까지(敻) 사람을 볼 수 없구나(不見人). 황하 물은(河水) 얽혀서 흐르고(縈帶), 많은 산은(群山) 분분히 겹쳐있네(糾紛). 어둡고(黯兮) 참혹한데(慘悴), 바람이 슬프고(風悲) 해가 지니(日曛), 쑥대는 꺾이고(蓬斷) 풀을 말랐고(草枯), 오싹한 기운이(凜) 서리 내린 아침과 같다(若霜晨). 새가 날면서(鳥飛) 내려오지 않고(不下), 짐승은(獸) 무리에서 내달려 도망친다(挺亡群). 정장이 나에게 말하길(亭長告余曰): “이곳은(此) 옛날 전쟁터이고(古戰場也), 일찍이(嘗) 삼군을 덮어버린 곳이니(覆三軍), 가끔(往往) 귀신이 우는데(鬼哭), 하늘이 흐려지면(天陰則) 들을 수 있다(聞).”라고 했다.
* 浩浩(호호): 호수(湖水), 강 따위가 가없이 드넓음.
* 糾紛(규분): 일이 뒤얽힘. 규착(糾錯), 산이나 골짜기가 중첩(重疊)되어 있는 모양(模樣).
* 霜晨(상신): 서리가 내린 추운 아침.
* 天陰(천음): 하늘이 흐림.
傷心哉! 秦歟? 漢歟? 將近代歟? 吾聞夫齊魏徭戍, 荊韓召募, 萬里奔走, 連年暴露, 沙草晨牧, 河氷夜渡, 地闊天長, 不知歸路. 寄身鋒刃, 腷臆誰訴. 秦漢而還, 多事四夷, 中州耗斁, 無世無之. 古稱戎夏不抗王師, 文敎失宣, 武臣用奇, 奇兵有異於仁義, 王道迂闊而莫爲.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傷心哉)! 진나라인가(秦歟)? 한나라인가(漢歟)? 아니면(將) 요즘인가(近代歟)? 내가 듣기로(吾聞) 제나라와 위나라는(夫齊魏) 국경에 백성을 끌어내고(徭戍), 초나라와 한나라는(荊韓) 불러 모아서(召募), 만리까지 달려 나가(萬里奔走), 해를 이어(連年) 비바람에 드러나고(暴露), 사막의 아침에(沙草晨) 말 먹이고(牧), 황하의 얼음판은(河氷) 밤새 건넜으니(夜渡), 땅은 넓고(地闊) 하늘은 높아(天長), 돌아갈 길을 알지 못했다(不知歸路). 몸을 의지한 것은(寄身) 칼날이고(鋒刃), 답답한 가슴(腷臆) 누구에게 호소하겠는가(誰訴). 진나라와 한나라 이래로(秦漢而還), 오랑캐와 싸운 일이(事四夷) 많아서(多), 중원의 힘이(中州) 많이 꺾이고(耗斁), 그런 일이 없을 때가 없었다(無世無之). 옛날(古) 오랑캐와 중국을 말하고(稱戎夏) 왕의 군대에 대항하지 않았는데(不抗王師), 문명과 가르침이(文敎) 널리 퍼지는 것을 잃고(失宣), 무신은(武臣) 기이한 계책을 쓰고(用奇), 기병에는(奇兵) 인의와 다른 것이 있으니(有異於仁義), 왕도는 우활하다고 해서(王道迂闊而) 누구도 쓰지 않았다(莫爲).
* 徭戍(요수): 戍役(수역) 국경(國境)을 지키던 일 또는 그런 병사(兵士).
* 鋒刃(봉인): 창이나 칼의 날.
* 暴露(폭로): 비바람에 직접(直接) 노출(露出)됨. 풍우에 드러남, 비바람에 직접(直接) 노출(露出)됨. 풍우에 드러남.
* 迂闊(우활): 곧바르지 아니하고 에돌아서 실제(實際)와는 거리가 멂, 사리(事理)에 어둡고 세상(世上) 물정(物情)을 잘 모름.
嗚呼噫嘻! 吾想夫北風振漠, 胡兵伺便, 主將驕敵, 期門受戰. 野竪旌旗, 川回組練, 法重心駭, 威尊命賤. 利鏃穿骨, 驚沙入面, 主客相搏, 山川震眩, 聲拆江河, 勢崩雷電. 至若窮陰凝閉, 凜冽海隅, 積雪沒脛, 堅氷在鬚. 鷙鳥休巢, 征馬踟躕, 繒纊無溫, 墮指裂膚. 當此苦寒, 天假强胡, 憑陵殺氣, 以相翦屠. 徑截輜重, 橫攻士卒, 都尉新降, 將軍復沒. 屍塡巨港之岸, 血滿長城之窟, 無貴無賤, 同爲枯骨, 可勝言哉. 鼓衰兮力盡, 矢竭兮弦絶. 白刃交兮寶刀折, 兩軍蹙兮生死決. 降矣哉, 終身夷狄, 戰矣哉, 骨暴沙礫. 鳥無聲兮山寂寂, 夜正長兮風淅淅. 魂魄結兮天沈沈, 鬼神聚兮雲冪冪. 日光寒兮草短, 月色苦兮霜白, 傷心慘目, 有如是耶.
아(嗚呼噫嘻)! 내가 생각건대(吾想) 저 북풍이(夫北風) 사막을 흔들고(振漠), 오랑캐 군대가(胡兵) 틈을 엿보는데(伺便), 주장은(主將) 적을 가벼이 여기고(驕敵), 기문에서(期門) 싸움을 맞이했다(受戰). 들에(野) 정기를 세우고(竪旌旗), 물이 도는 곳에(川回) 병사들을 세우니(組練), 법이 엄해서(法重) 마음이 놀라고(心駭), 위엄은 높고(威尊) 목숨은 가벼이 여겨졌다(命賤). 날카로운 화살촉이(利鏃) 뼈를 뚫고(穿骨), 불어닥친 모래가(驚沙) 얼굴에 들어와(入面), 적과 아군이(主客) 서로 엉켜서(相搏), 산천은 놀라고(山川震眩), <싸우는> 소리(聲) 강하를 찢고(拆江河), 세가 무너지는 것이(勢崩) 번개처럼 빠르다(雷電). 한겨울(窮陰) 얼어붙은 것과 같은 때에 이르러(至若凝閉), 살을 에는 추위는(凜冽) 바닷가 모퉁이에 이르고(海隅), 쌓인 눈은(積雪) 정강이를 덮고(沒脛), 얼음은(堅氷) 수염에 달렸다(在鬚). 놀란 새는(鷙鳥) 둥지에서 쉬고(休巢), 길가는 말은(征馬) 머뭇거리며(踟躕), 명주솜 군복에(繒纊) 온기가 없어(無溫), 손가락이 떨어지고(墮指) 피부를 찢는다(裂膚). 이런 험한 추위를 당해서(當此苦寒), 하늘이(天) 강한 오랑캐에게 <힘을> 빌려주니(假强胡), 살기를 올라카고(憑陵殺氣, 以) 서로 마구 베어 죽인다(相翦屠). 지름길로 가서(徑) 치중을 끊고(截輜重), 사졸을 옆으로 공격하니(橫攻士卒), 도위는(都尉) 막 항복하고(新降), 장군은 또 죽었다(將軍復沒). 시체가(屍) 큰 항구 언덕을 메우고(塡巨港之岸), 피는(血) 장성의 굴에 가득 차니(滿長城之窟),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없이(無貴無賤), 함께(同) 해골이 된 것을(爲枯骨), 이루 다 말할 수 없다(可勝言哉). 북소리 약해지고(鼓衰兮) 힘이 다하며(力盡), 화살이 떨어지고(矢竭兮) 활시위 끊어졌다(弦絶). 시퍼런 칼날이 교차하고(白刃交兮) 보도가 꺾이니(寶刀折), 두 군대가(兩軍) 가까이 붙어(蹙兮) 삶과 죽음을 결판낸다(生死決). 항복할 것인가(降矣哉), 종신토록(終身) 오랑캐일 것이고(夷狄), 싸울 것인가(戰矣哉), 백골이(骨) 모래와 자갈에 놓일 것이다(暴沙礫). 새에게(鳥) 소리가 없고(無聲兮) 산은 적막하며(山寂寂), 밤이(夜) 정말 길어(正長兮) 바람은 쓸쓸하다(風淅淅). 혼백이 묶여(魂魄結兮) 하늘은 침침하고(天沈沈), 귀신이 모이고(鬼神聚兮) 구름이 뒤덮는다(雲冪冪). 햇빛이 차가워(日光寒兮) 풀도 자라지 못하고(草短), 달빛이 맑은데(月色苦兮) 서리는 하얗고(霜白), 마음을 아프게 하고(傷心) 눈을 슬프게 하는 것이(慘目), 이와 같은 것이 있겠는가(有如是耶).
* 旌旗(정기): 정(旌)과 기(旗), 깃대 끝을 장목(꿩의 꽁지깃)으로 꾸민 깃발.
* 震眩(진현): 놀라서 눈이 아찔함.
* 凜冽(능렬): 추위가 살을 엘 듯이 심(甚)함.
* 堅氷(견빙): 단단하게 굳은 얼음, 고드름.
* 征馬(정마): 먼 길을 가는 말.
* 踟躕(지주): 일을 딱 잘라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림 망설임. 머무적거림.
* 寂寂(적적): 괴괴하고 조용함, 외롭고 쓸쓸함.
始聞之, 牧用趙卒, 大破林胡, 開地千里, 遁逃匈奴. 漢傾天下, 財殫力痡, 任人而已, 其在多乎. 周逐獫狁, 北至太原, 旣城朔方, 全師而還. 飮至策勳, 和樂且閑, 穆穆棣棣君臣之間. 秦起長城, 竟海爲關, 荼毒生靈, 萬里朱殷. 漢擊匈奴, 雖得陰山, 枕骸遍野, 功不補患.
처음에 들으니(始聞之), 이목이(牧) 조나라 병사를 써서(用趙卒), 임호를 크게 무찌르고(大破林胡), 천리 땅을 개척했고(開地千里), 흉노를 도망치게 만들었다(遁逃匈奴). 한나라가(漢) 천하를 기울여(傾天下), 재물이 다하고(財殫) 힘이 약해졌으니(力痡), 사람을 잘 임명하는 것일 뿐이지(任人而已), 그것이(其) 많음에 있겠는가(在多乎). 주나라가(周) 험윤을 쫓아내고(逐獫狁), 북으로(北) 태원에 이르고(至太原), 북방에 성을 쌓고 나서(旣城朔方), 모든 군사가(全師而) 돌아왔다(還). 술 마시고(飮) 공훈을 따지는 것에 이르러(至策勳), 화락하고 또 한가하니(和樂且閑), 평온하고 즐거운 것이(穆穆棣棣) 군신의 사이다(君臣之間). 진나라가(秦) 장성을 일으켜(起長城), 마침내(竟) 바다에(海) 관문을 만들고(爲關), 백성을 고통스럽게 만들어(荼毒生靈), 만리가(萬里) <피로> 붉고 검었다(朱殷). 한나라가(漢) 흉노를 공격해서(擊匈奴), 비록(雖) 산음을 얻었지만(得陰山), 누운 시체가(枕骸) 들판에 널렸고(遍野), 공적은(功) 걱정거리를 보충할 수 없다(不補患).
* 遁逃(둔도): 달아남, 도망침.
蒼蒼烝民, 誰無父母? 提携捧負, 畏其不壽. 誰無兄弟? 如足如手, 誰無夫婦? 如賓如友. 生也何恩, 殺之何咎. 其存其沒, 家莫聞知. 人或有言, 將信將疑, 娟娟心目, 寢寐見之. 布奠傾觴, 哭望天涯, 天地爲愁, 草木凄悲. 弔祭不至, 精魂無依, 必有凶年, 人其流離. 嗚呼噫嘻, 時耶. 命耶. 從古如斯, 爲之奈何. 守在四夷.
창창한 많은 백성 가운데(蒼蒼烝民), 누가(誰) 부모가 없겠는가(無父母)? 잡아 이끌고(提携) 받들어 업어주니(捧負),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畏其不壽). 누구에게(誰) 형제가 없겠는가(無兄弟)? 손발과 같으니(如足如手), 누구에게 부부가 없겠는가(誰無夫婦)? 손님과 친구와 같다(如賓如友). 산 사람은(生也) 무슨 은총을 받고(何恩), 죽은 사람은(殺之) 무슨 죄인가(何咎). 그가 살았는지(其存) 죽었는지(其沒), 집안에서(家) 아무도 알고 듣지 못한다(莫聞知). 사람들에게 혹(人或) 말이 있더라도(有言), 장차 믿을 것인가(將信) 의심할 것인가(將疑), 걱정하는 마음과 눈에(娟娟心目), 잠자리에서나 본다(寢寐見之). 제사상 펴고(布奠) 술잔을 기울여(傾觴), 통곡하며(哭) 하늘 끝을 보니(望天涯), 천지가 슬퍼하고(天地爲愁), 초목도 처량하고 슬프다(草木凄悲). 제사가(弔祭) 지극하지 않으면(不至), 혼령에게(精魂) 의지할 것이 없고(無依), 반드시(必) 흉년이 있을 것이고(有凶年), 사람들은(人其) 떠날 것이다(流離). 아(嗚呼噫嘻), 때가 그런가(時耶). 명이 그런가(命耶). 옛로부터(從古) 이와 같으니(如斯), 어찌할 것인가(爲之奈何). 지킴은(守) 오랑캐에게 달렸다(在四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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