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道不言而品物亨, 歲功成者, 何謂也. 四時之吏, 五行之佐, 宣其氣矣. 聖人不言而百姓親, 萬邦寧者, 何謂也. 三公論道, 六卿分職, 張其敎矣, 是知君逸於上, 臣勞於下, 法乎天也. 古之善相天下者, 自咎蘷至房魏, 可數也, 是不獨有其德, 亦皆務于勤爾. 況夙興夜寐, 以事一人, 卿大夫猶然, 況宰相乎.
천도는(天道) 말하지 않지만(不言而) 만물이 형통하고(品物亨), 수확이 성공적인 것은(歲功成者), 무엇을 말하는가(何謂也). 사시의 관리와(四時之吏), 오행의 보좌가(五行之佐), 그 기세를 펴는 것이다(宣其氣矣). 성인은 말하지 않지만(聖人不言而) 백성이 친하게 여기고(百姓親), 만방이 편안한 것은(萬邦寧者), 무엇을 말하는가(何謂也). 삼공이 도를 논하고(三公論道), 육경이 직책을 나눠서(六卿分職), 그 가르침을 펴니(張其敎矣), 이것으로 알면(是) 임금이(君) 위에서 편안하고(逸於上), 신하가 아래서 수고하고(臣勞於下), 하늘을 본받은 것을(法乎天) 알 수 있다(知也). 옛날(古之) 천하를(天下) 잘 보좌한 사람은(善相者), 고요와 기로부터(自咎蘷) 방현령과 위징에 이르기까지(至房魏), 숫자를 셀 정도이니(可數也), 이것은(是) 오직 그 덕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不獨有其德), 또한(亦) 모두(皆) 일하는 것에 힘쓴 것이다(務于勤爾). 하물며(況) 부지런히 일하고(夙興夜寐, 以) 한 사람을 모시는 것에(事一人), 경대부도(卿大夫) 오히려 그러한데(猶然), 하물며(況) 재상은 어떻겠는가(宰相乎).
* 品物(품물): 형체(形體)를 갖춘 온갖 물건(物件)의 통칭(通稱).
* 歲功(세공): 1년 농사(農事)의 수확(收穫), 1년의 시절(時節) 차례(次例).
* 夙興夜寐(숙흥야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일함을 이르는 말.
朝廷自國初, 因舊制, 設宰臣待漏院于丹鳳門之右, 示勤政也. 至若北闕向曙, 東方未明, 相君啓行, 煌煌火城, 相君至止, 噦噦鸞聲. 金門未闢, 玉漏猶滴, 撤蓋下車, 于焉以息, 待漏之際, 相君其有思乎. 其或兆民未安, 思所泰之, 四夷未附, 思所來之, 兵革未息, 何以弭之, 田疇多蕪, 何以闢之, 賢人在野, 我將進之, 佞臣在朝, 我將斥之, 六氣不和, 災眚荐至, 願避位以禳之, 五刑未措, 欺詐日生, 請修德以釐之, 憂心忡忡, 待旦而入, 九門旣啓, 四聰甚邇. 相君言焉, 時君納焉, 皇風於是乎淸夷, 蒼生以之而富庶, 若然則總百官, 食萬錢非幸也, 宜也.
조정에서(朝廷) 나라 초부터(自國初), 옛 제도를 따라(因舊制), 재상과 신하의 대루원을(宰臣待漏院) 단봉문 오른쪽에(于丹鳳門之右) 설치해서(設), 정사에 힘쓰는 것을 보였다(示勤政也). 북쪽 궁궐이(若北闕) 막 밝아지는 때에 이르러(至向曙), 동쪽이 아직 밝지 않은데(東方未明), 재상이(相君) 길을 나서면(啓行), 화성을 밝게 빛내고(煌煌火城), 재상이(相君) 이르러 멈추면(至止), 방울소리 뚜렷하게 울린다(噦噦鸞聲). 금문은(金門) 아직 열리지 않았고(未闢), 옥루는(玉漏) 여전히 물방울을 떨어뜨리는데(猶滴), 덮개를 걷고(撤蓋) 마차에서 내려(下車), 그곳에서(于焉) 쉬며(以息), 물시계 울리기를 기다릴 때(待漏之際), 재상은 아마도(相君其)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인가(有思乎). 그(其) 혹(或) 백성이(兆民) 편안하지 않으면(未安), 편안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思所泰之), 오랑캐가 기대지 않으면(四夷未附), 오게 할 것을 생각하고(思所來之), 전쟁이 그치지 않았으면(兵革未息), 무엇으로 그치게 할 것인가(何以弭之) 생각하고, 논밭이(田疇) 많이 황폐하면(多蕪), 무엇으로 개간할 것인가(何以闢之) 생각하고, 현인이 재야에 있으면(賢人在野), 내가 장차 등용할 것을(我將進之) 생각하고, 아첨하는 신하가 조정에 있으면(佞臣在朝), 내가 장차 쫓아낼 것을 생각하고(我將斥之), 육기가 조화롭지 못하고(六氣不和), 재앙이(災眚) 연이어 이어지면(荐至), 자리를 피해(避位以) 물러날 것을 바라고(願禳之), 오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五刑未措), 거짓말과 속임수가(欺詐) 날로 생겨나면(日生), 덖을 닦아 다스리기를 청할 것이니(請修德以釐之), 근심하는 마음이(憂心) 두근거리고(忡忡), 아침을 기다렸다가(待旦而) 들어가(入), 구문이 이미 열리면(九門旣啓), 사방에서 듣는 것이(四聰) 매우 가깝다(甚邇). 재상이(相君) 말하는 것은(言焉), 당시의 임금이(時君) 받아들여(納焉), 황제의 기풍이(皇風) 이에(於是) 맑고 고르며(乎淸夷), 백성이(蒼生) 이것으로(以之而) 부유하고 많아지니(富庶), 이와 같다면(若然則) 백관을 총괄하면서(總百官), 봉록이(食) 만 전이라도(萬錢) 요행이 아니고(非幸也), 마땅할 것이다(宜也).
* 兆民(조민): 모든 백성(百姓). 또는 모든 사람.
* 向曙(향서): 해가 막 밝아지려고 하는 때.
* 煌煌(황황): 번쩍번쩍 빛나서 밝음.
* 火城(화성): 재상이 조회할 때 등불을 켜는 의장용 횃불.
* 噦噦(홰홰): 딸랑딸랑 또렷이 울리는 리드미컬한 방울 소리.
* 待漏(대루): 물시계(-時計)가 입조(入朝)의 시각(時刻)을 가리키기를 기다리던 곳이라는 뜻.
* 兵革(병혁): 무기(武器)를 통틀어 이르는 말, 국가(國家)와 국가(國家), 또는 교전(交戰) 단체(團體) 사이에 무력(武力)을 사용(使用)하여 싸움.
其或私讐未復, 思所逐之, 舊恩未報, 思所榮之, 子女玉帛, 何以致之, 車馬器玩, 何以取之, 姦人附勢, 我將陟之, 直士抗言, 我將黜之, 三時告災, 上有憂色, 構巧辭以悅之, 群吏弄法, 君聞怨言, 進謟容以媚之, 私心慆慆, 假寐而坐, 九門旣開, 重瞳屢回, 相君言焉, 時君惑焉, 政柄於是乎隳哉, 帝位以之而危矣, 若然則死下獄, 投遠方非不幸也, 亦宜也. 是知一國之政, 萬人之命, 懸於宰相, 可不愼歟. 復有無毁無譽, 旅進旅退, 竊位而苟祿, 備員而全身者, 亦無所取焉. 棘寺小吏王禹偁, 爲文請誌院壁, 用規于執政者.
혹(其或) 사사로운 원한을(私讐) 갚지 못했다면(未復), 쫓아낼 것을 생각하고(思所逐之), 옛 은혜를(舊恩) 보답하지 못했다면(未報), 영화롭게 할 것을 생각하고(思所榮之), 노비와 시첩(子女), 옥과 비단을(玉帛), 어찌(何以) 이르게 할 것인가(致之), 마차와 말, 장식물을(車馬器玩), 어찌 취할 것인가(何以取之), 간사한 사람이(姦人) 권세에 달라붙으면(附勢), 내가 장차 승진시키고(我將陟之), 곧은 선비가(直士) 대항해서 말하면(抗言), 내가 장차 쫓아내고(我將黜之), 농사철에(三時) 재앙을 보고해서(告災), 윗사람에게(上) 걱정하는 기색이 있으면(有憂色), 교묘한 말을 엮어서(構巧辭以) 기쁘게 하고(悅之), 여러 관리가(群吏) 법을 우롱하고(弄法), 임금이(君) 원망하는 말을 들으면(聞怨言), 나아가(進) 터무니없는 얼굴로(謟容以) 아첨하고(媚之), 사사로운 마음이(私心) 방자해져서(慆慆), 졸며 앉아 있다가(假寐而坐), 구문이 열리고 나서(九門旣開), 황제의 눈이(重瞳) 여러 번 돌아보며(屢回), 재상이(相君) 말하면(言焉), 당시 임금이 미혹하고(時君惑焉), 정권이(政柄) 이에(於是) 위태롭고(乎隳哉), 제위가(帝位) 이것으로(以之而) 위태로워지니(危矣), 이와 같다면(若然則) 죽이고(死) 감옥에 가두며(下獄), 먼 곳으로 던져지는 것이(投遠方) 불행이 아니고(非不幸也), 또한(亦) 마땅할 것이다(宜也). 이것을 알면(是知) 한 나라의 정치와(一國之政), 만 명의 목숨이(萬人之命), 재상에 달렸으니(懸於宰相),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可不愼歟). 다시(復) 비방도 없고 명예도 없음이 있고(有無毁無譽), 함꼐 나아가고(旅進) 함께 물러나며(旅退), 자리를 훔치고(竊位而) 구차하게 녹을 먹으며(苟祿), 숫자를 채우고(備員而) 몸을 보전하는 사람은(全身者), 또한(亦) 취할 것이 없다(無所取焉).
대리시의(棘寺) 낮은 관리(小吏) 왕우칭이(王禹偁), 글을 지어(爲文) 대루원 벽에 쓰기를(誌院壁) 청하니(請), 집정자에게 권하려고 함이다(用規于執政者).
* 抗言(항언): 대항하는 말.
* 假寐(가매): 잠자리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잠을 잠, 거짓으로 자는 체함, 궁중(宮中)에서, ‘낮잠’을 이르던 말.
* 屢回(누회): 여러 차례(次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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