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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92] 소식(蘇軾) 전적벽부(前赤壁賦): 적벽대전이 일어난 곳에서

by प्रज्ञा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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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임술년 가을(壬戌之秋) 7월 16일에(七月旣望), 나와 손님이(蘇子與客) 배를 띄우고(泛舟), 적벽 아래서 노닐었다(遊於赤壁之下). 맑은 바람은(淸風) 천천히 불어오고(徐來), 물결이(水波) 일지 않으니(不興), 술을 들어(擧酒) 손님에게 따르고(屬客), 밝은 달을 노래하는 시를 읊고(誦明月之詩), 요조 구절을 노래했다(歌窈窕之章). 조금 있다가(少焉) 달이(月) 동산 위로 나오고(出於東山之上), 두우 사이에서 배회할 때(徘徊於斗牛之間), 백로가(白露) 강을 가로지르고(橫江), 물빛이(水光) 하늘에 닿았다(接天). 조각배 한 척이 가는 대로 따라서(縱一葦之所如), 넓은 강 아득한 데를(萬頃之茫然) 넘고(凌), 넓고 크게(浩浩乎) 빈 데를 의지하고 바람을 타고(如憑虛御風而) 멈출 곳을 알지 못하는 듯하고(不知其所止), 흩날리며(飄飄乎) 세상일 잊고 홀로 서서(如遺世獨立), 날개가 변해(羽化而) 신선이 되어 오르는 듯하다(登仙).

 

* 旣望(기망): 음력(陰曆)으로 매달(-) 열엿샛날.

* 徐來(서래): 천천히 옴.

* 水波(수파): 물이 움직여 그 표면(表面)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運動). 또는 그 모양(模樣).

* 窈窕(요조): 여자(女子)의 행동(行動)이 얌전하고 정숙(貞淑)함.

* 萬頃(만경): ‘아주 많은 이랑’이라는 뜻으로, 지면(地面)이나 수면(水面)이 아주 넓음을 이르는 말.

* 茫然(망연): 아득함. 아무 생각 없이 멍함.

* 遺世(유세): 세상(世上)을 버림. 세상일을 잊음.

 

於是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兮天一方.”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鳴鳴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蘇子愀然正襟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이에(於是) 술 마시고(飮酒) 즐거움이 깊어져(樂甚), 뱃전을 두드리며(扣舷而) 노래하는데(歌之), 노래로 말하길(歌曰): “계수나무 노와 백목련 삿대로(桂棹兮蘭槳), 빈 달을 치고(擊空明兮) 흐르는 빛을 거슬러 오른다(泝流光). 아득하고 아득한데(渺渺兮) 내가 품은 것은(余懷), 미인을 바라보며(望美人兮) 하늘 한 곳에 있다(天一方).”라고 했다.

손님 가운데(客) 퉁소를 부는 사람이 있어(有吹洞簫者), 노래에 기대어(倚歌而) 화답하는 것이(和之), 그 소리가(其聲) 울리는데(鳴鳴然), 원망하는 듯하고(如怨) 사모하는 듯하고(如慕), 우는 듯하고(如泣) 하소연하는 듯해서(如訴), 남은 소리가(餘音) 길고 간드러져(嫋嫋), 끊이지 않는 것이(不絶) 실과 같고(如縷), 깊은 계곡의 잠룡을(幽壑之潛蛟) 춤추게 하고(舞), 외로운 배의 과부를(孤舟之嫠婦) 울게 만든다(泣). 내가(蘇子) 정색하고(愀然)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아(正襟危坐而) 손님에게 묻기를(問客曰): “무엇 때문에(何爲) 그러한가(其然也)?”라고 했다.

 

* 扣舷(구현): 뱃전을 두드림. 또는 그 소리.

* 桂櫂蘭槳(계도난장): ‘계수나무(桂樹)로 만든 노()와 백목련(白木蓮)으로 만든 삿대’라는 뜻으로, 노()와 삿대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 嫋嫋(요요): 맵시가 있고 날씬함, 소리가 길고도 간드러짐.

* 幽壑(유학): 깊은 산골짜기.

* 潛蛟(잠교): 잠기어 있는 교룡.

* 嫠婦(이부): 남편(男便)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女子).

* 愀然(초연): 얼굴에 근심스러운 빛이 있음, 정색(正色)을 하여 얼굴에 엄정(嚴正)한 빛이 있음.

* 正襟端坐(정금단좌):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端正)하게 앉음.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손님이 말하길(客曰): “달은 밝고(月明) 별은 드문데(星稀), 까마귀와 까치(烏鵲) 남으로 난다는 것은(南飛), 이것은(此) 조맹덕의 시가 아니겠는가(非曹孟德之詩乎). 서쪽으로(西) 하구를 바라보고(望夏口), 동쪽으로(東) 무창을 바라본다(望武昌). 산천이(山川) 서로 얽혀(相繆), 울창한 것이(鬱乎) 빽빽하다는 것은(蒼蒼), 이것은(此) 조맹덕이(孟德之) 주랑에게 곤경을 당한 것이(困於周郞者) 아니겠는가(乎). 바야흐로(方) 그가(其) 형주를 깨뜨리고(破荊州), 강릉으로 내려와(下江陵), 물결을 따라(順流而) 동으로 와서(東也), 배를 이은 것이(舳艫) 천 리가 되고(千里), 깃발이(旌旗) 허공을 가렸다(蔽空). 술을 들고(釃酒) 강을 마주하며(臨江), 창을 눕히고(橫槊) 시부를 지으니(賦詩), 참으로(固) 일세의 영웅인데(一世之雄也, 而) 지금(今) 어디에 있는가(安在哉).

 

* 蒼蒼(창창): 빛이 바람, 앞길이 멀어서 아득함.

* 舳艫(축로): 배의 고물과 이물.

* 旌旗(정기): 깃대 끝을 장목(꿩의 꽁지깃)으로 꾸민 깃발.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鰕而友麋鹿. 駕一葉之扁舟, 擧匏樽以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하물며(況) 나와 그대가(吾與子), 강가에서(於江渚之上) 물고기 잡고 땔나무 하며(漁樵),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侶魚鰕而) 사슴과 고라니를 친구 삼았다(友麋鹿). 한 조각 작은 배를 타고(駕一葉之扁舟), 술 뒤웅박 들어(擧匏樽以) 서로 따라주니(相屬), 하루살이를(蜉蝣) 천지에 붙인 것이고(於天地), 아득한 푸른 바다의(渺滄海之) 한 톨 곡식이다(一粟). 내 삶이 잠깐인 것을(吾生之須臾) 슬퍼하고(哀), 장강이 무궁한 것을(長江之無窮) 부러워한다(羨). 나는 신선을 끼고(挾飛仙以) 마음껏 노닐고(遨遊), 밝은 달 끌어안고(抱明月而) 오래 살다 죽는 것은(長終),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고(知不可乎驟得), 슬픈 바람에(於悲風) 여운(퉁소 소리)을 맡긴다(託遺響).”라고 했다.

 

* 漁樵(어조): 물고기를 잡는 일과 땔나무를 하는 일.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 扁舟(편주): 작은 배.

* 匏樽(포준): 박으로 만든 술그릇.

* 滄海(창해): 넓고 큰 바다. 대해().

 

蘇子曰: “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내가 말하길(蘇子曰): “손님도 또한(客亦) 저 물과 달을(夫水與月) 아는가(乎)? 가는 것이(逝者) 이와 같지만(如斯, 而) 일찍이 가지 않았고(未嘗往也); 차고 빈 것은(盈虛者) 저와 같지만(如彼, 而) 마침내(卒) 무엇도(莫) 없어지고 자라지 않았다(消長也). 대개(蓋將) 그 변하는 것으로부터(自其變者而) 본다면(觀之, 則) 천지는(天地) 일찍이(曾) 한 순간일 수도 없고(不能以一瞬), 그 변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본다면(自其不變者而觀之, 則) 만물과 내가(物與我) 모두(皆) 다함이 없으니(無盡也, 而) 또(又)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何羨乎). 무릇(且夫) 천지 사이에(天地之間), 만물에게(物) 각자(各) 주인이 있으니(有主), 진실로(苟) 내가 가진 것이 아니고(非吾之所有), 비록(雖) 털오라기 하나라도(一毫而) 무엇도 취하지 않고(莫取), 오직(惟) 강가의 맑은 바람과(江上之淸風, 與) 산간의 밝은 달은(山間之明月), 귀가 그것을 얻어(耳得之而) 소리가 되고(爲聲), 눈이 그것을 담아(目寓之而) 색이 되니(成色), 취하는 것에(取之) 막는 것이 없고(無禁), 쓰는 것이(用之) 다하지 않으니(不竭), 이것이(是) 조물자의(造物者之) 다하고 숨기는 것이 없음이고(無盡藏也, 而) 나와 그대가(吾與子之) 함께 즐기는 것이다(所共樂).”라고 했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盃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손님이 기뻐하며(客喜而) 웃고(笑), 잔을 씻어(洗盞) 다시 술 따르니(更酌), 안주가(肴核) 이미 다하고(旣盡), 그릇이며 접시가(盃盤) 널려 있다(狼藉). 서로 함께(相與) 배 가운데서(乎舟中) 베개 베고(枕藉), 동방이(東方之) 이미 하얗게 샌 것을(旣白) 알지 못한다(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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