丞之職, 所以貳令, 於一邑, 無所不當問. 其下主簿ㆍ尉, 主簿ㆍ尉乃有分職. 丞位高而偪, 例以嬚, 不可否事.
승이란 직책은(丞之職), 현령의 다음인 것이니(所以貳令), 한 읍에서(於一邑), 마땅히 묻지 않는 것이 없다(無所不當問). 그 아래(其下) 주부와 위가 있고(主簿尉), 주부와 위에게는(主簿尉) 곧(乃) 나눠진 직책이 있다(有分職). 승의 자리가(丞位) 높고(高而) <권력에> 가깝지만(偪), 관례로는(例以) 혐의 때문에(嬚), 일을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不可否事).
* 偪(핍): 핍박하다(逼迫--), 죄다, 강박하다(強薄--: 우악스럽고 야박하다), 접근하다(接近--), 육박하다(肉薄--: 바싹 가까이 다가붙다)
文書行, 吏抱成案, 詣丞, 卷其前鉗以左手, 右手摘紙尾, 鴈鶩行以進. 平立睨丞曰: “當暑!” 丞涉筆占位暑, 惟謹目吏問‘可不可?’ 吏曰: “得.” 則退. 不敢略省, 漫不知何事. 官雖尊, 力勢反在主簿ㆍ尉下, 諺數慢, 必曰: “丞” 至以相訾謷, 丞之設, 豈端使然哉.
문서가 행해질 때(文書行), 관리가(吏) 완성된 안을 가지고(抱成案), 승에게 이르러(詣丞), 그 앞을 말아서(卷其前) 왼손으로 움켜쥐고(鉗以左手), 오른손으로(右手) 종이 끝을 들추고(摘紙尾), 기러기나 오리가 가는 것처럼(鴈鶩行以) 나아간다(進).
꼿꼿이 서서(平立) 승을 바라보며 말하길(睨丞曰): “서명하십시오(當暑)!”라고 했다.
승이(丞) 붓을 움직여(涉筆) 자리를 차지하고(占位) 서명하며(暑), 조심스러운 눈으로(惟謹目) 관리에게 묻기를(吏問) ‘되었는가(可) 안되었는가(不可)?’라고 한다.
관리가 말하길(吏曰): “되었습니다得.”라고 하고는, 곧 물러간다(則退).
감히 대강 살펴보지 못하니(不敢略省), 전혀(漫)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不知何事). 관직이(官) 비록 높지만(雖尊), 힘과 세력은(力勢) 도리어(反) 주부와 위아래에 있으니(在主簿尉下), 속담에(諺) 법도가 허술하면(數慢), 반드시 말하길(必曰): “승입니다(丞)”라고 하면서, 서로 흉보며 말하는 데 이르렀고(至以相訾謷), 승을 설치한 것이(丞之設), 어찌(豈) 다만(端) 그렇게 하라는 것이겠는가(使然哉).
* 涉筆(섭필): 붓을 종이 위에 움직이다.
* 漫(만): 아득한 모양.
* 訾謷(자오): 흉보고 중얼거리다.
博陵崔斯立, 種學績文, 以蓄其有, 泓涵演迤, 日大以肆. 貞元初挾其能, 戰藝於京師, 再進再屈於人. 元和初, 以前大理評事, 言得失, 黜官.
박릉의(博陵) 최사립이(崔斯立), 배움을 씨 뿌리듯 하고(種學) 글을 베 짜듯이 해서(績文, 以) 그 가진 것을 키워서(蓄其有), 큰 물이 넘쳐(泓涵) 넓게 흘러서(演迤), 날로 커지고(日大以) 막히는 곳이 없었다(肆). 정원 초에(貞元初) 그 재능을 가지고(挾其能), 경사에서(於京師) 과거에 응시했지만(戰藝), 두 번 나아가(再進) 사람들을 두 번 굴복시켰다(再屈於人). 원화 초에(元和初), 전직인 대리평사로(以前大理評事), <정치의> 잘잘못을 말하고(言得失), 관직에서 쫓겨났다(黜官).
* 泓涵(홍함): 큰 물이 넘쳐흐르는 모양.
* 演迤(연이): 물이 넓게 흘러가는 것.
* 戰藝(전예): 문예(文藝)를 겨룸. 곧 과거 시험에 응시함을 이르는 말이다.
再轉而爲丞玆邑, 始至, 喟然曰: “官無卑, 顧材不足塞職” 旣噤不得施用, 又喟然曰: “丞哉丞哉! 余不負丞, 而丞負余”
다시 바뀌어(再轉而) 이 고을에서 승이 되었는데(爲丞玆邑), 시작함에 이르러(始至), 탄식하며 말하길(喟然曰): “관직에(官) 낮은 것이 없으니(無卑), 다만(顧) 재주가(材) 직책을 감당하기에(塞職) 부족할까 걱정이다(不足)”라고 했다. 이미 입을 다물고 있어(旣噤) 쓰임이 없게 되자(不得施用), 또(又) 탄식하여 말하길(喟然曰): “현승이여 현승이여(丞哉丞哉)! 내가(余) 현승을 배반하지 않았는데(不負丞, 而) 현승이(丞) 나를 배반하는구나(負余)”라고 했다.
則盡枿去牙角, 一躡故跡, 破崖岸而爲之.” 丞廳, 故有記, 壤漏, 汚不可讀. 斯立易桷與瓦, 墁治壁, 悉書前任人名氏. 庭有老槐四行, 南墻鉅竹千梃, 儼立若相持. 水㶁㶁循除鳴, 斯立痛掃漑, 對樹二松. 日哦其間, 有問者, 輒對曰: “余方有公事, 子姑去.” 考功郞中知制誥韓愈記.
모나고 남과 부딪치는 것을(則牙角) 모두(盡) 없애버리고(枿去) , 옛 현승의 자취를(故跡) 똑같이 밟으며(一躡), 남과 어울리지 못함을 깨버리고(破崖岸而) 할 것이다(爲之).”라고 했다.
현승의 청사에(丞廳), 예로부터(故) 기록이 있었는데(有記), 무너지고(壤) 비가 새니(漏), 더러운 것을(汚) 읽을 수 없었다(不可讀). 내가(斯立) 서까래와 기와를 바꾸고(易桷與瓦), 흙손으로(墁) 벽을 수리해서(治壁), 전임자의 성명을(前任人名氏) 모두 적었다(悉書). 뜰에(庭) 늙은 느티나무(老槐) 넷이 늘어선 것이 있고(有四行), 남쪽 담장에(南墻) 큰 대나무(鉅竹) 천 그루가(千梃, 서로 의지하듯이(若相持) 의젓하게 서있다(儼立). 물이 갈라져(水㶁㶁) 섬돌을 따라 돌며(循除) 소리 내고(鳴), 사립은(斯立) 깨끗이 쓸고 닦고서(痛掃漑), 소나무 두 그루(二松) 맞은편에 심어두었다(對樹). 매일(日) 그 사이에서 읊조리며(哦其間), 묻는 사람이 있으면(有問者), 번번이 대답하길(輒對曰): “나는(余) 지금(方) 공사가 있으니(有公事), 그대는(子) 잠시 가야겠다(姑去).”라고 한다.
고공랑중(考功郞中) 지제고(知制誥) 한유가 적다(韓愈記).
* 孼去(얼거): 없애버리다.
* 牙角(아각): 모나고 남과 부딪치는 것.
* 崖岸(애안): 오만하다. 성격이 모가 나서 남과 어울리지 못하다, 남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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