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만 보면 맹자(孟子)와 순경(荀卿)의 합전(合傳)이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 다르게 전국시대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음양가, 도가, 법가, 명가, 묵가의 대표적인 인물 12명에 대해 기술하였다.
太史公曰(태사공왈): 余讀孟子書(여독맹자서), 至梁惠王問(지양혜왕문)「何以利吾國(하이리오국)」), 未嘗不廢書而嘆也(미상불폐서이탄야). 曰(왈): 嗟乎(차호), 利誠亂之始也(이성란지시야)! 夫子罕言利者(부자한언리자), 常防其原也(상방기원야). 故曰(고왈)「放於利而行(방어리이행), 多怨(다원)」. 自天子至於庶人(자천자지어서인), 好利之獘何以異哉(호리지폐하이이재)!
태사공이 말하길(太史公曰): 내가(余) 맹자란 책을 읽다가(讀孟子書), 양혜왕이 묻기를(梁惠王問) '무엇으로(何以)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시겠습니까(利吾國)'에 이르러(至), 일찍이(未嘗) 책을 덮고 한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不廢書而嘆也). 말하길(曰): 안타깝구나(嗟乎), 이익이(利) 진실로(誠) 어지러움의 시작이구나(亂之始也)!라고 했다. 부자께서(夫子) 이익을 드물게 말한 것은(罕言利者), 늘(常) 그(혼란의) 근원을 막으려는 것이다(防其原也).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이익에 따라(放於利而) 행동하면(行), 원망이 많다(多怨)'라고 했다. 천자로부터(自天子) 서인에 이르기까지(至於庶人), 이익을 좋아하는 병폐가(好利之獘) 어찌 다르겠는가(何以異哉)!
孟軻(맹가), 騶人也(추인야). 受業子思之門人(수업자사지문인). 道既通(도기통), 游事齊宣王(유사제선왕), 宣王不能用(선왕불능용). 適梁(적량), 梁惠王不果所言(양혜왕불과소언), 則見以爲迂遠而闊於事情(즉견이위우원이활어사정).
맹가는(孟軻), 추나라 사람이다(騶人也). 자사의 문인에게(子思之門人) 학업을 전수받았다(受業). 도가 이미 통하고(道既通), 제 선왕에게 유세했으나(游事齊宣王), 선왕이 등용하지 않았다(宣王不能用). 양나라로 가서(適梁), 양 혜왕도(梁惠王) 말한 것을 믿어주지 않으니(不果所言, 則) 현실과 거리가 멀고(迂遠而) 사정에 어둡다고(闊於事情) 여겨졌다(見以爲).
* 游事(유사) : 유세(遊說)의 뜻이다.
* 迂遠(우원): 길이 돌아서 멈, 방법(方法), 태도(態度), 생활(生活) 따위가 현실(現實)과 거리가 멈.
當是之時(당시지시), 秦用商君(진용상군), 富國彊兵(부국강병); 楚·魏用吳起(초위용오기), 戰勝弱敵(전승약적); 齊威王(제위왕)·宣王用孫子(선왕용손자)·田忌之徒(전기지도), 而諸侯東面朝齊(이제후동면조제).
당시에(當是之時), 진나라가 상군을 등용하여(秦用商君),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했고(富國彊兵); 초나라와 오나라가(楚·魏) 오기를 등용하여(用吳起), 전쟁에서 이기고(戰勝) 적을 약하게 했으며(弱敵); 제나라 위왕과 선왕이(齊威王·宣王) 손자와 전기의 무리를 등용하여(用孫子·田忌之徒, 而) 제후들이(諸侯) 동쪽을 돌아보며 제나라에 조회했다(東面朝齊).
天下方務於合從連衡(천하방무어합종연형), 以攻伐爲賢(이공벌위현), 而孟軻乃述唐·虞·三代之德(이먕가내술당,우,삼대지덕), 是以所如者不合(시이소여자불합). 退而與萬章之徒序詩書(퇴이여만장지도서시서), 述仲尼之意(술중니지의), 作孟子七篇(작맹자칠편). 其後有騶子之屬(기후유추자지속).
천하가(天下) 바야흐로(方) 합종연횡에 힘쓰고(務於合從連衡), 공격하고 정벌하는 것을(以攻伐) 현명하다 여기고(爲賢, 而) 맹가가 마침내(孟軻乃) 당우와 삼대의 덕을 말하기만 하므로(述唐·虞·三代之德), 이 때문에(是以) 이런 사람들과(所如者) <뜻이> 맞지 않아(不合). 물러나서(退而) 만장의 무리와 더불어(與萬章之徒) 시서를 순서대로 정리하고(序詩書), 공자의 뜻을 저술하여(述仲尼之意), 맹자 7편을 지었다(作孟子七篇). 그 뒤에(其後) 추자의 무리가 있었다(有騶子之屬).
齊有三騶子(제유삼추자). 其前騶忌(기전추기), 以鼓琴干威王(이고금간위왕), 因及國政(인급국정), 封爲成侯而受相印(봉위성후이수상인), 先孟子(선맹자).
제나라에(齊) 세 명의 추자가 있었다(有三騶子). 그 앞은(其前) 추기로(騶忌), 거문고와 비파로(以鼓琴) 위왕에게 벼슬을 구했고(干威王), 잇달아(因) 국정에 이르렀고(及國政), 봉해져서(封) 성후가 되어(爲成侯而) 재상의 관인을 받았는데(受相印), 맹자에 앞선다(先孟子).
其次騶衍(기차추연), 後孟子(후맹자). 騶衍睹有國者益淫侈(추연도유국자익음치), 不能尚德(불능상덕), 若大雅整之於身(약대아정지어신), 施及黎庶矣(시급려서의). 乃深觀陰陽消息而作怪迂之變(내심관음양소식이작괴우지변), 終始·大聖之篇十餘萬言(종시대성지편십여만언). 其語閎大不經(기어굉대불경), 必先驗小物(필선험소물), 推而大之(추이대지), 至於無垠(지어무은).
그 다음은 추연으로(其次騶衍), 맹자보다 뒤다(後孟子). 추연은(騶衍) 나라를 가진 사람들이(有國者) 더욱(益) 지나치고 사치하며(淫侈), 덕을 숭상할 수 없는 것을(不能尚德) 보고(睹), 대아에서처럼(若大雅)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이(整之於身), 서민에게 베풀어 미친다(施及黎庶矣)라고 했다. 이에(乃) 음양의 생성과 변화를(陰陽消息) 깊이 관찰하고(深觀而) 괴상하고 사악한 것의 변화(怪迂之變), 종시와(終始) 대성 편(大聖之篇) 10여 만 자를 지었다(作十餘萬言). 그 말이( 其語) 광대하고(閎大) 상도에 어긋나서(不經), 반드시(必) 먼저(先) 작은 일을 시험하고(驗小物), 미루어(推而) 확대하고(大之), 경계가 없는 곳에 이르렀다(至於無垠).
* 有國者(유국자) : 봉지(封地)를 가진 제후.
* 黎庶(여서) : 백성.
先序今以上至黃帝(선서금이상지황제), 學者所共術(학자소공술), 大并世盛衰(대병세성쇠), 因載其禨祥度制(인재기기상도제), 推而遠之(추이원지), 至天地未生(지천지미생), 窈冥不可考而原也(요명불가고이원야).
먼저(先) 지금 이상으로(序今以上) 황제에 이르기까지(至黃帝), 학자들이(學者) 공통으로 서술한 것으로(所共術), 크게(大) 세상의 흥망성쇠를 논하고(并世盛衰), 그 조짐과 제도를 따라(因載其禨祥度制), 미루어(推而) 멀리 나아가고(遠之), 천지가(天地) 생기지 않은 때에(未生), 이치가 깊어(窈冥) 고찰할 수 없고(不可考而) 근원을 알 수 없는 것에(原也) 이르렀다(至).
* 窈冥(요명): 날이 어스레함, 이치(理致)가 헤아릴 수 없이 깊음.
先列中國名山大川(선렬중국명산대천), 通谷禽獸(통곡금수), 水土所殖(수토소식), 物類所珍(물류소진), 因而推之(인이추지), 及海外人之所不能睹(급해외인지소불능도). 稱引天地剖判以來(칭인천지부판이래), 五德轉移(오덕전이), 治各有宜(치각유의), 而符應若茲(이부응약자).
먼저(先) 중국의 명산대천과(中國名山大川), 깊은 골짜기의 짐승과(通谷禽獸), 물과 땅에서 자라는 것(水土所殖), 물건이 진귀한 것을(物類所珍) 열거하고(列), 따라서(因而) 유추하여(推之), 해외의(海外)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까지(人之所不能睹) 이르렀다(及). 천지가(天地) 둘로 갈라져 열린 이래(剖判以來), 오덕이 옮겨가고(五德轉移), 다스림에(治) 각각(各) 마땅함이 있음을(有宜) 이끌어 칭하고(稱引, 而) 符應若茲(이부응약자).
* 通谷(통곡): 한 줄기로 이어가는 골짜기. 깊은 골짝.
* 剖判(부판): 둘로 갈라져 열림. 또는 둘로 갈라서 엶.
以爲儒者所謂中國者(이위유자소위중국자), 於天下乃八十一分居其一分耳(어천하내팔십일분거기일분이). 中國名曰赤縣神州(중국명왈적현신주). 赤縣神州內自有九州(적현신주내자유구주), 禹之序九州是也(우지서구주시야), 不得爲州數(부득위줏수). 中國外如赤縣神州者九(중국외여적현신주자구), 乃所謂九州也(내소위구주야).
유가에서(儒者) 이른바(所謂) 중국이란(中國者), 천하를 81분 한 것에서(於天下乃八十一分) 1분에 머무는 것으로(居其一分) 여겼을 뿐이다(以爲耳). 중국의(中國) 이름을(名) 적현신주라고 했다(曰赤縣神州. 적현신주 안에(赤縣神州內) 스스로(自) 9주가 있는데(有九州), 우 임금이(禹之) 9주를 안정시킨 것이(序九州) 이것이니(是也), 주의 수가 되지 못한다(不得爲州數). 중국의 바깥에(中國外) 적현신주와 같은 것이(如赤縣神州者) 아홉인데(九), 이에(乃) 이른바(所謂) 9주다(九州也).
於是有裨海環之(어시유비해환지), 人民禽獸莫能相通者(인민금수막능상통자), 如一區中者(여일구중자), 乃爲一州(내위일주). 如此者九(여차자구), 乃有大瀛海環其外(내유대영해환기외), 天地之際焉(천지지제언).
이에(於是) 작은 바다가 있어(有裨海) 이것을 두르고(環之), 사람과(人民) 짐승이(禽獸) 서로 통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莫能相通者), 한 구역의 가운데와 같은 것이(如一區中者), 곧(乃) 한 주가 된다(爲一州). 이와 같은 것이 아홉이니(如此者九), 곧(乃) 크고 넓은 바다가 있어(有大瀛海) 그 바깥을 두르고(環其外), 하늘과 땅이(天地之) 만나는 곳이다(際焉).
* 裨海(비해): 작은 바다, 瀛海(영해): 넓은 바다.
其術皆此類也(기술개차류야). 然要其歸(연요기귀), 必止乎仁義節儉(필지호인의절검), 君臣上下六親之施(군신상하육친지시), 始也濫耳(시야람이). 王公大人初見其術(왕공대인초견기술), 懼然顧化(구연고화), 其後不能行之(기후불능행지).
그 서술한 것이(其術) 모두(皆) 이런 류다(此類也). 그러나(然) 그 돌아가는 곳을 요약하면(要其歸), 반드시(必) 인의절검과(仁義節儉), 군신상하육친의 일에 머물고(止乎君臣上下六親之施), 시작한 것이(始也) 너무 넘칠 뿐이다(濫耳). 王公大人初見其術(왕공대인초견기술), 놀랍게도(懼然) 감화되는 듯하지만(顧化), 나중에는(其後) 실행할 수 없었다(不能行之).
是以騶子重於齊(시이추자중어제). 適梁(적량), 惠王郊迎(혜왕교영), 執賓主之禮(집빈주지례). 適趙(적조), 平原君側行撇席(평원군측행별석). 如燕(여연), 昭王擁彗先驅(소왕옹혜선구), 請列弟子之座而受業(청렬제자지좌이수업), 筑碣石宮(축갈석궁), 身親往師之(신친왕사지). 作主運(작주운). 其游諸侯見尊禮如此(기유제후견존례여차), 豈與仲尼菜色陳蔡(기여중니채색진채), 孟軻困於齊梁同乎哉(맹가곤어제량동호재)!
이 때문에(是以) 추자는(騶子) 제나라에서 존중받았다(重於齊). 양나라에 가서(適梁), 혜왕이(惠王) 교외에서 맞이하고(郊迎), 주인과 손님의 예를 집행했다(執賓主之禮). 조나라에 가서(適趙), 평원권이(平原君) 곁에서 걸으며(側行) 자리를 닦아 주었다(撇席). 연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如燕), 소왕이(昭王) 빗자루를 들고(擁彗) 앞서 인도하며(先驅), 제자의 자리에 앉아(列弟子之座而) 가르침 받기를 청했고(請受業), 갈석궁을 짓고(筑碣石宮), 몸소(身親) 가서(往) 스승으로 삼았다(師之). 주운편을 지었다(作主運). 그가(其) 제후에게 유세하여(游諸侯) 존례를 받은 것이 이와 같고(見尊禮如此), 어찌(豈) 중니와 더불어(與仲尼)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굶주린 얼굴빛을 하고(菜色陳蔡), 맹가가(孟軻) 제나라와 양나라에서 곤궁했던 것과(困於齊梁) 같겠는가(同乎哉)!
* 菜色(채색): 푸성귀의 빛깔, 굶주린 사람의 혈색 없는 누르스름한 얼굴빛.
笔武王以仁義伐紂而王(필무왕이인의벌주이왕), 伯夷餓不食周粟(백이아불식주속); 衛靈公問陳(위령공문진), 而孔子不答(이공자부답); 梁惠王謀欲攻趙(양혜왕모욕공조), 孟軻稱大王去邠(맹가칭태왕거빈). 此豈有意阿世俗茍合而已哉(차기유의아세속구합이이재)! 持方枘欲內圜鑿(지방예욕내환조), 其能入乎(기능입호)?
무왕이(笔武王) 인의로(以仁義) 주를 정벌하고(伐紂而) 왕이 되자(王), 백이가 굶고(伯夷餓)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았고(不食周粟); 위령공이(衛靈公) 진법을 묻자(問陳, 而) 공자가 대답하지 않았고(孔子不答); 양혜왕이(梁惠王) 계책을 꾸며(謀) 조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자(欲攻趙), 맹가가(孟軻) 태왕이 빈을 떠난 일을 일컬었다(稱大王去邠). 이것이(此) 어찌(豈) 세속에 아부하고(阿世俗) 구차하게 영합하려는(茍合) 뜻이 있는 것이겠는가(有意而已哉)! 네모진 자루를 잡고( 持方枘) 둥근 구멍에 넣으려는 것이(欲內圜鑿), 들어갈 수 있겠는가(其能入乎)?
* 苟合(구합) : 형편대로 부합하다. 구차하게 부합하다.
* 圜鑿方枘(환조방예):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넣는다.’는 뜻으로, 사물(事物)이 제격(-格)에 맞지 아니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圜鑿(환조) : 둥근 구멍.
或曰(혹왈), 伊尹負鼎而勉湯以王(이윤부정이면탕이왕), 百里奚飯牛車下而繆公用霸(백리해반우거하이목공용패), 作先合(작선합), 然後引之大道(연후인지대도). 騶衍其言雖不軌(추연기언수불궤), 儻亦有牛鼎之意乎(당역유우정지의호)?
누군가 말하길(或曰), 이윤이이 솥을 짊어지고(伊尹負鼎而) 탕이 왕이 되도록 힘썼고(勉湯以王), 백리해가(百里奚) 마차 아래서 소를 먹이다(飯牛車下而) 목공이 등용하여 패자가 되었고(繆公用霸), 먼저 <상대의 뜻에> 영합하고 나서야(作先合, 然後) 그를 대도로 인도한 것이라고 한다(引之大道). 추연은(騶衍) 그 말이(其言) 비록(雖) 궤도에 맞지 않으나(不軌), 혹시(儻) 또한(亦) 소를 치던 백리해나(牛) 솥을 짊어진 이윤의(鼎之) 뜻이 있는 것인가(有意乎)?
自騶衍與齊之稷下先生(자추연여제지직하선생), 如淳于髡(여순우곤)·愼到(신도)·環淵(환연)·接子(접자)·田駢(전병)·騶奭之徒(추석지도), 各著書言治亂之事(각저서언치란지사), 以干世主(이간세조), 豈可勝道哉(기가승도재)!
추연으로부터(自騶衍) 제나라 직하선생인(與齊之稷下先生), 순우곤, 신도, 환연, 접자, 전병, 추석과 같은 무리도(如淳于髡·愼到·環淵·接子·田駢·騶奭之徒), 각자(各) 글을 지어(著書) 난세를 다스리는 일을 말해서(言治亂之事, 以) 세상의 주인에게 등용되려 했으니(干世主), 어찌(豈) 다 말할 수 있겠는가(可勝道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