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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19 이백(李白)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형자 한자사에게 자기를 추천하는 글

by प्रज्ञा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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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朝宗, 元宗時人. 爲荊州刺史, 人皆景慕之. 李白與此書膾炙人口, 學者不可不讀.

한조종은(韓朝宗), 원종 때 사람이다(元宗時人). 형주자사가 되어(爲荊州刺史), 사람들이 모두(人皆) 우러러보아 사모했다(景慕之). 이백이(李白) 이 편지를 주어(與此書)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으니(膾炙人口), 학자들은(學者) 읽지 않을 수 없다(不可不讀).

 

* 景慕(경모): 우러러 사모(思慕)함.

한조종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

 

白聞, 天下談士, 相聚而言曰: “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 何令人之景慕, 一至於此. 豈不以周公之風, 躬吐握之事, 使海內豪俊, 奔走而歸之. 

제(이백)가 들으니(白聞), 천하의 담론 하는 선비들이(天下談士), 서로 모여(相聚而) 말하길(言曰): “살아서(生) 만호후에 봉해지지 않더라도(不用封萬戶侯), 다만(但) 한자사를(韓荊州) 한 번 알기를 원한다(願一識).”라고 했습니다. 어찌(何令) 사람들의 사모함이(人之景慕), 한결같이(一) 이와 같음에 이르렀는가(至於此). 어찌(豈) 주공의 풍모로(以周公之風), 몸소 내뱉고(躬吐) 잡아 쥐는 일을 하고(握之事), 천하의 호걸과 준걸로 하여금(使海內豪俊), 달려와(奔走而) 귀의하도록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歸之). 

 

一登龍門, 則聲價十倍, 所以龍蟠鳳逸之士, 皆欲收名定價於君侯. 君侯不以富貴而驕之, 寒賤而忽之, 則三千之中, 有毛遂, 使白得穎脫而出, 卽其人焉.

한 번(一) 용문에 오르면(登龍門, 則) 명성이 열 배에 이르니(聲價十倍), 용이 서리고 봉황이 나는 것 같은 선비가(龍蟠鳳逸之士), 모두(皆) 공에게 값어치를 인정받아(定價於君侯) 명성을 얻으려는 까닭입니다(所以欲收名). 공께서(君侯) 부귀함으로도(以富貴而) 교만하지 않고(驕之), 가난하고 천하더라도(寒賤而) 홀대하지 않으면(忽之, 則) 삼천의 무리 가운데(三千之中), 모수가 있으니(有毛遂), 저로 하여금(使白)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得穎脫而出), 곧(卽) 그 사람일 것입니다(其人焉).

 

* 龍蟠(용반): ‘용()이 서렸다.’는 뜻으로, 호걸(豪傑)이 민간(民間)에 숨어 있음을 이르는 말.

* 毛遂(모수): 조나라 평원군의 식객, 낭중지추(囊中之錐), 모수자천(毛遂自薦)이란 고사성어의 주인공이다. 

* 穎脫(영탈): ‘주머니 속의 송곳 끝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才能)이 밖으로 드러나는 데가 있음을 이르는 말.

 

이백의 행적과 마음가짐

 

白隴西布衣, 流落楚漢. 十五好劒術, 徧干諸侯, 三十成文章, 歷抵卿相, 雖長不滿七尺, 而心雄萬夫. 皆王公大人, 許與氣義, 此疇曩心跡. 安敢不盡於君侯哉

저는(白) 농서의 평민으로(隴西布衣), 초와 한 지방을 떠돌았습니다(流落楚漢). 15살에(十五) 검술을 좋아하여(好劒術), 두로(徧) 제후에게 벼슬을 구했고(干諸侯), 30살에(三十) 문장을 이루어(成文章), 공경과 재상을 두루 만났고(歷抵卿相), 비록(雖) 키는(長) 7척에 차지 않지만(不滿七尺, 而) 마음은(心雄) 만 명의 장부입니다(萬夫). 모든(皆) 왕공과 대인이(王公大人), 기개와 의리를 인정했으니(許與氣義), 이것이(此) 지나간(疇曩) 마음과 행적입니다(心跡). 어찌 감히(安敢) 공께 다 말하지 않겠습니까(不盡於君侯哉).

 

* 流落(유락): 고향()을 떠나 타향()에 삶.

* 疇曩(주낭): 지난번(--). 말하는 때 이전()의 지나간 차례()나 때.

 

君侯制作, 侔神明, 德行動天地, 筆參造化, 學究天人, 幸願開張心顔, 不以長揖見拒, 必若接之以高晏, 縱之以淸談, 請日試萬言, 倚馬可待.

공의 작품은(君侯制作), 신명을 따르고(侔神明), 덕행은(德行) 천지를 움직였고(動天地), 필치는(筆)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고(參造化), 학문은(學) 하늘과 사람을 연구해서(究天人), 바라건대(幸願) 마음을 열고 안색을 펴서(開張心顔), 길게 읍하는 것을 거절하지 마시고(不以長揖見拒), 반드시(必) 만약(若) 성대한 잔치로 접대하여(接之以高晏), 마음을 풀어(縱之以) 맑게 담론하게 한다면(淸談), 청하여 말하건대(請日) 만언을 쓰게 하여도(試萬言), 말에 기대어(倚馬) 기다릴 수 있습니다(可待).

 

今天下以君侯, 爲文章之司命, 人物之權衡, 一經品題, 便作佳士, 而今君侯何惜階前盈尺之地, 不使白揚眉吐氣, 激昂靑雲耶.

지금(今) 천하 사람들이(天下) 공을(以君侯), 문장의 사명으로 여기고(爲文章之司命), 인물의 척도로 여겨서(人物之權衡), 한 번 품평을 받으면(一經品題), 곧(便) 훌륭한 선비가 되는데(作佳士, 而) 지금(今) 공께서(君侯) 어찌(何) 계단 앞 한 척 당을 아끼고(惜階前盈尺之地), 저로 하여금(使白) 눈썹을 치켜올리고(揚眉) 기상을 토하여(吐氣), 청운의 뜻을 높이도록 하지 않습니까(激昂靑雲耶).

 

* 司命(사명): 인간()의 수명()을 맡은 궁중()의 작은 신(). 

* 權衡(권형): ‘저울추(--)와 저울대’라는 뜻으로, ‘저울’을 이르는 말, 사물()의 경중()을 재는 척도()나 기준().

* 品題(품제): 품평, 인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 激昂(격앙): 기운이나 감정() 따위가 격렬(激烈)히 일어나 높아짐.

 

어진이를 등용한 것처럼 저도 또한

 

昔王子師爲豫州, 未下車, 卽辟荀慈明, 旣下車, 又辟孔文擧, 山濤作冀州, 甄拔三十餘人, 或爲侍中尙書, 先代所美.

옛날(昔) 왕자사가(王子師) 예주자사가 되어(爲豫州), 마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未下車), 곧(卽) 순자명을 불렀고(辟荀慈明), 마차에서 내린 뒤에는(旣下車), 또(又) 공문학을 불렀고(辟孔文擧), 산도가(山濤) 기주자사가 되어(作冀州), 30여 명을 발탁해(甄拔三十餘人), 혹(或) 시중이 되고 상서가 되어(爲侍中尙書), 선대의(先代) 아름다운 일이 되었습니다(所美).

 

* 辟(벽): 어진 인재를 부른다는 뜻으로 쓰였다.

* 甄拔(견발): 재능()이 있고 없고를 잘 밝혀 등용()함.

 

而君侯亦一薦嚴恊律, 入爲秘書郞, 中間崔宗之ㆍ房習祖ㆍ黎昕ㆍ許瑩之徒, 或以才名見知, 或以淸白見賞, 白每觀其銜恩撫躬, 忠義奮發. 白以此感激, 知君侯推赤心於諸賢腹中, 所以不歸他人, 而願委身國士, 儻急難有用, 敢效微軀.

그런데(而) 공께서도(君侯) 또한(亦) 한 번(一) 엄협률을 추천했고(薦嚴恊律), 들어가서(入) 비서랑이 되었습니다(爲秘書郞), 중간에(中間) 최종지, 방습조, 여흔, 허영의 무리는(崔宗之ㆍ房習祖ㆍ黎昕ㆍ許瑩之徒), 혹(或) 재주로(以才) 이름이 알려졌고(名見知), 혹(或) 청백으로(以淸白) 상을 받았으니(見賞), 저는(白) 늘(每)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머금어(其銜恩) 몸을 닦으며(撫躬), 충의가 일어나는 것을(忠義奮發) 보았습니다(觀). 저는(白) 이것으로 감격했고(以此感激), 공께서(君侯) 어진 사람의 뱃속에(於諸賢腹中) 진심을 넓혀주는 것을 알았으니(推赤心), 다르사람에게 돌아가지 않고(不歸他人, 而) 원컨대(願) 나라의 명사에게 몸을 맡기려는 까닭이고(所以委身國士), 만약(儻) 급하고 어려울 때(急難) 쓰임이 있다면(有用), 감히(敢) 미천한 몸을 다하겠습니다(效微軀).

 

* 赤心(적심): 정성()스럽고 참된 마음.

* 微軀(미구): 자신()을 낮추어서 이르는 말.

 

且人非堯舜, 誰能盡善. 白謨猷籌畵, 安能自矜, 至於制作, 積成卷軸, 則欲塵穢視聽, 恐雕蟲小伎, 不合大人. 若賜觀芻蕘, 請給紙筆, 兼之書人, 然後退掃閑軒, 繕寫呈上. 庶靑萍結綠, 長價於薛卞之門. 幸推下流, 大開獎飾, 惟君侯圖之.

또한(且) 사람이(人) <모두> 요순이 아니니(非堯舜), 누가(誰) 선을 다할 수 있겠습니까(能盡善). 제가(白) 꾀를 내고 계획하는 것을(謨猷籌畵), 어찌(安) 자부하리오마는(能自矜), 글 짓는 일에 이르러서는(至於制作), 쌓여서(積) 권과 축을 이루었으니(成卷軸, 則) 눈과 귀를 더럽히고자 하지만(欲塵穢視聽), 벌레를 조각한 것처럼 작은 재주여서(雕蟲小伎), 대인에게 맞지 않을까(不合大人) 두렵습니다(恐). 만약(若) 보잘것없는 것을(芻蕘) 보는 은혜를 베푸신다면(賜觀), 청컨대(請) 종이와 붓을 내려주시고(給紙筆), 글씨 쓰는 사람을 겸한다면(兼之書人), 연후에(然後) 물러나(退) 조용한 방을 쓸고(掃閑軒), 다듬어 베껴서(繕寫) 올리겠습니다(呈上). 바라건대(庶) 청평과 결록이(靑萍結綠), 설촉과 변하의 문하에서 높이 값이 쳐지듯(長價於薛卞之門). 부디(幸) 미천한 사람을 밀어(推下流), 크게 열어(大開) 격려하고 꾸며주시는 것은(獎飾), 오직(惟) 공이 도모할 뿐입니다(君侯圖之).

 

* 積成卷軸(적성권축): 글발, 장부(簿), 서신() 등()이 많이 쌓여 축으로 헤아리게 됨.

* 芻蕘(추요): ‘꼴을 베는 사람과 땔나무를 하는 사람'이란 말로 보잘것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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